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hori Oct 13. 2018

환상 동화집

가끔 동화책을 읽어보아요

 친구의 서재에서 얻어 온 헤르만헤세의 환상 동화집은 어른이 된 나에게 사실 큰 재미를 주지는 않는다. 단지 동화책이란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주말이면 종종 들르는 도서관의 입구에 삽화와 그림이 한 장씩 이젤에 놓여있다. 많아야 10페이지를 넘지 않는 어린이 동화다. 갈 때마다 항상 이 코너를 세심하게 보는 이유가 있다. 때 묻지 않은 깨끗한 도화지에 정성 들여 무엇을 쓰고 그리듯, 동화책은 아름답고 착한 단어와 쉬운 구조로 삶의 중요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간략 명료하게 그려두었다. 그 대상이 세상의 순수함을 담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동경은 아니지만 내 마음에도 그런 순수함이 있었다는 사실과 있는 그대로 글을 읽고 그림을 보며 내 마음에도 그런 마음이 남아 있는지를 돌아본다.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마음을 추억하고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동화책을 나름 열심히 보는 이유다. 다만 그 글을 통해서 무엇을 가르치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동화책은 너무 어른스럽다. 그래서 거리감이 있다. 사람들의 마음속의 이야기를 잘 엿보는 이야기가 있지만 세상에 너무 찌든 어른들의 현실이다. 현실은 현실이다. 하지만 동화책이란 이름의 책을 잡을 때엔 조금 편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29년 서양에 포사의 고사가 나오는 일도 신기하다. 하긴 동서양의 교류도 알게 모르게 동화책의 기원만큼 오래 됐겠지.


 가끔 동화책을 보자. 세상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좀 더 순수한 마음을 담은 사람의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복잡한 철학보다 동화책의 한 주제를 실천하는 것이 더 쉽고 보람차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집은 5월 4일은 '잔소리 없는 날'이다.


#동화책 #헤르만헤세 #환상동화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