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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Mar 17. 2023

기댈 곳



‘여기가 어디지.’  

        


어느새 이슬비가 내린 건지, 안개가 내려앉은 건지, 낯선 어둠이 시야를 지배한다.

천천히 발걸음을 앞으로 옮긴다.

쾌쾌 묵은 불쾌한 비릿함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서늘함이 가득하다.

질퍽이는 습함에 바닥은 나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저 멀리 흐릿한 실루엣, 낯설지만 익숙하다.     

기대 없이 가까이 다가가 눈을 마주쳤을 때 반가움에 목소리 톤이 먼저 올라간다.


그러나 이내 나의 얼굴은 굳어진다.

그녀는 소리 없이 울고 있다.

먹먹한 얼굴로 조용히 다가와 나를 끌어안는다.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해도 돼요.
당신 곁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어린아이처럼, 그 품에서 묵은 슬픔과 불안을 쏟아냈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마치 만났던 것처럼 후련했다.






누구나 하나씩의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삶이 익어갈수록 더욱더 그렇다.

그렇기에 내 아픔이 더 고통스럽다 이야기하는 건 실례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럴수록 마음속 깊이 고이 간직했다.     

그런데 숨길수록 숨길 수 없는 표정에 늘 들켰다.


조용히 다가와 툭 하고 건넨 안부에,

단단한 고름은 터지고 상처는 아물어간다.  

그 시간이 그리웠을까.


치열한 이 시간, 에 찾아와 아픔을 어루만져준다.



『 김필 – 기댈 곳(원곡: 싸이) 』

당신의 오늘 하루가 힘들진 않았나요
나의 하루는 그저 그랬어요
괜찮은 척하기가 혹시 힘들었나요
난 그저 그냥 버틸만했어요
솔직히 내 생각보다 세상은 독해요
솔직히 난 생각보다 강하진 못해요
하지만 힘들다고 어리광 부릴 수 없어요
버틸 거야 견딜 거야 괜찮을 거야
하지만 버틴다고 계속 버텨지진 않네요
그래요 난 기댈 곳이 필요해요
나의 기댈 곳이 돼줘요



지난 꿈,

당신이 내어준 기댈 곳에 묵은 아픔을 덜어낸다.

멀어진 물리적 거리에 대한 그리움이,

경계를 넘는다.


선 긋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 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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