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쓴거냐? 어쨋든 가을이 오고 있다
명절이 지나고 있다. 아침부터 고향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 하늘은 깊고, 청명하고 파란 deep blue sky를 비추는 따뜻한 햇살이 좋은 계절이다. 마음도 그러면 좋으련만, 마음만 깊어간다.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일이 더 많이 다가오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일이고, 살다 보면 살아가게 되는 이치를 벗어나지도 못하면서 쓸데없이 마음만 깊어진다니까.
집구석 아저씨의 할 일이란 연휴 전부터 틈틈이 보던 드라마 마무리, 후배들과 만나 가벼운 담소와 소주 한 잔, 이런저런 궁리와 낙서, 그리고 읽다 말다 하는 소설 책 한 권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7권째를 보는데 언제 끝나나? 한 여름에 읽으려던 '한비자'는 이런 기분 좋은 가을을 맞이하며 쉬고 있다. 1/3 가량을 읽고, 유명한 '해로'편을 시작해야 하는데 기발한 생각이 났다. 한 여름에 읽기로 했으니, 내년 여름에 마무리하기로. 10월에 출장도 두 번이나 가야 하고, 법인설립도 마무리하고 정신이 없네. 자주 하늘을 봐야겠어. 세상 일은 알 수가 없으니. 그런데 VOD로 얼마를 쓴 거냐..
밀수 (★★★+1/2)
개인적으로 전도연, 김혜수, 이정현이 나오는 영화가 은근 타율이 나쁘지 않다. 어려서 전축(이거 뭔지 알지? ㅋㅋ)에 대형 카세트 테이프에서 나오던 그 유명한 '주현미 쌍쌍파티'같은 느낌의 영화다. 지금 80대 분들이 한창이던 시절일까? 회사 임원들의 어린 시절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도 밀수는 불법이고, 품목도 바뀌지만 우리나라도 40년 전만 해도 밀수품이 적은 것은 아니다. 공항 세관은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대부분 현행범이며 국경이라 체포, 발포의 권한이 있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사법기관의 하나기도 하다. 해녀들이 밀수를 하고 그 속에서 여인들의 단결과 의리를 보면 끈끈하다. 대부분 남자들의 의리를 그리는 영화를 그려서 그렇지. 내 주장으로 보면 지금 한창인 아시안 게임, 올림픽을 봐도 인기는 축구, 야구지만 메달수는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남자들 잘하는 게 별로 없지. 폼 잡던 권상사의 모습보다 생존하고 살아내는 해녀들이 강자 아닌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1 (★★★★)
Mission: Impossible - Dead Reckoning - PART ONE
서양의 레트로 격인 탑건 2를 재미있게 보고 난 뒤라, 미션 임파서블을 보며 그저 그렇다는 생각이 들긴 처음이다. 특히, 너무 자주 여기저기에서 멀티버스를 그려내며 양자역학 대회를 하는 듯한 분위기가 아주 지겹다. 그래봐야 '이런 거 아닐까?', '이럴 거 같더라' 내지는 결국 '궁금하지 별거 없다' 아닌가?
톰크루즈의 스턴트가 대단하긴 하지만 이젠 좀 무리하지 않을 때가 된 것은 아닐까? 때 맞춘 좋은 비처럼 그럴 때를 맞출 때 천천히 다른 분위기도 괜찮을 텐데. 전과 같은 긴장감과 속도감이 아쉽다. 그래도 30년 가까이를 롱런하는 시리즈라 실망감은 없지만.
비공식작전 (★★★1/2)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지금 세상은 왜 자꾸 70년대 80년대를 그리고 회상을 할까? 마치 '모가디슈'의 다른 버전처럼 느껴진다. 생각 외로 내겐 카림(Fehd Benchemsi)의 역할이 아주 돋보인다.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보기보다 의리 있고. 김판수의 역할이 있지만 저 시대에 사우디에 갔다가 중동을 떠도는 사내가 있었을까? 알 수야 없지만 고려에서도 이주한 베니스 상인이란 책이 생각 날 정도다. 그리고 요즘은 택시가 죄다 벤츠가 맞지만 그 시대에 벤츠가 택시일리가? 한 가지 국가의 역할을 보면 얼마나 기망적인지 돌아보게 된다. 사실 국가는 잘못이 없다. 그 실체는 사람이고, 추잡한 국정원장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세상은 잘 변하지 않는 것도 사람 때문이고, 역사가 반복되는 것도 사람 때문일 뿐.
콘크리트 유토피아 (★★★+1/2)
복잡 미묘한 영화다. 자본주의의 상징이 아파트, 우리나라 부의 축적 근간이란 존재를 아주 여러 가지 각도에서 비추고 있다. 설정이 설국열차와 같은 세상의 종말처럼 그려진 부분이 재미있다.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있는지 알 수 있듯, 극단적 상황은 사람의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난세엔 영웅이 필요하다. 그에게 의지함으로 희망을 갖으려는 필요 때문이다. 지금 세상도 그렇다. 여기서부터 인간의 골 때린 바닥이 오만 잡다한 현상을 야기한다. 왕후장상의 씨는 없지만 얼떨결에 잡은 권력과 탐욕은 이 반대편에 서서 인간의 존재성과 위대함을 들어내는 씨앗을 함께 키우기 때문이다. 이병헌의 연기도 꽤 괜찮았고, 상대적으로 박보경의 연기가 기존 출연작과 비교되어 더 돋보인 것 같다. 이런 스토리가 흔하지만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는 유의미해 보인다. 이 둘을 빼면 사람은 바람에 쉬지 않고 흔들리는 갈대다. 이리로 저리로.
보호자 (★★★+1/2)
배우들의 역할과 캐릭터가 독특하다. 스토리는 평이하다. 기승전전전과 같은 느낌이 아쉽다. 김남길은 예전 신라 사극에서 인기를 얻은 것 같은데, 선덕여왕인가? 그보단 내겐 '무뢰한(Shamless)'이 인상적이었다. 계속된 구도와 마지막 대사에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시간을 보내기 아십지 않은 정도지만 뭔가 있지 않을까? 뭔가 있겠지라는 상상을 조금씩 하는데 그게 없다는 것이 아쉽다.
무빙 (★★★★+1/2)
화려한 배역보다 스토리가 아주 재미있다. 이 드라마도 레트로 분위기가 흘러넘친다. 한국판 히어로우 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자유친의 구도를 철저하게 지키며 한국적이다. 마무리가 조금 헐렁하게 끝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무엇보다 폭력적인 듯 인간미가 남이 있어서 좋다고 할까? 이럴 때 '남벌'같은 만화를 시리즈로 만들면 얼마나 좋아? 인기 있는 드라마가 많아진 시대다. AI의 반복적 학습이 차이를 구분하는 경험축적의 과정이라면, 다작의 생산이 명작의 생산 근거가 된다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래도 아직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조선왕조 5백 년', '왕좌의 게임' 같은 대작이 나오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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