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공모중이던데
회사로비에 작은 도서관이 생겼다. 해외사업본부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다. 150권쯤 차면 대학때 만들어 놓은 동아리에도 보내주고, 지인들이 보고 싶다면 보내줬다. 다시 빈 서재에 120권이 조금 넘게 책이 들어섰다. 집에는 딱 300권 수량을 넘지않게 갖고 있다. 내 책 말고도 많지만, 마나님이 허락해주신 조건은 짐이 방 밖으로 안나오게 하라는 명령이다. 한쪽에 레고와 책으로 공간을 채우는 신공이 나날이 늘어나도, 물리적 제약은 극복할 수 없다. 그래서 사무실 한 켠에 직원들이 읽거나 갖고 가도록 책을 쌓아두기 시작한지 좀 되었다. 최근에는 시력도 좀 안좋아서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무리해서 읽고 칸을 채워주기도 했는데..
도서관이 생겨서 갖고 있던 책을 전부다 주었다. 책은 읽는 사람의 것이다.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은 부담이다. 솔로부대에겐 라면받침도 안된다. 그냥 어딘가 기억도 가물가물한 상태로 쳐박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리할 때 책은 작은 나무조각과 같다. 쌓으면 엄청 무겁다. 아궁이쓰는 곳이 없으니 불쏘시게도 아니다. 그런데 그 나무토막같은 곳에 다양한 사람에 대한 지식이 있다는 점이다. 다들 후회하지만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알면서도 습관을 들이기 어려운 취미(?)가 아니라 삶에 대한 절실함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호기심과 필요를 느끼지 않으면 책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의 크기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 길에서 가성비가 제일 좋은 것 중 하나가 책이다.
개점을 앞둔 도서관에 기증자들 책이 쌓여있다. 차장님이 책을 한 권보고 읽을까말까 한다. 기증자들 책을 일정기간 전시하고 있어서, 갖고 가서 읽을까 말까 고민한다. 기증자 이름이 붙은 포스트잇을 떼고 줬다. 어차피 읽는 사람의 몫이다.
"걱정도 많다. 어차피 아무나 보라고 펼쳐둘껀데 무슨 상관이야?"
하필 잡은 책이 "에밀"이다. 책을 손에 잡으면 읽은 책인지 장식용으로 쌓아둔 것인지는 단박에 표가 난다.
"어이쿠, 하필 에밀을 잡았네. 애가 이젠 둘이니 읽어두면 좋기는 하겠네, 봐봐 이 양반도 깨끗한게 안 읽었네 ㅎㅎ 동호회분들이 읽기는 하시던데...."
부담없이 들고 퇴근했던 차장님을 아침에 만났다. "어휴, 이 책 머리가 너무 아프고 무슨 소리인지...." 큰 소리로 웃고 하루 잘 보내시라고 했다. 그럼에도 책은 읽던 사람들의 공간과 세상이다. 발을 들여 놓는 일 또한 본인의 선택이다. 기부 수량이 제일 많아서 작은 상품권을 받는건가? 사람들 아이스크림이나 한 번 더 사줘야겠다.
도서관 이름 공모도 하던데, 이름이 중요한가?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가?
#도서관 #kh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