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없는 일요일
멀리 보이는 푸틴이 사는 집을 뒤도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러시아지만 슈퍼에 가면 장라면도 있고, 짜파게티도 판다. 만들 도구가 없지만 호텔을 옮기면 주변에 한국 식당도 있다. 새벽 일찍일어나 순두부 찌게를 먹고 길을 나섰다. 이즈마일롭스키 시장에 가면 주변에 알파, 베타, 감마라고 써진 엄청 크고 무식한 호텔이 있다. 리모델링을 하고 조금 나아졌지만 잘 안가게 된다. 예전에 이 호텔과 벼룩시장 사이에서 서커스 공연을 본 기억이 난다. 아직도 서커스가 이 나라에는 있는 것 같다.
예전은 상업적인 분위기가 덜 했다면 지금은 조금씩 서구 시장의 분위기가 난다. 시장은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아직도 오래된 러시아식 카메라, 턴테이블, 기념품, 인형등이 많다. 아마 십년쯤 지나면 더 많이 바뀌리라고 생각한다. 주말이라 그런지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집에서 쓰던 물건을 내놓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10년전쯤 유럽 어느 시골의 벼룩시장에서 레고를 엄청 산적이 있다. 할머니가 우리집 할아버지가 엄청 갖고 있어서 내가 틈틈히 판다고 했던 추억이 있다. 그런 사람과의 교감이 낮아지지만 젊은 친구들의 활기로움이 좋다. 영업을 하는 사람입장에서 활기찬 시장을 보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활력이 된다.
저 끝편에 포스터를 판다. 브레진에프라고 블리던 러시아 서기장 포스터가 있다. 기념품을 아는 할아버지가 브레진에프를 안하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이 앞 모자가게는 무조건 잡아서 안놔준다. 머리가 크다니까 큰 모자있다고 쫒아온다.
러시아는 모형이 잘 발달되었다. 디오라마를 할 수 있는 시대별 병정, 군인과 배경을 만들 수 있는 장비를 만든다. 마트표시카라는 까면 똑같은 인형이 나오는 것 만들다 남는 재주를 이런데 쓰나보다. 피겨를 꺼내고 디오라마 씬을 생각하는 아저씨..내가 다른데를 보고오는 한 시간동안 아직도 가게를 못열고 디오라마를 만들고 있다.
총기관리를 안하는지 예전에는 부속품을 팔았다. 이젠 진짜 총을 판다. 배달의 기수에나 나올법한 따발총이 있다. 아주 오래전 저격용 총도 있고, 군용 칼은 부지기수다. 예전의 장검, 단검을 판다. 날을 세우지는 않았다. 이거 비행기에 싣고 가도 괜찮냐고 물어보니 러시아는 문제가 없단다. 검과 총은 남자들에게 관심사다.
화사한 날에 좋은 점이라면 이곳에서도 그림을 볼 수 있다. 명작은 아니리지 모르지만 다양한 그림을 구경하고 살 있다. 그 옆으로 고서, 우표를 팔기도 한다. 전에 어떤 아저씨가 1900년대쯤 되는 조선 우표라면 사라고 했었는데 시대가 바뀌고 또 물건도 바뀐다.
멋진 사진을 보면 물어보면 "이건 디지털이야, 그래도 2천루불은 내야돼"라고 말하는 친철한 아저씨를 보면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솔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에 사진에 아저씨 두명이 카드 단말기를 들고 자리세인지 뭔지를 돌아다니면 받는다. 2만루불이나 받던데, 그정도면 31만원정도 된다. 지하철이 천원이라고 생각하면 작은 돈이 아니다. 괜히 녀석들이 꼴사나워보인다.
그래도 산책겸 걸으면 보는 그림은 위안이 된다. 조금더 화려하고, 어떤 것은 그렸는지 출력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걸착은 아닐지 몰라도 시대를 살아간는 사람들이 바라본 세상이 담겨있다. 예술적 가치를 떠나 이런 모습이 좀 더 contemporary하다고 생각한다. 미술관의 contemporary는 외딴곳에 사는 숨겨진 것에 가깝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 모른다.
지나가다가 나비가 있다. 그림인줄 알았더니 채집한 것이다. 정말 크고 이쁘다. 특히 검정과 하늘색으로 이루어진 나비가 눈에 쏙 들어온다. 남계우의 나비처럼 화려한 모습이 좋다. 할머니가 마음것 보고 사진도 찍으라고 허락해 주셨다. 대개 그림이나 이런것은 사진 찍으면 !$#%!$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ㅎㅎ
눈 사람에게 뽀뽀하는 아이의 그림이 재미있다. 눈사람도 방긋 웃는데, 그림 파는 아저씨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두분이 다시 그림을 바라본다. 그 찰나 사진기를 돌렸는데 딱 걸렸다.
러시아 공산품은 내구성이 거시기하다. 다들 그렇게 말한다. 썩 좋다고 할 수 없다. 러시아 국가 문장이 들어간 라이터를 몇 개 샀다. 아직도 흡연을 즐기는 동료들을 줄 생각이다. 기름이나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USB 충전식이다. 몇 일 사용하는데 나쁘지 않다. 이번에 2천루불과 2백루불 화폐가 새로 나왔다. 이천루불을 구할 수가 없다. 한장 바꿀껄 그랬다.
출출한 배를 잡고 무엇을 먹을까 하는데 화려한 새가 보인다. 나루터도 괜찮다. 그런데 마를린 몬노와 비틀스도 괜찮아 보인다.
여기에 오면 점심은 샤슬릭(꼬치)을 먹어야 한다. 간단한 빵(100루블, 슈퍼에선 50루블)과 꼬치(600루블, 돼지고기)를 먹는 재미가 있다. 전에 "돼지고기, 양고기 있어요! 맛있어요!"하던 아저씨가 재미있었는데, 세군대중 바라보는데에서 맨 오른쪽집이 가장 친철하다.
우리 아이가 끊어놓은 시계줄을 갈았다. 줄은 다른 가계에서 샀더니 백루불을 더 받는단다. 그러더니 이거 시계가 오래된것 같다고 한다. 이천년초에 선물받은 시계니 그럴꺼다. 직원들 선물할 잡다한 것을 샀다. 자주 갈 곳은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 시간을 보내기엔 괜찮은 곳이다.
#벼룩시장 #모스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