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립니까?

생존입니다

by 김혜민
손을 잡고 유치원을 나온다.
그리고 따스한 햇살이 우리를 비춘다.
평온한 오후, 여유롭게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와 버스. 다들 자신의 목적지로 유유히 지나간다. 어디선가 들리는 뚝딱뚝딱 공구 소리, 누군가는 한껏 꿈을 안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는데 집중한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는 도로 가장자리로 쏜살같이 지나간다.


아이는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다.

“엄마 무서워요.”

가방 한편에 자리 잡은 선글라스와 이어폰을 꺼내 아이에게 건네준다. 급하게 착용한 아이는 그제야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벗어나, 조용한 공원에 들어선다.


커다란 몸을 좌우로 흔들흔들.

나도 마주 앉아 함께 박자를 맞춘다.

혼자일 때보다 함께할 때 반동이 더 커진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안정을 찾는다.


“요즘은 꼬맹이들도 선글라스 쓰고 이어폰 꼽고 어른 흉내를 내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오지라퍼 k-아줌마의 쩌렁쩌렁 혼잣말이다.





내 아이는 감각처리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시각과 청각이 유별나다.


따스한 햇살도 유유히 움직이는 자동차, 버스도

더 이상 평온하지 않다.

들릴까 말까 하는 망치소리와 ~ 소리를 내며 제 갈 길 가는 오토바이는 더 치명적이다.


따스한 햇살은 어느새 혼란한 자극에 불과

배경은 아웃포커싱 되고 남은 자동차는,

시후에겐 그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괴물과 같다.


일정 데시벨로 땅땅땅 울리는 망치 소리에 더해진 오토바이 엔진 소리는 아이를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그러기에 눈을 감아야만 쉴 수 있다.


같은 상황에서 나와 아이는 다른 세상이었다.

전장에서 홀로 싸운 아이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리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자폐스펙트럼.

너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서야 아이의 세상을 알게 되었다.





그전에는 아이의 불편함을 이해 못 했다.

아니, 이해 필요한지 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매 순간 모든 행동이 의문투성이였다.


질끈 감은 두 눈과 고사리손으로 틀어막은 귀는 답답함을 불러일으켰고 곧이어 분노했다.

"엄마 옆에 있잖아. 손 내리고, 눈 떠. 할 수 있어."

그때의 나는 아이에게 한 말일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일까.

(엄마가 옆에 있으니깐 이해 안 되는 이 복잡한 감각 이겨내 볼게요.)


그날 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멈춰서 길을 다시 보기로 했다.


선생님께 받아온 전공서적과 여러 책들을 펴,

읽고 쓰고 보기를 반복했다. 갖고 태어난 이 불편함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찾은 선글라스와 블루투스 이어폰은 아이를 보호해줄 방패가 되었다.




그때 스쳐간 k-아줌마에게 이제는 묻고 싶다.


멋 부리는 꼬맹이를 보는 게 불편합니까?


보고 있자니 가슴이 묵직합니다.

당신의 시선을 아무리 후히 봐주려 해도 아립니다.

한 발만 물러서면 선글라스 뒤에 숨어 애쓰는 아이가 보일 겁니다.

내 아이의 최선입니다.



사진출처(제목) _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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