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그림 그리듯이 작곡하는 한 연주자의 이야기
'희원아, 너는 보통 어떤 방식으로 작곡해?'
곡을 직접 작곡하여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진 요즘,
자작곡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던 친구에게 받은 질문이었다.
'나는 곡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내 감각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편이야.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곡이 만들어져 있어.
오히려 만들려고 애쓰다 보면 영감이 사라지더라고''
정말 신기하게도 곡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날에는
아이디어가 기분이 상했는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나올 듯 말 듯
어떤 선율은 빼꼼 눈만 마주치고 쏙 들어가 버린다.
보통 나는 작곡을 할 때 ''지금부터 작곡을 시작하겠어"하고 시작하기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번뜩인다.
나에겐 그럴 때마다 찾아오는 신호가 있다.
머리가 간질간질 손이 근질근질
마음이 콩닥콩닥거린다.
욕심을 부리거나 유난히 선율이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정체구간'이지만,
작곡이 잘되는 날에는 솔솔 바람이 부는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솔솔 바람이 불 때면 일단 나는 그 상태로 즉시 녹음기를 켜고
얼른 악기로 달려가 연주를 한다.
물론 처음에는 투박한 선율일 수도 있지만,
녹음본을 계속 들으면서 다듬다 보면 곡이 만들어져 있다.
작곡 이야기를 꺼내면 어릴 적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울산에 살았던 나,
내가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길 원했던 엄마는
주말, 평일 할 것 없이 정말 다양한 곳을 데리고 다니셨다.
또한, 미술관, 박물관, 궁궐 등이 많은 서울을
그곳에 사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방문하였던 적도 있었다.
서울 이외에도 대전, 대구, 부산, 안동, 통영, 여수, 속초 등등 전국방방곡곡을 다녔다.
여행뿐만 아니라 그림, 한국무용, 발레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많이 접하면서 엄마는 내가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도록 하였다.
이때 절대 빼놓지 않았던 그녀의 질문
'희원아, 이건 무엇을 표현한 것 같아? 너였으면 어떻게 표현했을 것 같아?'
엄마는 늘 내가 스스로 생각하게 하였고 , 직접 묘사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키우셨다.
끊임없이 묘사하고 표현하였던 것이 습관이 되었을까?
마찬가지로 작곡할 때도 이를 적용하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경험, 감각, 감정들이 음의 흐름으로 묘사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인지 작곡을 연주할 때면, 마치 피사체를 두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된 것 같다.
이처럼 나는 나에게 존재하는 이야기가 음악으로 바뀌는 마술을 경험하며 작곡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옅게 그려진 스케치가 색을 입고 비로소 입체적인 음악을 완성할 때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내 이야기를 더욱더 풍성하게 채우면서
다채로운 음악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