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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Aug 17. 2024

사기는 사기인가?

사기, 2천 년의 비밀

 이덕일 재야 사학자의 책을 본 기억이 정말 오래되었다. 한민족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며, 기성 강단 사학자들의 주장에 의문을 재기하는 책을 많이 쓴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동양 고대사의 한 획을 긋는 사기에 의문을 던지는 그의 노력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사학자가 있어, 그분이 포장도 안 뜯고 갖고 있던 환단고기를 졸라서 받아 온 적이 있다. 이 책을 보면 아주 신이 나고 재미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가?라고 생각해 보면 재미와 역사적 사실의 거리감을 느낀다. 


 요즘처럼 역사논쟁이 붙는 시대를 살다 보면 어이없는 경우가 많다. 역사는 그 시대의 눈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료를 찾아야 하고, 상고사는 결국 드넓은 대지에 삽질을 통해서 파내야 하는 과정이다. 일제강점기가 더 통탄스러운 것은 많은 사료가 사라졌다는 것이고, 한국전쟁은 그나마 남은 것들이 상당히 잿더미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두 시대가 한민족의 입장에서는 쳐 죽일 만행이란 사실일 뿐이다. 민족이 근대의 개념이라고 하지만 이것을 인정하면 부락, 부족, 고대국가등의 개념은 어떤 근거인가? 지금은 중국의 역사공정, 친일잔재의 역적사관이 철폐되어야 하는 시대다. 


 이런 생각과 별개로 사기에 문제를 제기한 광폭횡보가 책을 보게 된 이유다. 인문학적으로 사람을 이해하는 양서중에 사기만 한 것이 있을까? 김원중의 사기 완역본을 읽고 세상을 살아가면 큰 도움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한 번 읽어 보라고 권장하는 책이다. 하지만 본기, 세가, 서, 열전, 표등으로 구성된 사기를 다 읽는 것은 사실 무척 어렵다. 어려서 별봉이가 읽고 있는 책의 표지와 두께를 보고, 자기 초등학교 교과서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리고 매일 얼마나 읽었나 확인도 하고. 한 번 읽어보며 이야기의 맥락과 생각할 점들은 그나마 이해하기 쉽지만 지리적 비정, 계보, 엄청 많은 나라들의 관계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는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런 사기의 저자 사마천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나는 불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변덕스러운 사람들의 해석이 변할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석이 변해야 할 근거와 고증이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것이 잘못된 것일 뿐이다.


 이 책에서는 사마천이 삼황오제의 시대에 왜 황제를 중국이란 개념의 시조로 설정했을까? 그리고 그 배경에 대한 고문서를 따르는 추정과 해석, 반론이 존재한다. 어쩌면 동이족의 흔적을 찾아 계보를 이어가는 과정이란 생각을 한다. 집요하고 확실한 접근법이다. 무리한 접근이라는 생각은 없다. 단지 동시대에 고정된 사관에 파격이 존재할 뿐이다. 불과 100여 년 전 신채호와 박은식의 역사관만도 못한 현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다만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기득권과 정치적 접근이 어느 시대나 문제일 뿐이다.


 인간의 역사 즉 시작은 알 수가 없다. 이러니 종교에서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고, 여러 신화에서는 인간의 제작과 창조과정은 제각각이다. 해님만 봐도 애가 생긴다는 비과학은 은유와 비유라고 해도, 여자는 그럼 산소 모든 곰이 마늘하고 쑥 먹고 사람이 된 것은 아닐 텐데. 이렇게 보면 모든 고대사회가 모계사회란 생각은 든다. 더 답답한 것은 인간의 미래와 종말도 우린 알 수가 없다. 내일 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사니 말이다. 일명 미신, 종교가 난무하는 이유일 수도 있고, 미스터리라고 하는 예언, 시간여행자라는 이야기가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는 인간이 그려낸 무늬 중 그날그날의 사실이 쌓여서 기록되고 그려지고 하며 남은 흔적이다. 해석과 관련하여 현재의 이해관계가 존재한다고 현재의 필요대로 해석하는 것이 역사왜곡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사마천에 대한 저자의 접근법은 이해할 부분이 있다. 현재 벌어지는 뉴라이트는 사실 역사적, 철학적, 문명사적인 관점이 없다. 돈 되면 아무거나 하는 천박한 자들이 벌이는 이전투구와 다르지 않다. 사마천에 대한 재야사학가는 역사적 접근과 같은 방식은 당연히 수용되고 토론이 되어야 하지만, 국가 헌법의 근간을 부정하는 반국가세력은 조선시대처럼 9족을 멸하지는 못해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초 자유는 허용하나 나머지에 대한 혜택과 사회적 활동을 제약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한다. 미국도 국가수권법을 활발이 사용하는데 국가 보안법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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