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 좋아하고 싶습니다

가야금 연주자로서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생존 방법

by 가야금 하는 희원

우리는 오늘도 그저 그렇게 수많은 음표를 향해 달려간다. 그저 대학이라는 혹은 대회라는 목표를 향해서 말이다. 마치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경주마 같다. 나 또한 습관처럼 움직이고 움직이다가 결국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채 결국 시들어갔다. 이 시든 에너지는 그동안 나를 돌보지 않은 탓에 수많은 고통으로 찾아왔다.


이에 내가 마주해야 하는 건 근육 통증과 우울함, 무기력함이었다. 한 번은 고등학교 전공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팔 근육 마비에 대한 걱정이었고, 그 걱정을 시작으로 급기야 나를 말렸다. 하지만, 난 이때마저도 멈출 수 없었다. 정확히는 멈추는 방법을 몰랐다.


지금에서 말하는 것이지만, 난 그때 사무치게 좁은 시선에서 허우적거렸고, 조급함이라는 허상에 나를 몰아붙였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타이밍이 있는 법인데 이 모든 세상의 이치를 무시하였다. 나라는 사람을 잃을 정도로 말이다. 즉 일의 순서도 기준도 체계도 없었다. 기준이 없으니 당연히 순서도 없고 전반적인 체계도 없었던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연주자로서 정형화된 체계가 굳이 있어야 돼? 너무 계획형 관점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질문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연주, 연습 등 모든 활동에 있어서 가고자 하는 방향성, 기준/순서, 체계가 없으면 모든 유입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무방비 상태가 된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미리 그 체계가 잡혀있지 않으면 순간 감정적으로 당황하게 되고 산만하게 우왕좌왕하게 된다. 이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순간이 계속되면 우리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잃은 채 점점 불필요한 것을 채우게 되거나 여기서 느끼는 불안감에 점점 지쳐간다.


나는 이 당황스럽고 어두운 터널에서 때론 방랑자처럼 때론 여행자처럼 머물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 터널에 계속 있었다면 이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일단 정리되어있지 않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만의 체계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내가 자주 마주하는 상황을 모두 적고 여러 예외 상황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목표를 설정하고 연습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것들을 적어내려 갔다.


또한, 내가 어떤 주기로 슬럼프가 찾아오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그 슬럼프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도 모두 써 내려갔다.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다. 인생을 왜 이리 피곤하게 사냐고 왜 모든 것들을 통제하려고 하냐고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모든 것들을 전부 통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여러 상황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순서와 기준을 민첩하게 배열하고 판단 및 실행하는 훈련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활동을 1년 간 매일 해온 나는 더 이상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 나에게 터지는 문제에 대해 당황하거나 무너지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예외와 우연의 집합체인 사회에서 내가 미처 설정하지 못한 문제를 발견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까지 한다. 왜냐하면 이때 만든 체계가 나에게 또 다른 좋은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가 터지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시기가 더 불안할 정도이다.


또한, 그 체계를 처음 만들 당시에는 낯설고 서툴렀지만, 이렇게 했을 때 또 다른 장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만의 흐름을 혼자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러 상황에 대해 기준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생각해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힘말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객관적인 순서가 생기고 이는 서론, 본론, 결론으로 정리되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이 생긴다. 오로지 내 힘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우리 삶에서도 특히 1시간에서 약 2시간 정도 공연을 해야 하는 연주자들 입장에서는 필수로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예술인도 무조건 악기만, 음악만 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악기로 흐름을 이끌어가는 능력, 그냥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현명하게 전략적으로 체계를 잡고 실행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없다면 수많은 예외들이 난무한 이 사회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고 이리저리 휩쓸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자기만의 기준과 체계, 나만의 패턴을 만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선 단순히 음악만 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해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현명하게 지킬 수 있을지 우리는 끊임없이 사고해야 한다. 다양한 상황들과 문제에 힘들어하다가 결국 현실과 타협하는 예술인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