27화. 세상에 언니보다 좋은 것은 없다
세상에 언니보다 좋은 것은 없다
우리 언니가 얼마나 좋은가하면, 딸 시원이에게 언니를 낳아주고 싶을 정도로 좋다. 언니는 어려서부터 참 무던했다. 언니의 무던함에 대한 일화는 할머니와 엄마로부터 영웅담처럼 몇 번이나 들었다.
“너네 오빠는 어찌나 개구장인지 언니를 막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어.
질질 끌고 다녀도 울지도 않고.
하루는 오빠가 언니 귀에다가 껌종이를 구겨 넣어가지고 병원에 가서 뺐잖아.”
언니의 무던함은 까탈스럽고 예민한 나로 인해 더욱 빛이 났다. 어렸을 때부터 악몽을 많이 꾸던 나는 잠자리에 예민했는데, 이불은 접히거나 구겨짐 없이 반듯하게 펴져 있어야 했고, 불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 한 명이라도 깨어있어야 편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불편은 나와 한 방을 쓰던 언니가 고스란히 겪었는데, 나의 히스테리를 매일 군소리 없이 따라주었다. 이렇게 매일 뭐가 마음에 안 든다며 소리를 빽빽 질러대던 나와는 달리 언니는 늘 조용하거나 허허 웃는 아이였다. 그런 사춘기를 겪어서인지 나는 다행히도 언니의 고마움은 알고 자라서 오빠나 남동생에게는 틱틱거려도 언니에게 만큼은 온순한 여동생이 되었다. 그렇다고 언니를 귀찮게 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버스가 끊기면 먼 곳 까지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하거나, 영화 촬영을 할 때 짐 옮기는 것을 부탁하거나, 놀아달라고 조르는 등 어지간히도 언니를 부려먹었다. 그리고 딸 시원이가 태어나고부터는 언니가 육아에까지 동참하기도 했다.
엄마와 비슷한 얼굴에 비슷한 목소리를 가져서일까? 아니면 친정엄마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한 달간 마침 고등학교 교사인 언니가 방학이었던 탓에 낯이 익어서일까? 시원이는 내가 없으면 이모의 품에서만 잠이 들었다. 아빠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2시간을 내리 울며 엄마만 찾아대는 통에 잠깐의 외출도 못하고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언니는 매주 우리 집에 와서 시원이의 육아를 도맡았다. 언니가 남편과 함께 새벽 수유를 하고 아이를 돌보는 동안 나는 밥도 먹고, 목욕도 하고, 산책도 하고, 일도 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가면 언니는 내 모습과 꼭 같아졌다. 부스스한 머리, 피곤한 눈, 아기의 침이 얼룩진 옷, 몸에서 나는 분유냄새…
그렇게 1년, 2년, 3년이 지나는 동안 언니는 거의 매주 우리 집에 와서 시원이와 놀았다. 나는 언니 덕분에 마음껏 내 일을 할 수 있었고, 남편은 이제 언니가 오지 않으면 허전해하는 것을 넘어 나에게 언니를 꼬시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언니가 일이 있다고 하면 우리 집에 와서 일을 하라고 하고, 언니가 친정엄마가 있는 거창에 간다고 하면 ‘어차피 장모님은 주말에 이모님 댁에 가시지 않냐’며 뭣 하러 가냐고, 우리 집에 오라고 한다. 방학 때도 우리 집에 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이나 나들이를 가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육아를 하는 부부에게는 동지애가 싹튼다는 말이 있다. 나와 남편 그리고 언니는 함께 시원이의 육아를 하며 동지애로 똘똘 뭉쳐졌다.
남편이 이 정도인데 시원이의 이모 사랑은 두 말하기 입 아프다. 시원이는 이모가 우리 가족인데 계속 외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다. 내가 “시원아 사랑해”라고 하면, 시원이는 “나도 엄마 사랑해. 그리고 이모, 아빠도 사랑해”라고 한다. 이모가 온다고 하는 날은 밥도 잘 먹고, 정리 정돈도 잘 하며, 이모가 간다고 하는 날은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다.
그냥 대구로 발령 신청을 해서 우리 집에 같이 살거나 그게 불편하면 근처에라도 살면 자주 보고 좋을 텐데 경남을 계속 고집하는 언니다. 그렇다고 우리 집에 안 오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잠시 오해가 생길까 변명을 덧붙이자면 언니에게 육아를 맡기기 위해 오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언니는 우리가 ‘뽀로로’라고 부를 만큼 노는 것을 좋아한다. 언니도 자기가 심심해서 놀기 위해서 우리 집에 오는 것이다. 무던한 성격만큼 황소 고집인 우리 언니는 싫은 것은 절대로 억지로 하지 않는다. 언니가 대구로 발령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은 어차피 신청을 해봤자 대기자가 많아서 안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인데다 언니가 굳이 타지역 발령을 신청하기 귀찮아서다. 그래서 나와 남편은 언니를 확실히 대구로 꼬셔오기 위해(타지역 발령을 받기 위해서는 결혼을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미래 형부가 될 대구 사람이 없나 물색 중이다. 이게 다 언니가 너무 좋아서 그렇다.
언니 최고! 처형 최고! 이모 최고!
짧은 인터뷰
– 언니는 어떤 생각일까
Q. 벌써 조카가 여섯이네. 언니가 대학생때부터 거의 매주 조카들이랑 놀아줬잖아. 언니는 조카랑 노는 게 왜 좋아?
A. 그냥 귀엽고 신기해하고 재밌어하고 하는 모습 보는 것도 좋고 나도 노는거 재밌고 그래서?? 그냥 좋은데?
Q. 나랑 노는 게 좋아, 조카들이랑 노는 게 좋아?
A. 재미의 종류가 다른데? 다 좋지.
너랑 놀면서 할 수 있는일이랑 애들이랑 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다르잖아. 리액션도 다르고. 너랑 놀면 관심사나 음식 취향이나 성격이 다 비슷하니 편하고, 애들이랑 놀러 가면 나도 신기한 걸 보기도 하지만 애들이 좋아하는 거 보면서 그게 또 좋지.
Q. 난 언니가 있어서 좋은데, 언니도 언니가 있으면 좋겠어?
A. 별로 생각해본적 없는데.
Q. 그래? 그러면 언니는 여동생있어서 좋다고 해.
A. 응. 그러고 있어. 남자 형제는 없어도 된다고 하지만 여동생은 있어서 좋다고 얘기해 :D
Q. 나랑 똑같군 :D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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