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좋아하는 가야금 연주자의 에세이
'한 편의 편지 음악에 여러분들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
어떤 공연으로 기억에 남고 싶은 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공연이 마치 관객에게 편지를 쓴 듯한 공연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주 편지를 쓰는 편이다.
편지를 쓰면 빈 종이에 내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그 마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 아이디어를 몇 개의 타자로 쉽게 전하고 저장할 수 있는 이 시기에
가끔은 '편지'처럼 내 손글씨에 기대고 싶은 날이 있다.
사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더 잘 지키기 위한 나만의 비밀이다.
솔직히
이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모든 이가 나를 좋아할 수 없고
내 진심이 그게 아니었음에도 모두 다 전달될 수 없다.
그러므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꾸려나가는 것이
더 현명하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진실을 올곧게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난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다.
진심을 꾹꾹 눌러 담으면 담을 수록 더 깊어져갔고
편지를 받을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짙은 농도의 사람이었는 지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 순간 만큼은 그 사람이 이 편지를 받으며 감동에 눈물을 짓는 상상
또는 그 사람을 웃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누군가의 눈물과 미소가 교차되는 지점에
내 편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기쁜 일이다.
어느 순간, 난 이 편지에 바다를 끄적이기도 했고, 계절을 끄적이기도 했다.
신기한 건 이 끄적임에 향긋한 향이 존재했다.
바다를 떠올리며 혹은 바다를 기억하기 위해 끄적이니 시원하고 싱그러운 향이
계절을 끄적일 땐 온기의 변화를 말하는 고풍스러운 향이 났다.
이렇게 편지는 시각적인 요소이지만, 청각을 때론 후각을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감각을 좋아하는 내가 '편지'라는 소재에 매료된 건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이었다.
한껏 매료된 편지에
관객들에게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마음껏 담으며 연주하고 싶다.
그들도 편지라는 요소에 매력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앞으로 펼쳐진 수백만장의 편지에 세상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