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한 백이 아파트. 까만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베이터는 15층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다.
“김순경! 계단 계단!”
방향을 틀어 계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고, 복도 끝 코너를 돌자마자 1010호의 기운이 다름을 이미 알아차렸다. 의욕이 앞선 젊은 피 김순경은 영수를 제치고 현장으로 뛰어가는 것은, 영수는 서둘러 낚아챘다. 그리고 영수의 손에 메여 멈춘 김순경은 긴장한 기세가 역력했다.
“김순경. 장갑 마스크 먼저 착용해. 그리고 혹시 사망했다면 필요이상으로 시선을 주지 말고. 내 뒤 따라와.”
김순경은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시선을 현장에 고정한 채 장갑을 단단히 여몄다.
복도의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그곳이, 거리를 좁혀가는 동안 창밖에 펼쳐진 평온한 일상들은 영수를 더욱 혼란하게 했다. 그리고 마음 급한 신고자는 영수가 닿기도 전에 다급함을 전했다.
“안에 불이 켜져 있는데, 아무리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요.”
“소방이 문 개방하면 저희가 안을 살펴보겠습니다.”
현장보존을 이유로, 몰려있는 주민들을 서둘러 돌려보내고서야 1010호의 문이 열렸다.
근무장갑을 단단히 착용하고 그곳에 발을 들였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오늘, 손 안은 유독 뜨겁고, 등줄기는 끝을 모르게 시렸다.
넓지 않은 그곳은 안방에 누군가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으며, 그가 미동이 없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발 더 앞으로 내디뎠을 땐,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의 악취가 코를 통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 며칠 된 그는, 지독한 냄새와 여전히 그의 곁을 맴도는 바퀴벌레를 품고 이 세상을 떠났다.
처참한 형태의 몸뚱이에 비해, 편안해 보이는 망자의 표정은 영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결국 그는 그의 어머니 곁으로 떠났다.
김순경은 발끝이 멈춘 듯 시선을 그에게 빼앗긴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영수는 서둘러 김순경의 어깨의 잡아 돌려세워, 등을 떠밀었다.
“바람 좀 세고 와.”
그렇게 걸어 나간 김순경은 복도 끝에 주저앉아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 전 영수의 손을 잡고 건강해져 돌아오겠다던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영수 앞에 나타났다. 그동안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다만 하나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은, 여전히 그의 삶이 녹록지 않았을 거라는 유추뿐이다.
‘죽을힘 있으면 그 힘으로서 살아’라고 번듯한 위로라는 포장지에 감싸 가볍게 건네는 누군가가 있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있어서 어쩌면 현재 소모되는 에너지보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일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떠난 이는 말이 없지만, 현장에 여운을 남긴다.
그곳을 처음 맞이하는 경찰은 망자가 놓고 것들을 마주하며 그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해 받는다.
어쩌면 오늘 떠난 단골손님은 영수의 머릿속에서 날카로운 잔상으로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영수는 덤덤히 그날의 기억을 곱씹으며 그를 온전히 애도한다.
‘이제 당신 어머니와 행복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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