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을 채울 순 없잖아요

아비의 터치에, 딸이 쏘아 올린 핑크퐁 풍선

by 김혜민
형법 제136조 공무집행방해
①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의 벌금에 처한다.


“미쳤나 봐.”

4살 딸이 우리를 보고 외다.




바쁜 저녁 시간, 아이들 저녁을 해결하고 설거지를 한다. 반찬을 만든 것도 아닌데 접시는 왜 이리 많이 나와있는지 의문이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띠디딩.

“얘들아 아빠 왔다.”


입으로만 반기고 여전히 하던 설거지에 몰입한다.

아이들은 아빠의 등장에 쪼르륵 현관으로 향한다.

“아빠 도둑 잡았어? 곰돌이 젤리 사 왔어?”

“아빠 경찰차가 힘이 세~ 소방차가 힘이 세?”

아이들의 쫑알거림이 귓등으로 들린다.

그 순간 훅, 무언가 내 허리로 들어온다.


남편은 아이들보다 나에게 살며시 다가왔다.

그리고 설거지하는 뒷모습을 놓치지 않는다.

조용히 그리고 살포시 허리를 감싸 안으며

“오늘도 수고했어.”

라는 스위트한 말을 잊지 않는다.

“뭐야.”

아이들을 쓱 한번 보고 남편을 쳐다본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망울처럼 작은 눈으로 초롱초롱,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그 순간, 장르가 바뀐다.

미쳤나 봐.”


시율이는 남편을 있는 힘껏 끌어당긴다.

남편은 웃으며 나를 더 강하게 끌어안는다.

결국, 옆에 놓인 핑크퐁 풍선으로 아빠 엉덩이 폭행을 행사한다.

저 멀리서 자동차 놀이를 하던 시후는,

동물싸움 놀이를 하는 줄 알고 달려와 묻는다.

“아빠는 무슨 동물이야?”

“난 코끼리야.”

“코끼리 공격하자.”

두 녀석이 공동가공의사로 폭행, 협박을 개시한다.



시후는 동물놀이의 일환으로, 시율이는 아빠의

무례한 행동으로부터 엄마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에서 말이다.


그때 남편의 반격이 시작된다.

“너희를 공무집행방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

. 감히 우리 부부의 사랑이란 공무를 핑크퐁 따위로 방해하다니.


“뭐라는 거야.”

시율이의 외침에 우린 웃고 말았다.

아이들도 같이 웃는다.

이해가 되든 안되든 그냥 웃는다.

그 순간 웃었더니 우리는 행복했다.




아이들과 놀이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억지스러운 법률적용으로 모두를 당혹스럽게 한다.

남편의 엉뚱함에 순간 멈칫하다가 함께 웃는다.


공룡대발이 책, ‘싫어요! 안 돼요!’ 편이 생각났는지, 엄마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만졌던 아빠가 이해 안 됐던 모양이다.

알려준 대로 착실히 실행한 시율이,

즐거운 놀이로 생각해 활짝 웃으며 동참했던 시후. 두 녀석 모습이 머릿속 한 공간에 저장된다.

우리는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시율아 누군가 몸을 만지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해야 해요.”

아빠가 엄마를 만지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 젤리 사줘도 만지면 안 돼요.”

자신이 사랑하는 젤리와도 맞바꿀 수 없는 아이생각에, 머리를 오른손으로 쓰다듬는다.


"엄마, 왜 시율이 이쁘다 이쁘다 해?"

"쁘니깐."

아이는 나를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는다.




우리는 7년 연애하고 9년째 함께 살고 있다. 16년이다. 지긋지긋 인연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남편은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는 거다. 가끔은 무섭다. 그래서 넌지시 건넨다.

“아직도 떨리는 건 심장에 이상이 있는 거야.”

그런데 듣지도 않는다.

남편의 심박수를 낮추기 위해 차가운 말을 쏟아내도 두 눈을 감고 웃으며 안는다.

가끔은 벅차다. 아니, 사실 많이 벅차다.

남편은 소중한 우리의 시간을 방해한 아이들에게

공무집행방해죄를 운운했지만,

난 사실 핑크퐁 풍선이 반가웠다.


아, 언제쯤 플라토닉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희대의 난제다.

고마워요 핑크퐁.



엔딩 사진출처 _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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