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키다리 선생님

3년 동안 감사했습니다

by 김혜민

“이리 오세요.”

고사리 손으로 가녀린 선생님 손을 이끈다.

그 온기가 서로에게 닿는다. 심쿵 포인트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럼,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할까.

한 나라? 온 세계?

수치보다 중요한 건 바라보는 시선이다.

너를 내가 지지하고, 너의 행동에 이유가 있음을 이해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아이는 본인도 모르는 감정과 행동으로 이유 모를 혼란을 겪는다.


그럴 때 지지해주는 타인의 눈빛은,

어둠 속의 작은 랜턴이 된다.

작은 손 , 랜턴 하나에 의지해 길고 긴 터널을 뚜벅뚜벅 걸어 나올 첫 발이 된다.


시후의 특별함을 인지하고,

치열하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홀로 싸웠다.

조율하려 애썼으나

이해보다 연속된 공격으로 결국 KO 패했다.

결국, 5살 가을 ‘특수교육대상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유치원을 옮겼다.




유치원을 처음 마주했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떨림과 씁쓸한 마음을 안고 초인종을 눌렀을 때,

긴 머리 아리따운 선생님이 뛰어나온다.

마스크에 얼굴 절반을 가렸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따뜻함과 선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


“시후야, 많이 기다렸어. 만나서 반가워.”

그 말 한마디에 지난 2년 가까이의 서러움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아이는 키다리선생님과 첫 단추를 이쁘게 끼웠다.


선생님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마치 오랜 전 알던 사이처럼 편했다.

“어머니, 유치원에 바라는 점 있으세요?”

“음. 시후에게 유치원이 행복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직전 유치원에서 즐겁지 않았거든요.”

“걱정 마세요. 제가 최선을 다할게요.”


그리고 벌써 3년에 접어 들어간다.

5살 때는 이미지 관리하던 이 녀석이,

7살인 요즘은 선생님을 친구로 생각한다.

오늘 유치원 가서 뭐 할 거야?
박소연선생님이랑 레고놀이 할 거야.
선생님 말고 친구랑 놀아야지.
박소연선생님 친구야.

그리곤 역시나 선생님과 놀이를 한다.

3년을 함께 레고놀이를 했는데 아직도 충분치 않은지, 친구와 놀이보다 선생님과 놀이가 좋단다.

그리고 본인 위주로 놀이가 진행이 안되면 화도 낸다.

“이거 하라고!”



만나면 툴툴, 떨어지면 그리운 시후의 솔메이트, 박소연선생님이다.




주말, 시후와 데이트를 했다.

좋아하는 키리쉬케이크와 바닐라아이스크림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간다.

불현듯 ‘선생님한테 카톡 할 거야.’라며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그래서 열어주었다.

‘선생님 보고 싶어요. 데이트해요. 시후가 초콜릿케이크 사줄게요.’

나와 함께 한 시간에 선생님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흔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린다고 한다.

나는 그 사람이 시후였는데, 시후는 선생님이다. 동상이몽이었다.

그래도 그 마음이 참 이쁘다.



"선생님, 몸을 흔드는 상동행동이 점점 커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지가 답은 아니고."
"어머니~ 문제행동이라고 생각지 말아 주세요. 시후가 지금 즐거워서 하는 행동이니깐요. 같이 해보세요. 함께하니 시후가 더 즐거워해요."

"혼잣말 이거 어떡하죠?"
"가만히 들어보면 너무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어
요.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어 주면 시후도 함께 나누는 이야기에 집중할 거예요."


이렇게 하나부터 열 가지 나를 다듬어 준 선생님과 이별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머지않았다.




우리는 곧 유치원을 떠난다.

그리고 선생님 품을 떠난다.

이 헤어짐이 선생님을 더 편히 만날 시작임을 알기에 쿨하게 떠나야 한다.

하지만 생각만으로도 몽글몽글 눈물이 고인다.

쉽지 않다.


“선생님, 졸업식에 울어도 됩니까?”

“어머님, 눈물은 참을 수 있는 겁니까?”


3년이란 시간 동안 차곡차곡 다져온 시간 덕분에 눈 맞춤만으로도 충분히 통한다.


난 앞으로 선생님과 시후의 솔메이트 그 중간 어디쯤 서 있으려 한다.

덕분에 사랑스럽게 컸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엔딩 사진출처 _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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