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은 날

별봉이 주식

by khori

"오늘은 일하기 싫은데"라고 중얼거렸다. 사무실 막둥이가 "어제 야근하고 사무실에 일찍 와서 그래요. 오늘은 쉬엄쉬엄 하세요"란다. 쉬라는 말이 없다. 췟!! 오늘 같은 날은 심정적으로 고객님인지 고객놈인지 분간이 안 갈 수 있다. 왜냐하면 "하기 싫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기분이 나쁘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할 것은 일단 마무리한다. 어제부터 굴지의 기업이 퇴근시간이 다돼 가는데 자료 요청하고 당연히 내일까지라고 콜을 걸었다. 요즘 마가 끼었나 매일 퇴근 시간에 와서 다음날 달라는 염치없는 요구 같지만 이럴수록 더 빨리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허허 아침 8시부터 메일을 보내고 있다. ㅡㅡ;; 말을 말아야지. 마무리했더니 바로 약속을 잡자고 한다. 본인들이야 자기네 회사니 쉽지만 건물명 하나 알려주고, 주소도 없고... 같은 건물명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후배한테 전화해서 주소를 확인하게 된다. 그래도 좋은 일이겠지.


뭘 하기 싫은 날은 점입가경이 머피의 법칙처럼 벌어진다. 독립시키는 녀석은 영업관리 장부를 갖고 와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 몇 년을 매일 보던 건데 쉽게 결과가 쫙쫙 나오니 이게 어떻게 나오는지를 묻는다. 하기 모든 엑셀 자료는 만든 사람의 생각이 담겨있다. 이걸 모르면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게다가 함수가 여기저기 들어있으면 더욱 그렇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만든 사람만큼 알아야 한다. 이것저것 설명을 해줬다. 자랑이 아니라 이렇게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약간의 대차대조표를 하나로 만들면 ERP 없어도 웬만큼은 그냥 운영할 수 있다. 사무실 막둥이는 ERP를 쓰면서 항상 내 장부를 달라고 한다. 가끔 세무사도 달라고 하고. 참나. 이것보다 중요한 건 "매일 업무정리하고 10분씩 하루도 빠지지 말고 해야 한다"라고 잔소리를 했다. 정확하게 4년간 내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다. 처음에 시간이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10분 정도만 쓰면 된다. 데이터가 누적되면 위력적이란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그리고 사고 나면 왜 장부 갖고 튀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ㅎㅎ


오늘은 막판에 고객이 이거 잘 되면 10만 개짜리 오더가 나갈 거라고 연락이 왔다. 당연히 이거 하려면 A부터 Z까지 뭘 잔뜩 하라고 보냈다. 그런데 관심이 없다. 어차피 이 고객 본사에 넘겨줬다~ 본사 얼라들도 기대가 큰가 보다. 어차피 본사준거 담당보고 "잘 키워봐"라고 응원해 줬다. 하긴 어제는 보기만 해도 눈이 핑핑 돌고 머리가 어질어질한 품목 견적요청이 두 개나 왔다. 자료 제출한 업체일로 너무 바빠서 내가 해야 하지만 본사에서 한 놈 잡아서 정리해 놨다. 연락을 했더니 좋은 일이라고 해서 "지금부터 네가 하는 거야!"라고 던지기를 시전 했다. 어차피 그전에 너로 하자고 본사로 합의를 봤다니까. 나도 살고 봐야지 ㅋㅋ


이렇게 하루를 보낸 것 같다. 그러다 주식 앱을 보니 오늘은 내 업무 환경처럼 요란해 보인다. 우리 집 별봉이가 카카오를 수익 보고 팔았다고 자랑하더니 지금은 마이너스다. 어디서 이상한 코인회사를 사서 엄청 마이너스다. 그나마 골라준 두 종목이 수익률이 20% 가까이 돼서 마이너스를 줄여주고 있다. "집에서 게임방 차려서 그만 놀고 시험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


얼마 전 친구들과 한 잔 하다가 질문을 받았다. "돈 벌려고 주식 투자하는 거 아냐?"라는 친구의 강경한 질문에 답을 안 했다. 분명 '소싯적부터 보기보다 미친놈'라고 한 놈이 뭔 말을 더 할까 겁났기 때문이다. 돈 있으면 수익이 낮아도 저축을 하고, 주식은 글쎄? 수익률은 일해서 버는 게 가장 높다.


