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는 되는데, 전생이 이 세대가 무슨 큰 죄를 지었나한다
2030 대담한 미래에 대한 책을 읽어보았고, 지금 이 책은 이 연장선상에서 미중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에 관한 예측이다. 그의 말처럼 예측은 점쟁이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환경, 그 환경이 진행되는 계량적 근거와 추세, 이 환경들의 비중에 따른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복잡하다. 쉽게 말해 "딱 보면 압니다"는 어렵고, 이것저것 살펴보니 이런저런 경우가 생각나는 것이다. 인간이 인지하고 예측하는 기능은 찍는 것 같지만 정보, 경험이 아주 빠르게 처리되는 것이다. 그 과정을 체계적으로 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고, 음모론처럼 보일 수도 있다.
5년 전에 중국 스한빙의 책을 보고 새삼 즐거웠다. 우리는 한국에 살며 미국식 교육, 미국식 관점에 익숙하다. 그런 이해관계를 잘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딱 보면 압니다"다 안될 때에는 이유가 있다. 데이터의 부족이고, 이런 편향적인 사고관이 원인이 된다. 바둑에서 수를 본 다는 것은 내 전략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 전략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어디까지 예측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손자가 전쟁은 적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고, 전쟁은 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와 대립구조에 있는 사람들은 똑같은 상황에서 무엇을 걱정하고, 준비하는 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춘추전국시대와 같다. 강한 진나라가 미국과 같고, 우리는 합종책의 범주에서 미국과 교류하고, 중국은 합종을 거부하고 연횡책을 시도하지만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면에서 한국은 정치적 합종과 경제적 연횡, 남북문제에 대한 제한적 또 다른 연횡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성과 위험이 존재하는 위기의 나라다.
중국과 미국의 물리적 성장 결과는 명확하다. 요즘 통계자료는 너무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이 물리적 성장의 배경에 어떤 시스템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가를 파악해야 좀 더 명확한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저자가 시스템적 사고를 말하는 것은 합리적이며, 인간사회가 만들어질 때부터 사회, 국가는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결과의 현상에 현혹되면 본질에 접근하는 범위가 제한된다.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 사고가 당연히 필요하다. 중국이 갖고 있는 국채가 위협적이다. 내가 농담처럼 미국이 "미안해, 내일부터 Dollar는 안 하고, Cola로 화폐를 바꿀까 해. 그간 고마웠어. Sorry"한다면 세계 대란이 난다. 그래도 적응하겠지만, 힘으로 미국에 가서 우격다짐이 가능할까? 전 세계가 180:1로 싸워서도 만만하지 않다. 중국도 그 달러 체제의 경제권을 이해하고 준비했지만 인간의 제도와 사회는 인센티브를 제공해도 빠르게 변화하지 않는다. 쑹흥빙이 "화폐전쟁"이란 책을 2008년에 썼다. 중국도 미국만큼 준비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벽을 극복하기엔 조금 이르다. 40년의 성장과 노력이 커 보이지만, 100년 넘게 만들고 운영해 온 힘을 갖고 있는 나라가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 트선생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설마 그러겠어?"를 "저 자식 정말 이런 식으로"를 이끌어 냈다. 그 변수만큼 더 예측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설마라는 배경에는 나의 약점에 대한 의식과 기준이 애매한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설마가 합법적이고, 이익을 만들거나 실현시킬 압도적인 힘이 있다면 고려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힘이 있는 자에게 상식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비일반적인 것이다.
옳고 그름은 중요하다. 그러나 옳고 그름이 아니라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의 문제를 옳고 그름으로 따져봐야 힘있는 상대에게 씨알도 안먹힌다. 그래서 법과 제도가 있지만, 법과 제도는 minimum이다. 지금 21세기에도 이런 일은 존재하고, 지금 현재도 뉴스에 회자되는 뉴스가 다르지 않다. 왕을 법이나 상식으로 다루다 심장이 밖으로 나오고, 목이 떨어진 이야기는 인류의 역사에 차고 넘친다. 체면과 상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접근이 틀린 상황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표이사님, 오늘 2시간 일찍 퇴근하시니 월급을 공제하겠습니다!"라고 말하나 "안녕히 들어가세요"라고 공손하게 말하는지 스스로 이야기해 보자. 그런 용자가 얼마나 있을까?
어제 11/17일 시선생에 대한 기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그래도 자존심은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니겠어"였다. 이 판은 끝났다. 패권을 노린 놈을 넘버원이 친절하게 자존심을 세워줄까? 트선생이 성인군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패권은 밟을 때 가차 없이 밟는다. 넘버쓰리 조폭영화만 봐도 그렇다. 확실한 때를 기다리지 못한 값은 크다. 살 때는 확실하게 엎드려야 하는데 시선생도 그러기에는 너무 진도가 많이 나갔다. 좀 길게 많이 두들겨 맞을 공산이 크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또 다르다. 원래 잃을 것이 없는 사람과는 다투지 않는 법이다. 이익이 없는 것도 있지만 이판사판인 사람은 상식과 체면, 제도와 법이 아니라 생존에 대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둘이 만나서 협상을 한다. 서로 "이런 식으로~"의 끝판왕 대결을 하다 급친해진 이면에 서로의 다른 목적이 있다. 그렇지 않고 '적과의 동침'이 될리없다. 저자의 말처럼 한쪽은 생존, 한쪽은 이익을 바란다. 그 이익이 트선생은 좋지만 기존의 시스템적인 구조 변화를 갖고 오기에 매우 예민한 문제다. 만약 트선생의 이익과 미국의 이익이 반한다면 트선생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더 어렵다. 눈치볼 시어머니가 엄청 늘어난 셈이다.
