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의 왓츠인마인백

가야금 연주자의 가방 속 이야기

by 가야금 하는 희원

유튜브로 패션 관련 채널을 찾아보면

인플루언서나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가방 안에 어떤 물건을 들고 다니는 지를 소개하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 또한 자주 보는 콘텐츠는 아니지만,

가끔 좋아하는 배우들이 왓츠인마인백을 찍을 때면 찾아보곤 한다.


어느 날, 연습을 하다가 잠시 쉬고 있던 상황이었고

신기하게도 우연히 유튜브에 알고리즘으로 '왓츠인마인백'이 뜨길래 슬쩍 들어가 보았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일반인도 어떤 '직업'인지에 따라 가방에 들고 다니는 물건이 다르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 또한 나의 가방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였다.

내 가방 속에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공연이라고 가정했을 때 꼭 챙기는 필수템이 있다.


첫 번째는 '노트'이다


'오잉? 노트, 공연하러 가는 데 왜 노트가 필요하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노트를 챙겨 다니며 필기를 하는 습관이 있다.


그 노트 안에는 '공연을 하면서 든 생각, 평소 연습, 공부 등 다른 일정을 하느라 돌아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

새로운 아이디어, 나의 정체성에 대한 글쓰기,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한 나의 생각 정리 등등

나의 모든 생각들이 적혀있다.


그 노트를 펼쳐보면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비장하게 쓴 이야기도 있고,

날씨가 흐리다고 우울하다고 쓴 이야기도 있고

졸릴 때 쓴 것인지 글씨가 꼬부랑체 인 것도 있다.


일기랑은 약간 다르다.

물론 에세이 형태로 일기장에 기록하듯이 쓴 것도 있지만,

체계적인 나만의 방식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로 정리한 것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이 노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이디어' 부분이다.

꼭 연습을 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 방식을 공연에 적용해 볼 수 있을까?'

라고 다양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취미인 나는 어떤 것이라도 대부분 적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새로운 것을 깨닫고 아이디어를 얻게 되면

나는 가방 속에 있는 노트에 그 내용을 적고 싶어 손가락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만큼 나에게 '노트에 정리하는 습관'은 그 어떤 것보다 당연해졌다.


물론, 처음에는 노트에 글을 쓰는 것이

볼펜으로 글씨를 쓰는 필기감을 좋아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었지만,

그렇게 생긴 글 쓰는 습관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내 음악 또한 깊이 있는 음악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김희원 노트 필기.jpg 2022년 9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작성한 노트입니다


두 번째는 '튜너기'이다

이는 음악 하는 연주자라면 꼭 필수적으로 가지고 다녀야 하는 도구이다.

음의 높낮이를 평균 기준에 맞추는 방식으로 음을 조율할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특히 '가야금'이란 악기는 음이 고정되어 있는 피아노와 달리

음이 계속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연주 전 음 맞추는 과정은 필수이다!


튜너기 관련하여서 신기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혹시 '방 상태가 결국 그 사람의 마음 상태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튜너기를 사용하는 습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튜너기로 '음을 어떻게 조율하느냐'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음악을 접할 때의 습관을 알 수 있다.

보통 튜너기를 악기에 꽂고 음을 조절하는 데,

'어느 위치에 튜너기를 꽂고 하는지'

'틀린 음을 발견하였을 때 바로 고치는지, 혹은 그냥 넘어가는지'

'마지막으로 음을 고치고 나서 다시 확인하는지' 등등을 보면 그 사람의 꼼꼼한 정도를 알 수 있다.


혹여 음악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이 연주 전에 음을 어떻게 맞추는지 보라!


다른 연주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음을 조율하는 습관'이 악기 관리의 기본이라고 생각하였고,

그중에서도 튜너기가 연주자의 성격을 나타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물론 공연하러 갈 때는 가장 중요한 무기인 '한복 의상과 가야금, 악보'를 챙겨야겠지만,

오늘은 그 외에 필수로 가져가는 물건을 소개해보았다.

공연/연습 등을 하러 갈 때면 생각보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손톱깎이, 핸드크림, 손톱 다듬는 도구, 머리 실핀, 망, 화장품, 튜너기 건전지'처럼 말이다.


각자 저마다의 위치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여러분도


''왓츠유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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