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프란츠 카프카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이란 책을 읽다, 이 책은 휴가 때 마음을 가다듬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생각은 뭔 말인지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머리가 빡빡해지기 때문이다. 잘하지 않던 책을 덮어두었다. 대신 도착한 얇은 "변신"이란 책을 골랐다.
책을 읽고 나서 '문학장르하고는 잘 안 맞나?'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 지인이 '이방인'을 보고 파격적이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할 때 참 신기했다. 내 대답은 '그럴 수도 있지, 세상엔 온갖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걸요'라고 말했다 욕을 한참 얻어 들었다. 감수성이 없는 걸까? 세상은 항상 이래야 한다는 전제는 누가 만든 것인가? 사실 그래야만 한다는 것은 변화가 안정을 준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 아닐까? 그럼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변신'이란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재미가 없다'라는 생각이다. 전래 동화에 소로 변해 일을 엄청나게 하는 것과 뭐가 다르지?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에도 사람이 변신을 하는 이야기는 많다. 동화나 신화는 재미있기라도 하지, 건조한 이야기의 흐름이 읽던 책을 읽었어야 하는 생각을 잠시 떠오르게 한다.
책을 보며 '내가 벌레가 된다면?'이란 생각을 잠시 해봤다. 당연히 이 보단 더 괜찮은 것으로 변해보는 것이 더 좋은 상상 같다. 벌레가 된다면 인간의 문명과는 단절이다. 신화나 전래동화처럼 자유자재로 변신하고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벌레는 벌레일 뿐 인간이 아니다. 아무리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인간이었던 과거를 상상한다는 것은 자위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문제일까? 비참하지만 마지막 가족들의 대화를 통해서도 그럴만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벌레의 세상과 문명에서 인간으로 변신했다면? 이 또한 마찬가지다. 벌레가 생존의지 없이 죽어버린 것인지 그레고리가 그런 것인지 한편으론 조금 한심해 보인다. (이래서 갬성이 없다거나 이런 소릴 듣나??)
한 가지 이 책을 보며 인생은 외롭다기 보단 고독한 것이란 생각을 한다. 담배를 왜 피우냐는 말에 최민식이 한 말을 좋아한다.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오는 녀석은 이 녀석뿐이라는 말이었다. 내 생각을 더 하자면 공기가 아니라 숨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들어갔다 나올 뿐이다. 가족들이 함께 해 행복하다는 말을 부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레고리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는 본인의 것이다. 이것이 타인에게 전달되는 것은 정말 지극정성과 진실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렇게 오래 함께 하는 가족과 배우자도 이런저런 떠오르는 내 마음을 다 알 수는 없다. 우리는 단지 그렇지 않을까 하는 타인의 마음을 추정하고, 행동으로 확인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세상이 익사이팅하게 돌아가는 것이고.
어찌 되었거나 살다 보면 살아진다. 어떻게 살지는 내가 만들어간다. 홍길동이나 손오공처럼 척척 변신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를 통해서 조금씩 끊임없이 중장기적인 변신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내 작은 소망이라면 성깔 더럽고, 추레한 할배가 되지 않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긍정적 표현을 하면 토를 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주리를 틀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 갑자기 변하면 큰일이 벌어지니, 병아리 눈물만큼 지금보다 조금씩 나아져 보려는 중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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