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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Mar 15. 2023

우리 동네 스타벅스

숲 속에 있어요



"엄마, 내일 애들 등교하면
점심 나가서 먹을까?"


동네 맛집 검색을 시작한다.
이곳에 온 지 4년에 접어드는데, 이제 겨우 맛집을  찾아본다. 이제야 치열했던 삶에 숨이 생긴다.


"추어탕 어때?"
"좋지."


미끌미끌 선뜻 손댈 수 없는 식재료에 눈이 가는 것을 보 세월을 느낀다. 어느덧, 건강에 진심이다.
우린, 첫 손님으로 가게에 들어갔다.


"추어탕 두 개 주세요."


잘 익은 깍두기와 생기 가득한 배추김치가 시후 배처럼 생긴 아담하고 볼록한 항아리에 담아 나온다.
욕심 한 움큼 잡아 가위로 쑥떡쑥떡 자른다.


"다 먹을 수 있어?"
"너무 많은가? 여기까지만 잘라야지."




맛집의 생명, 스피드.
보글보글 걸쭉하게 끊여 나온 뚝배기에 보기만 해도 건강함이 느껴진다.
기본을 중요시하는 난, 그 상태 그대로의 국물을 음미한다. 가슴 언저리부터 뜨거움이 올라오며 몸 전체가 따뜻해진다.
역시, 몸에서 당기는 걸 먹어야 해.


얇게 썰은 고추, 다진 생마늘을 듬뿍 넣고 휙휙 젓는 순간 엄마는 들깻가루 한 숟갈 내 뚝배기에 툭 넣는다.


"이거 넣으면 맛있어?"
"일단 먹어봐."


역시 일품요리사의 선택은 틀린 적이 없다.
소중한 국물을 위해 공깃밥의 절반만 덜어 뜨끈한 국물에 풍덩 넣는다. 수저 가득 퍼 올려 새빨간 배추김치를 얹어 한입에 먹는다.

입천장이 발갛게 달아올라도 용서될 맛이다.





든든히 먹고 나와, 이내 엄마 손에 체포된다.

"잘 먹었으니깐 운동해야지."


모터 달린 듯 걸어가는 엄마 걸음에 못 당하는 난, 발바닥에 쥐가 난다.

불과 4개월 전 발수술한 딸내미는 안중에 없다.

그리곤 그렇게 30분쯤 걸었을 때 명을 찾았다.


우리 동네 스타벅스,
울창한 나무속 고요한 이곳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지인으로부터 받은 스벅 카드가 10만 원을 넘어가도 그동안 쓰지 못했다. 주변에 스타벅스가 없었으니깐. 그 지출의 구멍을 엄마가 찾아주었다.


"커피 한잔하고 가자."
"아니야 필 받았을 때 운동해야 해."


그렇게 멈춰지지 않는 강제운동은 계속되었다.






며칠 뒤, 잊고 있던 생일을 스타벅스가 알려준다.


생일 쿠폰



'아 생일 다가오는구나.'


정신없는 신학기에 딩동 울린 알람을 무심히 검지손가락으로 살며시 넘긴다.

그리고 바삐 지나가던 평범한 하루 중 남편의 갑작스러운 통보.


"여보, 나 내일 재택근무야."
"그럼 내일 오전에 커피 마시고 올게."


(피하는 거 아닙니다. 남편을 위한 배려입니다.

일에 집중해야죠!)



이른 아침, 둘째 유치원 가방과 함께 탈출을 위한 나의 짐도 부지런히 챙긴다.
'책 두권, 블루투스 이어폰과 키보드.'
묵직한 가방에 기분이 좋다.

스타벅스의 이른 생일 축하에, 미리 파티 중이다.
오롯이 호사를 누리고 있다.

서울인 듯 서울 아닌 서울인 여기서 즐기는
추어탕과 스타벅스의 조화.


가끔은 어울리지 않는 두 조화가 낯선 신선함을 안겨준다는 것, 도전하지 않으면 즐길 수 없다.


감히,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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