목표라면 '돈을 잃지 않는다', '그 원칙을 잊지 않는다'같은 워런 버핏의 원칙을 아주 소소하게 도전 중이다. 결과적으로 '하루 담뱃값이면 대만족'이란 생각을 한다. 웃긴 건 이런 생각을 갖고나서부터 수익률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최근 동양고속, 천일고속 같은 주식이 수직상승을 하던데.. 이게 주식인지 도박인지 조작인지 이해가 안 된다. 이해가 안 되는 건 하지 않는다. 내가 검토해 보고 괜찮은 기업들 pool를 만들고 그 안에서만 담뱃값을 벌어보는 중이다. 좀 특이하게 살긴 하는 것 같다.


욕심을 버리고 나니 수익률이 훨씬 좋다. 아마 제정신이라 그런 것 같다. 웃긴 건 1주씩 있는 주식들이 대부분 20% 내외의 수익을 보여주고 있다. 안 팔고 갖고 있던 한 주가 25% 가까이 찍고 나서 다시 쭉 내려와서 매입 가격과 별 차이가 없다. 아쉬움이 없다. 한 주 더 사볼까? 별봉이 사라고 한 주식은 나도 꽤 괜찮다. 그 외는 pool에서 소소하게 담뱃값을 벌어보자고 재미 삼아 스윙거래를 하는 셈이다. 오늘은 일주일치 담배값을 날렸지만 이번 주 손익은 0에 가깝다. 최근 조금 깨달은 점이라면 물타기가 아닐까 한다. 2만 원짜리 조금씩 물을 계속 타다 보면, 잠수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난 심해 깊숙이 내려간 주식숫자를 보면 이해가 잘 안 된다. 이렇게 무거워지면 물타기도 의미가 없다. 구정물에 생수 한 통씩 매일 부어봐야 무슨 의미인가. 차라리 손절하고 더 지켜보다 다시 사는 게 나을 때도 많다. 별봉이 코인회사인지 코인보며 "당장 팔아라"라고 잔소리를 하는데 아쉽나 계속 갖고 있다 손해가 늘어나는 중이다. 그런 것도 해봐야 안 하지. 1-2달에 30% 가까이 변동폭이 난무하는 시장을 보면 더욱 그렇다. 판단이 틀렸다면 바로 시정하는 것이 좋다.


손실이 발생해서 물타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2만 원짜리 주식 1주라면 20만 원 정도(10배)를 사면 손실률이 N빵이 된다. 200만 원 정도를 사면 손실률이 30프로라도 0.3%로 떨어진다. 야바위도 아니고 계속 배판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말 괜찮은 기업이란 판단이라면 갑작스러운 시장 상황에 이런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확신보다 합리적 판단을 하는 제정신이라면 사실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보단 현금보유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다. 매일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휘두를 자신이 있다. 그래서 기업 분석을 나름대로 잘 파악해 보고 선별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내가 선별한 종목 pool 외의 주식을 하지 않는 이유다. 물론 pool의 종목이 추가, 삭제가 가끔 되긴 한다.


불과 몇 년 전 140만 원이 넘던 종목이 지금은 30만 원도 안된다. 그렇다고 그 기업이 1/5 수준으로 매출과 수익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미래가치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맞지도 않는다. 매일 변하기 때문이다. PER, 미래현금할인평가는 미래를 설명하지 못한다.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만든 놈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고, 논리를 부여하기 위해서 차용된 이론, 공식, 산수가 많이 사용될 뿐이다. 자세히 보면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이란 되지도 않는 전제가 있을 뿐이다. 차라리 공시 결과와 같은 얼마 되지 않는 과거의 자료들이 현재에 근접한다. 이렇게 보면 별봉이가 산 코인회사는 왜 샀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한 가지 이유라면 근거 없는 욕심?


화폐는 중앙은행이란 최종 대부자가 있고, 상품권은 백화점이 최종 대부자고,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이라고 보면 망하기 전까지 가치는 존재한다. 유가증권의 기능이 부여되면(주가시장 거래가 가능하면) 교환가치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코인은 그런 점에서 수학적 희소성을 떠나 가치를 논하기 애매하다. 해킹과 같은 사태를 보면 최신 기술을 사용했다는데 서부 은행강도가 폭력이 아닌 기술을 사용하는 것뿐이지 뭐가 달라. 요즘 은행강도가 생긴다면 무사할리가 없지 않나? 하여튼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된다. 여기에 화폐를 엮어서 뭘 해보겠다고 난리인데 알 수 없지.


내일은 미팅 준비를 미리미리 하고, 연말 마무리를 준비해야겠다. 내일은 담뱃값을 벌어볼 수 있을까? ㅎㅎ 푹 자고 컨디션 조절해서 일이나 열심히 해야지. 주식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가..미팅하는 회사 순환출자 변동이 생길지도 몰라서 한참 찾아보다가.. 주식이 아니라 잠재 고객사 구조변경은 사업구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세상 참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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