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hori Mar 14. 2019

이완용 평전

읽다보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용기를 내야할 이유가 있다

 전우용 교수의 농담처럼, 진정 '자기 계발서 끝판왕'인지 호기심이 생겼다. 자기 계발서는 사실 관심이 없다. 왜 끝판왕인가? 그것이 궁금했다. 내 머릿속에 이완용은 매국노, 을사오적, 맞는지 틀리는지 학부대신 이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구체적인 악행이 무엇인지는 아는 것이 적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김영수의 간신론이란 책을 권하고 싶다. 간신론은 자기 계발서라기보다는 대대손손 욕먹는 손쉬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실력을 키워 폭망하는 법', '대대손손 잘살며 욕먹는 방법'이란 책이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신은 엘리트가 지위가 오르면 사리사욕을 목표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고, 가장 큰 간신은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들로 규정한다. 그런데 이완용 책을 읽으면 뉴라이트, 식민사관의 의견과 사실로 바라보는 부분에서 약간 혼선이 생기는 부분이 존재한다. 부끄러운 역사와 사실도 언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보 같고, 형편없이 운영하다 팔아먹은 것이 어째던 우리의 국가다. 이점은 반드시 기억하고 되새기며 읽어야 온고이지신의 올바른 방향이 생긴다.


 이완용 평전이란 책을 읽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역사의 사실, 사실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어떻게 바라보고 중론을 결정해서 역사를 기록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라의 권리를 월권적으로 이양하고, 친일을 통해서 생존해가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격이 있는 듯해 보이는 행동이 왠지 거슬리고 불편한다. 거짓말의 최고봉이 스스로 거짓말을 참으로 믿는 수준이라면, 이완용은 친일이 아니라 정말 생존을 위해서 왜와 일체화를 선택한 행동이라고 느껴진다. 


 역사적인 투쟁의 과정에서 패배자가 자신의 권리를 앗아간 대상에 대한 분노와 잘못만을 기술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어떤 민족과 국가도 수 천년 간 끊임없는 영광의 역사만 갖고 있는 곳은 없다. 잘못된 시기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 실패와 좌절의 사실에서 배움이 없다면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한다고 생각한다. 자긍심도 중요하지만 남의 눈의 들보만 보는 것은 식견이 부족한 것이고, 자신들의 과오를 제대로 인정하고 발전의 계기로 만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생각과 판단을 바꾼다. 그런데 누구는 욕을 먹고, 매국노라는 소리를 듣고 어는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 하나는 저지른 일의 경중에 따라서 판단된다. 다른 하나는 생각과 판단이 바뀌는 범위와 방향에 따라서 결정된다. 3.1 운동 직전 '내가 어차피 매국노인데 만세 한 번 부른다고 애국자라고 불리겠는가?'라는 반문을 통해서 그가 생존을 위한 인식의 방향이 민족이란 관점에서 다르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리고 대단히 현실적이다. 반면 고종과 순종의 나라를 팔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공적인 생각과 행동, 사적인 생각과 행동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소양이 있기 때문에 민족의 관점에서는 나쁜 놈이 틀림없지만, 왜의 입장에서는 그가 누릴 수 있는 최고봉에 다다른 것이다. 뭘 해도 Top을 찍는다는 실력의 관점에서는 인정할만하고, 품격이란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고심해 봐야 할 부분이다. 자기 계발과 성공이란 아주 협소한 관점에서 이완용 평전을 읽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가족, 사회, 국가, 세계라는 범위에서 그것은 전혀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황실, 척족, 대신들도 생존을 위해서 생각을 바꾸도 비굴하고 천박한 행동을 통해서 자리를 유지하고,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 읽다 보면 마치 경쟁적으로 '누가 더 나라를 빨리 망하게 하나?'란 주제 아래에서 경진 대회를 여는 듯하다. 그 연속성이 시간이 흘러 잘 정리되지 않고 현재의 대한민국이 돌아가고 있다. 지금 이 나라가 돌아가는 것이 민족이란 기준으로는 참 허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시대가 빨리 종식하고 새롭게 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알 필요가 있다.


 제일 놀라운 사실은 이완용이 독립협회의 초대 회장, 독립문 현판이 그의 글씨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초등교육의 보편화에 대한 의사결정, 동학과 천도교도 자신들을 위해서 친일의 앞잡이 일진회를 구성한다는 것 등 좀 더 세밀하게 역사를 볼 기회가 생긴다. 너무 가까이 바라본 경험이, 현재를 되돌아보는 이유가 된다. 그럼 현재가 또 불편하다. 그러나 불편은 필요를 인식하고 필요를 채우는 방향성을 띄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읽어 볼만 하다.


#이완용 #매국노 #독립협회

매거진의 이전글 두 도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