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op을 제거하기 위해선 합종연횡?
악인전 (★★★+1/2)
惡, 도덕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위, 인간에 해로운 행위를 정의하는 말이다. 그것을 행하면 악인이 된다. 재판장에 진술하는 강경호의 논리와 손으로 판사의 판결봉을 흉내내며 조롱하는 논리의 대화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킨다. 그 속에서 도덕의 존재를 생각해 본다.
이 영화도 마동석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연기력이 전작에 비해서 훨씬 좋아졌다. 조금씩 외연이 확장되지만, 반대로 김성규라는 배우가 만들가는 배경, 전개, 긴박감, 구도가 훨씬 볼만한 영화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빛과 그림자처럼 그려질 수 있지만 또 서로의 정체성은 다르다. 그 사이에 경찰이란 직업을 갖은 인간, 정태석이 존재한다. 그 빛가 그림자가 모두 투영된 것 같다.
범죄 영화가 그렇듯 영화는 권선징악의 상투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나쁜 짓을 하면 이를 물리치는 정의이 사도가 나온다. 고난을 겪어 극적인 감동이 구조를 만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 속에서 어떤 생각과 시선을 사람들의 마음에서 끌어내는가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범인이 공부하는 인간과 악이란 주제는 알 수 없다. 영화를 통해서 성장기의 환경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고, 주변 심리학자의 말을 더하면 취학 이전의 학대나 상처는 치유가 상당히 어려운 형태로 심연 깊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보이면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를 잘 했다고 할 수 없다. 너무 화가나 혼자만 아는 생각이라도 누군가를 죽이는 상상을 해 본적은 없다. 잘 해야 '자빠져서 코나 깨져라 정도지. 그 살인자가 묻지마 살인이 조폭두목에게 다가왔다.
조폭두목에게 살인마는 악인이다. 감히 나의 삶을 조기 마감시키려는 발칙하고 흉악한 행위를 어떻게 용서하겠는가? 몽타주를 그리고, 모든 가용인력을 동원해서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반면 경찰은 유일한 생존자이자 용의자인 조폭으로부터 범인을 잡아야 하는 황당한 조건과 사건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다. 조폭에게 경찰은 그들의 행위에 위해를 가해는 악인이다. 살인마에게도 경찰은 그의 행위를 저지하는 악인이다. 게다가 조폭은 법이란 제도를 무시하고 살인마를 쫓는 또 다른 형태의 악인이다. 경찰에게 이 둘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와 목숨을 앗아가는 악인다. 서로에게 모두 대립되는 존재가 엉켜있다. 그리고 최악을 위해서 협력을 한다. 이런 일이 용납될 수 있는가?
그 과정에서 조폭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살인마의 도구를 사용한다. 범죄조사는 이젠 뒤죽박죽이 된다. 경찰은 조폭의 도움을 얻어 살인마를 추적한다. 사실 영화속에서 경찰 공무원을 너무 무능하게 그렸다는 생각,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 그러기에 그들을 지원하고 보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난무한다. 경찰은 조폭들의 싸움에 연류되어 미필적 고의인지 아닌지 애매한 살인을 한다. 영화가 갈수록 복잡한 개판이 되어가며 사고가 복잡해지지 않는다. 그냥 최악에 시선이 집중된다. 그런 느낌이 영화를 보고나서 불쾌한 지점이다. 살인마를 잡고, 경찰은 다시 협력하던 조폭을 잡고, 조폭은 다시 그 살인마를 잡으러 간다.
도덕적으로 보면 죄다 악인이다. 누가 좋은 놈인지 누가 나쁜 놈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나쁜 수준의 차이를 느끼는 정도다. 문득 그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들을 배경없이 보면 사실 누가 나쁜 놈인지, 누가 더 나쁜 놈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의 결말은 비장하다. 범죄인의 인권을 말하는 변호사에게 가족이라면 너도 그렇게 인권을 따지고 있겠냐는 조폭의 말은 이성보다는 본능, 인간의 마음과 분노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리고 여차저차해서 살인마는 사형이라는 결과를 통해서 마치 악을 제거하고 선이 제거되는 정당한 구조를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그 과정을 보면 우리가 말하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과정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런 가식적인 얼굴과 장면이 영화속에 많다. 마치 현대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비도덕적인 모습이 가식, 배경, 지위라는 가식에 묻혀 흐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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