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사랑

수요일 밤을 달래는 사랑 에세이

by 가야금 하는 희원

우연이 필연이 되고 그 필연이 숙연함으로 바뀔 때

난 이 인연을 첫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지금은 내가 갈 수 없는 시공간이라서 보여도 본 채 할 수 없는 거품이 낀 상상이지만

그 순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온기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첫사랑은 그 당시엔 느끼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 그것을 돌아볼 여유가 생길 때 비로소

깨닫고 만다. 과거를 자연스럽게 흘러 보내지 못하고 그 흐름이 괜히 미워 보일 때 난 그가 내 첫사랑이라고 확신하였다.


사랑은 신기하게도 모든 것을 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결실을 맺지 못했을 때 진하게 남아있는 짙은 농도의 감정은 어쩌면 이별보다 더 서글플 수 있다.


그러나, 가정할 수 있는 여백이 남아있다는 거,

그리고 마음껏 상상할 만큼 나의 마음이 상처받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다.


결국 이별 없는 이별이다

헤어짐이 없는

헤어질 수 없는 이별이다

그러나, 이는 어떤 헤어짐처럼 그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수백 개의 가정 속에서 다양한 잔상을 올려다 놓을 수 있어서 행복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에게 작별을 내뱉을 수조차 없다.


그는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어도

사랑의 언어에 평온한 온기를 채울 수 있다면 사랑이 일상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 사람,

자신의 진심과 상대방의 진심이 함께 어울리기 좋은 온도와 적절한 간격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의 LP판을 닦다가 가끔 꺼내볼 수 있는 풋내 나는 기억이 되었다.


때론 그 기억이 손을 놓치고 공기로 승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한

내가 머무를 수 있었던 가장 따뜻한 청춘으로 기억하고 싶다.


왜냐하면, 사람은 시간을 거듭하고 세월이 지날수록

사랑을 말하는 속도와 온도가 차분해지고 더디어 지기 때문이다


두터워진 언어의 층으로 사랑을 말할 수 있을 때

나는 내가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말글씨가 흐려질 수도 선명해질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나'라는 사람을 용인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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