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우당탕탕 가야금 전공생의 고등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 에세이

by 가야금 하는 희원

나는 어느 평범한 고등학생과는 다른 학교 생활을 하였다.

우리 학교는 국악을 전문으로 배우는 학생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였다.

물론 고등학생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대학교 입시라는 아주 험한 산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들과의 시끌벅적한 추억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 힘든 시절을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그 시절이 이렇게 그리워질 줄은 몰랐다.

입시로 힘든 감정만 떠오를 뿐

이토록 흐뭇하고 따뜻하게 그 순간을 바라보게 될 줄이야.


나는 본가가 지방이라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다.

고등학교의 꽃은 '기숙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통금시간이 10시 30분인가 그랬을 것이다

10시 30분까지 그렇게 열심히 연습 또는 공부를 하다가

기숙사에 들어와서는 룸메이트랑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게 놀았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 웃기고 재밌었는지 돌만 굴러가도 웃었다.


'세탁기 다 됐어. 빨래, 가져가'

공용 세탁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밤 시간만 되면 먼저 세탁기를 쓸려고 전쟁을 치러야 했다.


또한, 그 당시에는 기숙사에서 음식물 반입이 안되었기 때문에

몰래 군것질을 먹는 것이 우리의 소소한 일탈이었다

유난히 연습이 잘 안 되거나 레슨 선생님께 혼나고 온 날에는

어찌나 매운 음식이 먹고 싶던지 편의점에서 몰래 닭발을 사 와 룸메이트와 먹곤 하였다.


너무 매워서 헥헥거리면서도

몰래 음식 먹은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급하게 페브리즈를 뿌리던 순간이 떠오른다.


하지만, 기숙사의 묘미는 '시험기간'이다.

이상하게도 이 시기만큼은 음식에 대한 엄격함이 사라진다

'머리를 쓰니까. 어려운 거 공부하니까 먹어도 돼'

참 이상한 논리이지만,

더 이상한 것은 모든 학생들에게 허용되는 타당한 논리이었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달콤한 초콜릿을 먹거나 때론 몰래 아이스크림을 사 오기도 하였고

재미있는 시험기간을 완성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때는 공부 빼고 모든 것이 재밌었다


한 번은 수학 시험 전날이었는데

룸메이트와 함께 둘 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학에 지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점점 제정신이 아니었던 날들도 있었다.


우리 학생들은 학과 공부뿐만 아니라 실기시험도 있었기 때문에 그 시험도 준비해야 했다.


학교 내에 연습실이 있었는데

실기시험 혹은 대회가 있을 때면 연습실에 자리가 없었다.

일찍 종례하고 나면 얼른 연습실로 달려가 자리를 맡아놓기도 했고

어떨 때는 친구와 함께 두 명이서 연습을 하기도 하였다.


나의 경우 학교 연습실에서 모든 레슨 및 개인 연습이 진행되었고

이 장소에는 내 학교생활의 전부가 묻어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험이 있거나 시험이 없거나

몸이 아프거나 하기 싫은 날도 연습실에 왔다.

우리 연습실에는 조그만 유리 창문이 있었는 데

그땐 '입시'라는 좁은 관문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경쟁을 해야 했고

옆 방에서 잘하는 소리가 들리면 슬쩍 일어나서 창문으로 빼꼼거리기도 하였다.


때론 내가 이 방에서 연습한다는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

창문을 담요 또는 종이로 가리기도 하고

연습할 때 문을 등지고 몸을 돌려서 하기도 하고

정말 다양한 시간들이 있었다.


이렇게 고등학교 학교 생활을 풀자니 이야기보따리가 한 움큼이다.

자주 가던 떡볶이 집

자주 가던 마카롱 가게

꼭 연습 끝나고 나면 들리던 큰 마트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다.

이런 귀여운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아닐까?


그 당시에는 힘들고 외로웠을지라도, 지나고 나면 모두 '추억'이 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무엇이든 탁월하게 완벽하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때 그 시절의 소박하고도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 또한 자신이 가장 아름답고 순수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 따뜻하게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20180702_111323_422.jpg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한복을 입은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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