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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Jan 29. 2017

더 킹 (The King) - 2017.01

영화를 과거를, 나는 현재를 살아낸다

 아침 일찍 9시 영화를 보러 집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내리는 눈이 참 반갑다. 3시간가량 산보와 영화 보기를 하고 오는 시간이 영화 속에서 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를 그리는 시간만큼 짧다. 명절의 맛이 예전만 못한 것과 열흘간의 출장으로 잠 속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현재를 느끼며 움직이는 맛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영화가 아주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압축적인 시대상속에서 살아가는 권력집단의 어두운 모습을 상상 이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이야기하는 영화라는 미디어의 특성이 인기에 부합하려는 노력이라고도 생각된다. 마지막 엔딩 정도가 현재를 느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한마디가 덧붙여졌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한강식으로 대표되는 정치검사, 한국의 현실에서 언제가 화두에서 떠나지 않는 인물일지 모른다. 아니 역사에서 이런 인물의 모습 죽어서도 부관참시를 당한 한명회의 모습일지 모른다. 그러기엔 배역이 너무 미끈하다. 그가 멋진 검사의 모습과 내면 속에 현재의 권력에 집착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샤머니즘에 의지하는 나약한 인간이라면 그는 영화 속에서 더 음험하고 야비한 모습을 갖고 있었어야 한다. 언제난 맏형과 같은 모습과 환한 얼굴이 더 사실적일지도 모른다. 악은 더 친숙한 얼굴로 다가옴으로 장벽을 쉽게 뛰어넘을지 모르니까.


 양동철 검사, 최근 배역이 더 늘어나는 배우다. 범죄자의 모습에서 검사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배역이 재미있다. 어느 정도의 능력과 강력한 능력자 밑에서 아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그 모습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말하는 나쁜 놈이란 이런 부류일 것이다. 한강식과 같은 설계자를 만나는 것은 세상이 나락에 떨어지던가 개혁의 깃발을 날릴 때라고 생각한다. 


 들개파 두목, 김응수 아니 김의성은 멋지다. 대사도 거의 없다. 마지막 최두일에게 던지는 쓸모없는 대사가 전부다. 배경, 조명, 나이 지긋해 보이는 흰머리와 표정만으로 존재감을 끌고 간다. 더 킹이란 제목에서 빛의 저편에서 왕의 모습을 갖는 김응수가 쥐락펴락하는 모습이 훨씬 절제되고 세련되었다. 주연보다 더 나은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모래시계에서 재희가 대사 없는 묵직함으로 스타가 되었듯, 김의성은 더킹에서 그런 모습을 과시한다고 생각한다. 


 조인성의 모습은 그만그만하다. 비열한 거리의 모습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비열한 거리가 더 낫다. 모래시계 박태수와 같은 이름, 그와 비슷하게 정의감과 권력의 맛을 동시에 탐한 대가를 치르는 역치고는 아쉽다. 영화의 대부분에서 그는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그 무기력한 모습이 현대시대의 일상에 매몰된 우리의 자화상처럼 보이지만 그러기에 설정이 거리감이 있다. 우리를 대변하기에는 걸어온 길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마지막 엔딩이 진실되게 다가오기보다 한편으로 피식 웃음이 나는 이유기도 하다. 그가 정치인이 되어서 정의를 포장한 모습을 그리며, 다시 권력의 속성을 더 잘 표현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정치 엔지니어링으로 복수를 반드시 해야 한다. 복수를 하고 권력을 찾았을 때 이것을 내려놓은 자를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상상의 현실에서 유치한 희망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적인 접근이라면 마지막 모습이 그가 제2의 한강식이 된다는 전조를 남기는 것이 더 강인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권력자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한시라도 느추면 안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 말이다.


 그렇게 친구이자 검사를 바라보는 자가 있다. 최두일. 이름이 참 묘하다. 김응수는 선공이 아닌 응수만을 한다. 최두일은 마치 검사의 이름과 비슷한 어감이지만, 인간적이다. 울분에 대한 복수와 의리, 성공에 대한 열망과 친구에 대한 애정을 갖고 희로애락이 표현되는 모습이다. 김응수처럼 배역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좀 더 멋지게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혹시 박태수와 배역이 바뀐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 외 안희연 검사역의 김소진이 돋보인다. 어눌한 듯한 사투리를 쓰는 정의감 있는 검사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 눈에 인상적으로 남기 때문이다. 물론 맛깔스러운 성동일과 멋진 자태의 김아중이란 우정 출현이 돋보이기도 하다. 그렇게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세상의 한 단면이 노출되기도 한다. 검사실 안에 이슈의 창고가 있는지는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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