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가 길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라는 영화를 보고 '양지의 그녀'는 같은 감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제작된 지 오래된 영화를 개봉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최근에 본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고작 18만의 관객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수입, 배급사가 동일하지도 않다. 이 감독의 팬이 있는 것일까? 신기한 일이다.
이 감독의 영화를 고작 두 편 봤지만 사람에게 다가오는 감성적인 느낌이 유사하다. 양의 기운이 세상에 널리 퍼지고 여성들의 마음에 살랑살랑 불어대는 봄바람처럼 부드럽다. 옛날 '천녀유혼'처럼 과격하진 않다. 일본의 문화, 신화, 애니메이션이 현대적으로 잘 각색되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뒤집어보면 맥 라이언처럼 헝클어진 단발의 헤어스타일인 마오는 많은 복선과 전조를 남겨두었다. 그녀의 행동이 확연하게 밝혀지기까지 조금만 관찰력이 있다면 그녀의 존재를 대사와 행동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수족관에서 "우와 맛있겠다"라는 말과 쇼핑몰에서 아이처럼 모빌을 만지는 동작이 그렇다.
이 영화 문득 내가 먼저 본 영화랑 옴니버스처럼 이어 붙여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감독의 선호인지 문화적 배경인지 상당히 비슷한 장면이 많다. 특히 자명종의 기차부터 전철역에서 벌어지는 반전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방식이지만 효과적이다. 감독이 기차를 좋아하는 것 같다.
누군가 애틋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쓰면 소원이 이루어질지 모른다. 우린 그런 상상을 한다. 그런 상상의 실현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또 그런 상상이 사랑이란 이름 아래 계속될 수 있다는 인간의 바램을 담고 있다.
마오의 짧은 삶을 만들어준 할머니의 이름은 알 수가 없다. 서로 대면하고 대사 없다는 것은 비밀을 간직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을 달관한 듯한 표정으로 "오늘은 해가 길었으면 좋겠다"다는 읊조림이 마치 하루하루를 간절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바람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엔 꼬리가 아홉 개인 구미호가 있고, 외국에서 고양이는 아홉 개의 목숨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다른 듯 유사한 영화를 보면 남자들이 훨씬 더 순수한다는 생각을 한다. 멍청하거나 바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 순환의 고리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도 그런 순수함이 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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