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The Flash, 2023 ★★★★)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뼈는 멀쩡하고 염증이 생겼다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흑백 사진을 보면 '내가 저렇게 생겼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의사 선생이 목을 이리 저리로 비트는 바람에 정신이 들었다. 주사도 맞고, 처방전도 받고,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 지하철을 타려다 힐에 차였는데, 웬걸 어깨보다 오른쪽 종아리가 무척 아프다. 깊숙이 알 배긴 듯 통증이 심하다. 주저앉았다 일어나니 기차는 가고, 사람들도 사라지고 억울한 생각보단 걷기가 무척 곤란했다. 그 시간이 돌아간다면 바뀔까? 글쎄 리바이벌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일은 후회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를 곱씹는 것은 배울 것이 명확할 때다. 좋은 추억은 위안이고 삶의 흐뭇한 마음을 주는 것이면 족하다. 걱정과 후회는 삶을 갉아먹는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차피 인간에게 시간이란 넘사벽일 뿐이다. 시간의 굴레에서 현재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플래시가 무엇을 하겠다고 열심히 용을 쓰는 모습을 보며 갖고 있던 생각이 되새김질을 한다.
세상에 가족, 누구에게나 엄마의 존재는 위대하다. 가끔 거대한 아빠가 존재하긴 하지만, 엄마의 존재는 자식에게 비교할 수 없다. 며칠 전 '나 이젠 고아다'라고 말하던 어르신의 말처럼, 그렇게 우린 가족을 되새김질하며 살아간다.
플래시에서 그려지는 멀티버스는 내겐 산만하다. 평행이론이 되었던, 무엇이 되었던 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일이다. 상상으로 그런 꿈을 꾸고, 꿈속에라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나볼 수 있지만. 다차원의 시공간을 인정한다고 해도, 내가 갈 수 없는 시공간이 무슨 의미일까? 갈 수 있다고 믿어야 방법을 찾을까? 아직까지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가능성을 추측할 뿐이고, 그렇다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도 없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배트맨이 바뀌고(난 조지 쿨루니가 훨씬 좋다 ㅎㅎ), 슈퍼맨은 사라지고 슈퍼걸(슈퍼우먼인지 슈퍼걸인지)이 나타나고, 내가 바꾸려는 과거는 계속 삑사리가 난다. 우리가 걸어온 발자국(foot print)은 지워지지 않는다. 플래시는 발자국 위에 덧칠을 계속하며 새로운 창작을 기대하지만 원작의 훼손만 가속될 뿐이다. 그래도 소중한 존재인 엄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을 무엇이 비교할 수 있을까?
마블, DC부터 요즘 너무 멀티버스란 소재에 메여있다. 세상이 언제 올지 모르는 디지털인지 돼지털 투윈에 몰입한 것처럼. 시간의 굴레에서 그때가 찾아올 때까지 준비하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듯, 인간은 시간을 뛰어넘지 못한다. 단지 조금 빨리 뛰는 자, 게으르게 천천히 가는 자, 가끔 산만하게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거나 헤매는 자가 있을 뿐이다. 철학적 메시지가 일반에게 급격한 졸음과 두통을 주는 것과 같다. 그래서 신화와 전설이 나오고, 더 쉽게는 우화, 동화가 나온 것 아닐까? 영화도 그 범위속에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더 많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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