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생일은 모르겠고 빨간 할배 언제 오시는 거예요?
밖에 나갔다 왔더니 쿠팡 로켓배송으로 마나님이 모자를 하나 샀다고 준다. 방울이 달렸으면 더 볼만할 텐데 군밤장수도 아니고.. "이건 좀 그렇지 않나?"라고 했더니 달봉이를 불러서 물어본다. 지금 쓰고 다니는 비니는 좀도둑 같다고 한 녀석인데, 답변 왈 "이건 홈리스 같은데요"란다. 이게 내 의견에 부흥을 하는 거 같은데 어디서 이런 놈이 나온 게냐. 마나님이 "야 그건 좀 심하지 않니?"라고 했더니 키득키득 웃으며 "옷걸이가 문제인 거 같아요"란다. 아휴 저걸 먹여 살리고 있다니 아이고 ㅠㅠ
탕수육이라도 먹으러 나가자고 했더니 별봉이는 어제부터 간짜장, 곱창 등등 맛난걸 잘 먹어서 나갈 계획에 반대란다. 갈수록 먹은 음식이 술안주류가 나온다. 내가 매일 마누라처럼 이 자식이 언제 오나 기다리다가 먼저 잠이 들고 있다. 달봉이는 배부르니 내일 나가자고 한다. 마나님도 찬을 이것저것 만들었는데 내일 갈비나 먹자고 한다. 결국 싸돌아 다니다 늦게 온 나 혼자 뭘 먹었다. 할 말이 없지 뭐.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헛개 음료를 사다 드리고, 레몬맛 탄산수와 레몬을 조금 샀다. 집에 가끔 별봉이랑 시음하는 맥켈란에 살짝 하이볼처럼 만들어 먹어보려고 샀다. "아들 한 잔 해볼까?" 했더니 "싫어요"라고 숨도 안 쉬고 답이 나온다. 어째 매일 늦더라 나쁜 자식. 한 잔을 만들어서 "그래도 아들 맛만 볼래?"라고 했더니 "조금 약한데 맥켈란 맛이네요"라며 잔을 돌려줄 생각을 안 한다. 왜 안 주냐니 먹으라고 준거 아니 냔다. 어이가 없네.. 내 걸 한 잔 다시 만들고, 사무실에 집에서 안 쓰는 모스크바 에스프레소잔을 깨끗이 닦았다. 어이가 없을 땐 잡생각보다 몸을 움직여야지. 닦다 보니 스코블라 잔이 있다. 스코블라가 뭐였더라? 나이가 들면 명사를 잊어먹는다는데.. 아하.. 체코. 그런데 잔이 왜 있지? 이것도 잘 닦아서 사무실에 놔야겠다.
어이가 너무 없어서 그런 거야. 올해는 빨간 할배가 오긴 오는 건가? 너무 뜸하던데. 일 좀 합시다 어르신. 이 어르신도 내 편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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