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이나 하는 거임
어쩌나? 오늘 그렇지 않아도 스마트카 관련 도서를 3권이나 주문했는데, 주문도 안 한 책이 2권이나 도착했다. '다극세계가 온다', '주권인가 종속인가'라는 책인데 시대의 변화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발적 독서와 2권의 강제독서를 연말에 어떻게 해야 하나? 아우 어떻게 되겠지요?
오늘도 본사 법무(法務) 팀인지 법무(法無) 팀인지 때문에 어질어질하다. 국제계약서 검토를 하라고 시켰더니, '이건 지우시구요', '이건 주의를 기울이세요'라고 리뷰랍시고 해왔다. 원거리에 있는 게 천만다행이다. 무선의 시대니 전화기로 EMP나 정기충격기라도 쏠 수 없을까 그런 상상을 했다. ㅎㅎ 온갖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개떡 같은 조건이라도 이것을 작성한 사람은 의도가 있다. 아무리 속으로 고객님이던 고객 놈이던 대놓고 '지워라'라고 리뷰를 하면 '여기가 불판 위야!'라는 소리가 조만간에 나오게 되어있다. 주의는 나보고 하라는 거냐? 고객 보고 하라는 거냐? 잔소리를 했더니 오늘의 2차 리뷰는 '의견에 동의합니다'를 잔뜩 달아왔다. 솥에 물을 끓여야 하나? 사기열전에 불한당들 모아서 온갖 잡기술 쓰던 애들을 모아서 부리던 맹상군이 생각나네.
다음엔 '검토'라고 써야겠다. '리뷰'라고 했더니 얘가 다시 보기로 착각하나? 본사 파견 간 녀석에게 '개자슥 걸리면 가만 안 놔둔다고 해라!!'라고 해줬다. 말해 뭐 해. 다시 잘 정리해서 보냈다. 이걸 몇 번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만주 변호사도 아니고 다른 일도 바빠 죽겠는데 매번 던지기가 날아온다. 연말 행사에 가서 한 번 쇼를 해야 하나? 대략적인 접근 방식을 지시하고 보니 이런 것도 다 역사의 흐름 속에 옛날 사람들이 한 번씩 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제도 연타도 미팅을 하면서 특별한 근거는 없지만 역사를 여러 번 떠올리게 된다. 봉건시대에 황제도 있고, 왕도 있고, 제후도 있고, 사대부도 있고, 양민, 천민등 사람의 계급이 나눠진 사회였다. 지금은 다른가? 국제관계에서 G2, G7, G20이라고 부르며 서열 놀이를 한다. 과거 G2의 중국이 G20에는 없는 희한한 모습을 보면 한신을 대우해서 한왕이라고 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내 생각에 이런 역사적 조직과 경쟁의 그림자가 현재 기업들에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오래 같이 일하면 좋든 싫든 하나의 무리가 되고, 대장이 숙청되면 줄타작이 난다. 어차피 상관이 없으니까. 그런데 타작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때가 있다.
그런가 하면 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보면 더 그렇다. 브랜드와 완제품을 장악하면 황제고, 반제품 공급권을 장악하면 왕이나 봉건제후라고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요즘 신진사대부처럼 급성장하는 집단이 SW, Platform, AI 이런 분야가 아닐까? 부품을 공급하면 양민이나 평민이고 그 아래에서 하도급을 받으면 신세 피곤하다. 지시를 황제, 왕, 제후 누구한테 받았는지에 따라 팔자가 변한다. 대기업 본사 사장과 비상장 허접한 계열사 사장의 급이 다른 것처럼 이것이 봉건제도와 뭣이 다른지 모르겠다. 이름을 그럴싸하게 brand/Tier1/Tier2/Teir2... 붙여놨는데 사업적으로야 수직계열화지만 사업 주도권으로 보면 서열이나 다름없다. 일부 독점, 과점, 압도적 설계 기술 제조 기업이 군계일학처럼 튀지만 그렇다고 수직 계열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배려하고 대우해 주는 것이지.
이런 구조에서 황제 위치의 기업에서 호출이 왔다. 왕을 제끼고 했다가 물고가 날듯해서 미리 알려줬다. 쉽게 이야기하면 모든 것은 지금부터 '내가 결정한다'로 정책이 바뀐다는 소리다. 수직 계열화 구조에 따라 왕이 하던 일을 갖고 간 것인지 뺐어간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문제는 결정권만 갖고 가고 실행은 그냥 하던 왕이 할 거란다. 황제가 한다니 잘 경청하고 몇 가지 물어봤다. 그건 왕이 하는 일이란다. 말해 뭐 해. 양민은 이게 무슨 팔자냐? 미팅 끝나고 다시 왕 회사에 가서 다시 미팅을 했다. 아이고. 어차피 진행은 나이키 로고처럼 'just do it'이고 우리나라 말을 덧붙이면 '닥치고' 정도가 앞에 붙겠다. 양민의 입장에서 문제라면 마당 쓰는 일은 하던 일이라 별반 차이가 없는데, 마님 눈치만 보가다 이젠 마당 쓸 때 대감마님도 신경 써야 하고 그 밑에 잡것들 눈치도 봐야 한다. 시어머니.. 아니지 잔소리꾼만 잔뜩 늘어난 것 같다. 왕도 현타와 살짝 맛이 간듯해 보인다. 사업개발의 시간이 단축된다는 기회와 나이 먹고 눈치를 잔뜩 봐야 하는 난해함이 상존하게 됐다. 어째 내년이 적토마의 해인지 술 먹은 말이 날뛰는 해인지 그런 거 같더라니. 내 팔자만 아주 익사이팅하겠도다. 왜냐하면 내가 눈치를 잘 안보거든요. 게다가 저 놈의 계약서는 한술 더 떠서 혹이지 혹.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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