최근에 본 2019 한국경제 대전망, 2018 한 해동안 경제환경에서 마주한 미국의 다양한 제도적 압박과 효과를 볼 때 저자의 말처럼 중국은 너무 빨리 스스로의 의도를 내보였다. 중국 정부의 수립과 해방이라는 기념적 일정에 맞추는 도전은 자긍심을 갖기에 매우 중요하다. 큰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앞서 그와 유사한 성과를 내고 더 나아간 국가와 한계에 다다른 국가를 분석하여 실력을 짚어봐야 한다. 5-6년 전의 많은 책들이 미중의 패권에 대해 분석했고, 그 분석에서 우려했던 점들이 지금 현실로 튀어나와 서로 공격하며 패권을 다투고 있다. 패를 완전히 여는 것은 압도할 수 있는 자신감에 근거해야 한다. 그 패는 미국이 훨씬 앞서고 있다. 정치적 자신감이 가끔 현실을 넘어서면 사고가 나는 법이다.
정치적으로 "권력(패권)은 자식과도 나누지 않는다"라는 책의 서문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역사로부터 기록된 말이다. 인간의 고유한 성향이다. 이 치열한 환경에서는 "위기를 만들어 문제가 명확히 드러나 상대가 당황할 때가 최적의 거래 시기다"라는 상황과 타이밍에 관한 글이 책에 있다. 춘추전국시대와 같이 책사들을 모아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상황을 예측하는 것, 그 방향이 조금 더 어떻게 갈 것인지를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디에 가서 유세를 하고, 어떤 실리를 취해서 국가와 기업의 기틀을 만들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책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그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하지만 각 분야의 세부사항은 그 분야의 사람들이 이 예측 환경에서 준비해야 하는 몫이다. 우리는 위기를 만들어 나갈 패권적 힘의 토대는 부족하고, 위기를 자초하지 말아야 한다. 주어진 위기에서 기회를 파고나가는 안목과 통찰력이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나도 업무와 시장에서 무지막지하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기세가 병자호란급이다. 업계 지인들이 중국의 업체들은 기업이 아니라 중국 정부와 싸우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틀린 말도 아니다. 전시회만가도 부스, 출장 비용까지 정부가 오랫동안 지원해왔다. 기술개발과 투자, 제조기반 협력을 보면 한국 기업들은 그들보다 못하다. 하지만 미국발 rule changer의 출현이 불확실해도 다시 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한국이 각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난세에 집기양단(執其兩端)을 밖으로 표 낼 수 없다. 미국에 정치적으로 압박을 당하고, 중국에게 경제적으로 압박을 당하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무엇보다 우리의 실리와 생존을 따라야 한다. 한국은 자신의 역할론과 실리를 취해야 한다. 산업현장의 입장에서는 분명 그들의 싸움에 고래등이 터지는 부분이 있지만, 그들이 서로 아쉽지만 기세상 버티는 부분도 존재한다. 이런 부분을 잘 파고들어야 한다. 통일이 된다면 보다 좋은 역할론과 기업환경이 되겠지만...
얼마 전에 중국기업가의 투자 소식을 들었다. 현대식 smart factory에 1억 5천만 불을 투자했다. 그 기업이 우리나라 재벌같이 큰 기업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로봇(34%)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지만, 제조설비가 주력 수출 산업을 제외하면 투자가 미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와중에 내가 생각하던 말을 중국인에게 듣고 놀랐다. "우리는 기원전부터 1900년 즈음까지 세계 1등이었다, 그 위치로 돌아가는 일이다", "미국은 오바마와 트럼프가 다르게 보이지만 미국이란 입장에서는 똑같다, 한 번도 달랐던 적이 없는 나라다". 이런 난세에 우리에게 서희와 같은 명석한 대외 세력구조의 이해와 실리 파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꼭 대단한 것이 아니라도 좋다. 위기란 기존 시스템에 틈이 생기는 시점이다. 그 시스템의 재편을 빠르게 이해하고 준비,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4~6개월의 환율이 조금 오르면 누르고, 조금 오르면 누르는 듯하다. 그 주기만큼 세상이 속도가 가팔라지는 것 같다. 정말 10년 주기설처럼 위기가 온다면 X세대는 사회에 나올 때부터 10년 마다 금융위기라는 삼재(三災)를 계속 감당하고 있다. 전생에 단군 할아버지를 엎어치지 않고서야....
#미중무역전쟁 #패권주의 #해외영업 #khori #일방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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