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이 고갯짓으로 딸꾹질을 한다
배부른 배가 클래식을 좋아하는지 뭉근한 선율을 노곤하게 틀어놓는다
식사 전에는 어찌나 배가 고프다고 꼬르륵 랩을 하는지 현란했지만
배가 잔뜩 부른 지금,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나른하다
계란프라이처럼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린다
버스에서 그렇게 민망할 정도로 고개로 딸꾹질을 하고 간신히 잡은 내 정신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본다
다들 얼굴이 발그레하다 그렇게 우리들에겐 동의한 적 없는 뜨거움이 찾아왔다
더위에 기승을 부리는 요즘 평소 같으면 열심히 땋아 올렸을 시간의 주머니가 축 늘어져있다
난 물을 넣은 적이 없는 데 어느새 땀이 송송 맺혀있고
난 축 늘어뜨린 적이 없는데 내 시계보다 방대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보통 이럴 때 겨울의 언어를 잠시 빌려온다
예를 들어 추운 온도를 말하기도 하고 그 온도와 함께 했던 시간을 말하기도 한다
그때 그 바람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움을 누그러지겠지 하면서 말이다.
우린 그렇게 그때 그 겨울을 떠올리며 시원함을 그리워한다
물론 말함과 동시에 더움이 삐죽 나오지만
계절마다
다른 시점의 온도를 그리워하고 다시 오늘을 알아가는 재미가 살아있음의 증거가 아닐까
그러니 조심히 난 오늘의 온도를 받아들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