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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Jan 27. 2017

언어의 정원 (言の葉の庭)

The Garden of Words - 2013

 '너의 이름은'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영화 블로거의 강력한 추천으로 언어의 정원을 보게 됐다. 출장에서 돌아와 하루 종일 꿈속을 헤매다 보는 영화는 몽롱한 상태가 더해 마음 깊은 곳의 아련함을 이끈다. 실사와 같은 산뜻한 봄날의 모습 같은 영상과 동경이란 배경, 화면의 시선 움직임들이 이런 숨겨진 이야기를 주시한다. 


 영화 호우시절이 젊은 날의 추억을 되새기는 아쉬움과 마음으로 형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라면 언어의 정원은 더 젊은 날의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남녀의 모습과 더불어 삶을 나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설레임이다. 영화가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좋은 감정, 그 감정이 풍부해지며 나타나는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특히 테마를 이루는 단가는 애틋한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해 준다. 이런 마음을 갖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가 그리는 시대에서 잘 그려졌을 뿐이다. 참 이쁜 영화라고 생각한다.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구름이 끼고 비라도 내리지 않을까
그러면 널 붙잡을 수 있을 텐데

 

 영화의 앞부분에 읊조리는 단가가 그렇게 여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흐름이 흘러갈수록 이 단가가 나타내는 내면의 상태란 기다리는 연인처럼 남녀만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마음이 사람을 살짝 흥분되고 설레게 한다. 이 기대되고 설레고 때론 불안한 마음이 '언어의 정원'에도 '너의 이름은'에도 있는 것을 보면 감독은 로맨티스트를 동경하는 것은 아닐까 상상한다.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며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당신이 붙잡아 주신다면 난 머무를 것입니다


 한바탕 열병을 치르고 다가서, 마음에 일어나는 심정을 솔직한 교과서처럼 이야기한다. 순수하다. 이런 순수한 감정이 사람의 손을 오그라들게 하지 않고 아름답게 보게 되는 이유는 진심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가며 순수함을 철이 없다고 하지만 마음 한켠에 돌아갈 수 없음에 대한 부러움이 같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 좋은 시절이 지나고 나서 안타까워하는 굴레가 사람에게 쓰여있다. 

 

 아련하고 아쉬운 장마철이 지나고 겨울이 온다. 모두들 조금씩 성장하고 나아가지만 그때의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은 추억이 되지 않는다.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계절이 바뀌어 눈이 내리는 정원에 정성이 가득 담긴 구두가 놓였다. 봄을 바라는 듯 핑크핏 구두가 그의 마음속에 아직 살아 숨 쉬는 사랑과 기다림을 느끼게 한다. 다시금 읊조리던 단가와 같은 주인공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인연을 기대하게 된다. 


 눈 속에 가지들이 만화라고만 하기엔 뛰어나다. 그 정원 속의 모습이 계절이 바뀜에 따라 옷을 새로이 갈아입을 때쯤 또 다른 멋진 인연이 함께 하길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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