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의 아시아 마켓 4.0
내가 기업가들이 학자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하나다.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이론을 전개하는 것이 뛰어난 것인가? 아니면 뛰어난 분석의 논리를 전개해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위대한 일인가? 그래서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보다 설계개념, 뛰어난 사업결과보다 사업기획, 행동의 결과보다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가를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책을 읽고 모든 인위적인 것은 인간을 지향한다고 기록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하고 인간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본질이 현상의 결과에 현혹되는 것보다 현명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이 책은 new wave marketing이라고 명명된 주장의 사례집에 가깝다. Marketing 3.0의 인간 중심 마케팅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인간 중심의 마케팅을 구현하기 위한 접근법을 Marketing 4.0이라고 정의했다. 내 관점에서 혁신적 변화의 수준을 보면 3.5 정도가 타당하다. 본질적 개념의 변화가 아니라 환경변화에 따른 효과적인 기술적 현상에 관한 접근이다. 그러나 사례에서 나타난 기업들의 기업 철학과 핵심가치를 들여다보면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굉장히 유효한 방법과 생각이 담겨있다. 이 책을 통해서 이런 공통점을 3개 파트로 요약했다. 목차를 통해서 변화의 필요성과 당위성, 사례를 통한 방법론, 변화를 대하는 태도 또는 기업철학의 방향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Part 2가 시작되기 전에 설명하고 있는 new wave marketing에 관한 한 가지 정리는 꼭 읽어 볼 필요가 있다. 기존 구조에 어떤 개념이 더해지고 있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사실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일이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이론이 아니라 사람의 인지, 행동, 반응에 대한 자연스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마케팅 과잉 시대다. 이제 좋은 품질과 기업의 이미지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 디지털 기술과 그것을 사용하는 소비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이 필요하다"
홍성태 교수의 추천사에 이런 말이 있다. 이 문장이 앞으로 다가올 시장을 대하는 조언으로 아주 맘에 든다. 함축적이고 막연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마케팅을 통해서 '00 하는 척'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기업의 핵심가치가 사용자와 시장에 진심으로 인지되는 진정한 마케팅의 시대다. SNS, Viral Marketing이 looks like가 아니라 real이 되어야 하는 시대다. 그 real을 전달하고 경험하게 하는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 구현을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깊이 있게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두 번째로 가능한 방법을 사람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사고가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현실에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Chapter 1에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의 business open innovation에 대한 잘 갈무리된 정리를 배웠다. "기업이 외부의 혁신을 활용하여 내부의 혁신 속도를 높이고 시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조직의 투입물과 산출물에 존재하는 지식을 목적에 맞도록 활용하는 일"이라고 어렵게 정의된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레거시 마케팅, 폐쇄형 혁신의 한계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이해하지만 현재의 익숙한 방식을 탈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나만 살면 된다'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일이 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어떤 내일도 오늘과 같은 적은 유사 이래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고급진 기업 철학을 논하고 가볍게 기업문화를 언급하지만 입으로만 하는 변화, 행동이 따르지 않는 변화는 의미가 없다.
Chapter 2 '가치를 추구하는 디지털 소비자와 연결되는 법'을 읽으며 시대와 상황이 변화를 읽는 능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사람을 읽는 능력이다. 고객만족도 마찬가지다. 성공적 사례를 보고 이해하기 쉽다. 문제는 현실에서 나는 고객의 OK과 thank you를 많이 접하는가? 아니면 고객이 KO 되고 또 다른 문제의 굴레를 다람쥐 챗바퀴 돌듯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제 고객사에서 제품 가격을 마케팅 정책을 운운하며 반 값으로 깎아야 한다는 주장을 접수했다. 지난번에 "DIY로 하세요"라고 한 적이 있음으로 이 번에는 "나도 고객님이 매 월 백 만불씩 이 제품 발주를 해주시면 좋겠어요"라고 회신해 줬다. 아무한테나 이렇게 보내면 막 나가자는 것이다. 그만큼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또 서로의 환경을 이해해 달라는 공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절반의 농담과 전반의 진심을 담아서 보낼 수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으로 파트너를 잡을 수 없다. 대신 진실을 전하고 지속적인 사업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전략적 접근의 내면에 내 진심을 심어 농담을 던진 것이다.
Chapter 3은 쉽다.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돈을 벌기 위해서? 초기 자본주의의 사고는 그렇다. 그럼 모든 기업은 스쿠루지처럼 합법적으로 돈을 악착같이 모으기만 하면 되는가?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면 영화 '마스터'의 명대사처럼 구체적인 ten color(알아서 해석, 검색 필수)가 되기 쉽다. 모든 기업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는 시장에 나와서 사용자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래서 사용자는 가치를 현물 화폐로 보답한다. 공헌과 기여라는 기초 사고가 없는 사업은 성립되지 않는다.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률적 처벌 대상이 사기가 아닐까? 인간존중, 인간에 대한 사고가 사업에 녹아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Chapter 5에서 고객을 가치 창출의 참여 주체로 정의하고 있다. 본격적인 new wave marketing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다. 익숙한 STP전략에서 Segmentation을 커뮤니티화, Targeting을 고객의 확인, Positioning을 명료화란 3C로 정의했다. 이 작은 유사한 변화 속에 생각의 차이가 있다.
Chapter 6는 Brand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이 입신양명을 통해 명문가를 만들고 족보를 만든다. 이것이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다른가?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OEM/ODM의 생존을 위한 노예 사업이고, Brand 사업은 Noble business라고 말할 때가 있다. 사실 현장에서 둘은 모두 필요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Brand에 대한 priority를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도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격이 다르다. 다만 사업은 브랜드의 identity와 고객이 인지 해석하는 기업에 대한 identity의 차이를 어떻게 줄여나가는가가 곧 경쟁력이다. 나는 기업의 invisible asset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속마음을 알기 위해서 좋아요, 싫어요를 누르게 한다.
8~10 Chapter는 쉽게 읽어 볼만한 사례에 가깝다. 책을 읽게 된다면 이 책의 어딘가에 쓰여있는 PPT 그룹의 사업 전략, 딜마티의 진정성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살아가며 자신의 정체성, 일과성을 만들고 이를 타인의 마음과 입을 통해서 품격과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 그 좋은 예를 이 두 가지를 통해서 본 것 같다.
필립 코틀러,허마원 카타자야,후이 덴 후안 저/도지영 역
21세기북스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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