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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민 Jun 28. 2023

나쁜 엄마

엄마도 꿈이 있다만


꿈이 많았다. 하고 싶은 것도 적지 않았다.

27살.

경찰에 들어오며 그 이상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았고 그 날개는 온전히 펼치기도 전에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2018년, 삶의 방향은 전환됐고 그 후로 장애를 품은 엄마로서의 삶에 무게가 실렸다.  

   

다가올 8월, 6년의 휴직이 매듭지어진다.

더 이상, 엄마로서의 삶만 추구할 수 없다.      


평소 열지 않던 옷장 앞에 섰다.

삐- 세월이 느껴지는 날카로운 장롱문 소리에 숨을 고르고서야 깊은 곳 옷 뭉치를 바깥쪽으로 끌어당긴다.

3년 전 잡혀있던 칼주름은 여전히 예리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날 선 깃을 쓰다듬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온다.


꿈틀거리는 비상과 간질거리는 셀렘을 앙다문 입술 사이로 숨기려 애써본다.    

 

이젠 내 꿈을 찾고 싶은 난, 나쁜 엄마다.






옷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우린 사달이 났다.

단정히 옷 입기를 거부하는 시후, 삐뚤어진 옷매무새를 용납하지 못하는 난 결국 얼굴을 붉혔다.


“이렇게 입으면 불편하잖아. 이젠 시후 바지 삐뚤어도 도와줄 사람 없어.”
“흐흐흐. 나쁜 엄마. 하트 찌즐거야.”     


높아진 언성에 서운함이 가득 찬 아이는 어설픈 연기와 귀여운 반항을 시도한다.


‘흔들리면 안 돼. 귀엽다고 넘어가면 안 돼.’


끌어안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더 엄한 표정을 지어본다.

허공을 향한 아이 눈, 힘없는 아귀는 바지를 왼쪽 한번, 오른쪽 한번 휙휙 돌린다.


“맞아?”
“잘했어. 시후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스스로 하는 거야.”


아이는 그제야 안방으로 뛰어가 침대에 얼굴을 파묻는다.     


요즘 유독, 가슴 끝이 시리다.      






이젠, 지난 6년을 살아온 방식과 달라진다.      


시후를 이해하기 위해 전념한 특수교육에 관한 공부를, 이젠 조금 덜어내 업무와 관련된 서적을 찾는 곁을 내주어야 하고.

오롯이 함께했던 하교 후 시간을 낯선 타인에게 일부 위임해야 한다.


그중 가장 슬픈 것은, 사랑스러운 어린 시후 행동을 이젠 조금 더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천천히 커간다고, 마냥 아이로 볼 수 없다.

이젠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기다려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마냥 귀엽던 ‘하트 찌즐거야’라는 말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난, 아이와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내 직업 안에서 시후와 같은 친구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깊 고민한다.

나와 같은 부모가 편히 하소연할 수 있는 쉼을 제공할 수 없을까 고뇌한다.


복직을 앞둔 난,

이렇게라도 죄책감을 조금 덜어보려 애쓴다.      


10년 전 초임 때 보다,

6년 휴직 후 복직하는 아줌마 경찰인 난, 더 신중하다.


 



그날밤 침대 곁, 은은한 조명아래 아이와 주했다.

“아들, 엄마 여름되면 이제 도둑 잡으러 가야 해. 가도 돼?”
“아니! 아빠만 하는 거야.”
“회사 안 가면 시후 가지고 싶은 핸드폰 못 사주는데?”
“가세요!”     


천진난만한 미소를 앞세운 진심에,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놓였다.     


이 녀석을 안 사랑할 수 없다.

난 그 늪에서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우린 아웅다웅 넓혀가는 거리에 적응 중이다.  

   


사진출처(제목) : 드라마 '나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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