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라가 내 울음 버튼인 이유

by 가야금 하는 희원

2009년 내 나이 10살,

그때 나는 처음으로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어릴 때부터 밥을 너무 안 먹어서 키가 작았던 '나'지만,

나보다 큰 키의 가야금을 낑낑거리면서도 그렇게 배우고 싶어 했다.


일단 가야금의 자태가 너무 아름답고 예뻤다.

소리를 낼 때면 마치 내가 동화책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물론 나도 10살 여자아이들처럼

놀이터 가서 얼음땡 하고 수건 돌리기 할 나이이지만,

가야금 할 때만큼은 아주 진지하고 엄숙하게 집중하였다.


하루는 대장금의 ost '오나라'를 진도 나가는 날이었다.

사실 그때 나는 가야금을 배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 막 계이름을 배우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오나라를 배우려면 조금 기다려야 했다.


좋아하면 나오는 힘이 바로 이런 것일까?

앞줄에서 오나라를 배우고 있는 언니들이 너무 부러웠고

나는 얼른 계이름을 익히고 선생님께 달려 나갔다.


''선생님, 저 계이름 이거 다 뜯을 줄 알아요. 그러니 저도 오나라 배울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방긋 웃으시면서

'너무 급하게 진도 나가면 이해가 안될 수 있으니 다음 수업을 기약하자''고 말씀하셨고

풀이 죽은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는 척하면서

앞에 있는 언니의 악보를 슬쩍 보고 몰래 연주를 해보았다.


''라시시, 시.. 라.. 솔''


어찌나 배우고 싶었던지

몰래 외워서 슬쩍 연주하는 그 순간이 초콜릿처럼 달콤했고 짜릿했다.

어찌 보면 호기심 많았던 그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도 간절하게 가야금을 좋아했고 가야금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이러한 이유로 14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오나라를 들을 때면

처음 가야금 했던 10살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울컥한다.


얼른 다양한 곡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순수하게 도전해 보던 그 순간이

'선생님, 저 이것도 할 수 있어요' 해맑게 자랑하던 그 순간이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에게 가야금을 가르치고 있는 요즘

자꾸 생각이 난다.


다음 곡을 진도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밝은 미소가

어릴 적 오나라를 빨리 배우고 싶어 했던 내 미소를 생각나게 만든다.


가야금을 순수하게 좋아했던 그 마음

이렇게 가끔 꺼내보면서

오랫동안 가야금 좋아해야지.


가야금 수업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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