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이들의 웃음만큼 공허하다
김기찬 사진집을 여러 권보았다. 이 사진집에 있는 사진은 전에 모두 본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이 책을 산 이유는 골목길이라는 주제의 정겨움이다.
저 사진의 아이들도 이젠 50을 넘나드는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은퇴를 준비하는 시기가 다가오는 시절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사진 속의 아이들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누가 더 잘생기고, 이쁜 것보다 표정들이 모두 각각의 나름의 이유에 따라서 살아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런 사진을 보기 힘들다. 소모적으로 스쳐가는 다양한 영상,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에서 자국을 남긴다. 순간의 선택이 중요한 사진인데... 그 순간이 오래 기억되던 시절에서 이제는 가십처럼 소모되는 사진이 더 많다. 더 편리하게 살지만 덜 소중한 기억이 되어간다.
그처럼 서울이란 도시에 나도 저 사진을 찍을 즈음에 왔지만, 고향 같은 정겨움은 없다. 그렇다고 변해버린 고향이 크게 정겹지도 않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지만 사람들 간의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인정, 관계와 같은 말은 편리함, 바쁨이란 말로 교환해서 스스로를 자위하고 또 왕따가 아니라 스스로를 따시키는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시인이 거들어 골목길의 음영, 경계를 이루는 담, 지붕, 사람, 흔한 강아지와 고양이 등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현재에도 한 두 가지를 이야기가 계속된다. 하지만 그 관점과 대상은 전혀 다른다. 휑한 전등과 달님, 어두운 그림자의 골목을 걷는 지금 시대의 골목길이 공허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 골목길의 정취를 통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그 속에 묻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찾아볼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여유가 늘었으면 한다.
나는 그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들 중에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이 가장 그립다. 나는 그 때가 가장 즐거웠기 때문이다. 거리에 아이들이 없어진 만큼, 세상은 좀 팍팍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거 다 어른들이 없앴다.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 그렇지만 왜 성인들이 어린이의 모습을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