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12.12: THE DAY (★★★★★)
79년 새로 양옥집을 짓고 있어, 온 가족이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집 근처 단칸방을 빌려서 생활 중이었다. 그날 새벽은 national 빨간 라디오를 애지중지하던 할머니가 세상에 난리가 났다는 소리에 잠에서 깬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얼마 후 공설운동장 옆 체육관에 박정희 영정 사진이 놓이고 참배를 전교생이 갔던 것 같다. 국민학교 입학하자마자 이게 웬 난리인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체육대회 간판은 뒤로하며 광주에 난리가 났다는 소리, 또 얼마 지나 머리 벗어진 대통령이 온다고 전교생이 태극기 휘날리며인지 휘발리며 거리에 내몰렸다. 또 얼마 지나서 아웅산에서 폭탄이 터져서 여럿 죽는 일이 생기고.. 돌아보면 살기 좋은 시대였다고 회상하지만 삼저로 대외여건은 좋았지만 여러 가지 말 못 할 황당한 일이 계속 발생했던 것 아닐까?
시대가 지나고 MBC에서 5 공화국이란 드라마를 했다. 현대사를 조명한다는 것이 나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를 돌아보고 찬성과 반대, 다른 의견들이 자유롭게 개진되는 것이 진실을 찾는 길이다. 그럼에도 서중석 교수의 현대사에 대한 학위와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학자들도 생존자들을 평가한다는 부분에 두려움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지금 시대는 다른가?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1212 쿠데타는 역사적으로 전두환 사형판결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목숨만 구걸한 것이 아니라 일해재단, 평화의 댐등 엄청난 부정축재를 일삼았다. 반면 장세동과 같이 지금까지 똘똘 뭉친 하나회의 잔재를 아직도 볼 수 있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부정축재를 했을까? 이런 사실은 자극적이고 관심도 많다. 그러나 역사를 재조명한다면 그들은 어떤 계기로 출현해서 대한민국에 파장을 던졌는가? 이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당 부분은 이해한 이야기다. 반면 야포부대가 포격을 준비했었다는 사실, 2 공수가 회군과 진군을 반복했다는 사실, 최규하와 같은 우유부단한 사람이 꽤 버텼다는 사실(기억에 죽을 뻔했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두환이 체포단계에 있었다는 사실, 5 공화국과 달리 하나회에도 좀 덜떨어진 것들도 있다는 사실, 등신같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지만 실전의 역량과 판단력이 부족한 장성들의 행태(지금은 다른가?)등 새롭게 영화를 통해서 이해하는 내용도 존재한다. 누군가 이름이 바뀌면 실명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갖고 온 것이고, 성이 바뀌면 어떤 판단과 해석이 다양하다는 접근법도 이해가 된다. 김의성이 역할을 담당한 등신 같은 국방장관은 여전히 생각해도 짜증이 난다. 그 짜증이 현재까지 이어지니 참 할 말이 없다.
이태신이란 이름의 장태완이 그 정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영화처럼 광화문이 그렇게 바리케이드가 쳐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신문상 탱크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가 꽤 긴 러닝타임인데 지루함이 없이 긴박하다. 급박한 상황 반전이 효과음들과 함께 계속 몰입하게 하는 맛이 있다. 결과를 알지만 응원하게 된다는 묘한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왜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공감을 하게 될까? 한 명을 죽이면 살인이고, 만 명을 죽이면 나라를 얻는 영웅이 된다는 것에 대한 공감일까? 마치 그런 희대의 영웅처럼 일명 뻐거는 강력한 힘을 사람들이 기대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공포에 나약한 자신을 위로하며 수동적으로 변하는 것,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강력한 지지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배우의 호불호를 떠나 사람들의 공감은 올바른 신념과 태도에 대한 공감이 아닐까? 지금 시대는 어떠한가?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왔는데, 다시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라는 책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세상에 다시 이런 역적의 사진이 칭송되는 시대가 또 생길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이젠 작작하고 바른길로 힘차게 나갔으면 한다. 세상의 방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듯 하지만 길이 없는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서울의 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80년 봄은 왔으나 그 봄이 그 봄이 아닌 시절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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