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도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웃는다

by khori

형아들과 언니들은 손이 많이 간다. 내가 나이가 들어보니 그렇다. 이건 무조건 인정. 그래서 연장자에게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하고 예의라고 한다. 나를 돌아보면 내가 배려를 받을 행동을 하는 것이 사람에 관한 저축이다. 그런데 요 몇일을 돌아보면 애들도 손이 많이 간다.


주말 집에서 아이들이 MBTI를 하더니, '나랑 맞네 안 맞네' 쫑알쫑알 거린다. 결론은 본인은 만사오케이고 내가 문제란다. 일말의 기대도 하지 말아야 실망이 없다. 주인님이 가세를 했다. 결론은 내 탓인거 같다.


회사에 나왔더니 한 녀석이 병원에 다녀온단다. CT촬영까지 해야할 듯 해서, 걱정이 되었는데...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손님중에 알렉산드리아가 있다네요"라며 카톡이 왔다.

"한가하냐? 조신이 있어라. 러시아 출장은 못가게 한다고 병원에서 드립질이냐?"

"......"


오후에 출근을 했는데 퀭해서 어디 아픈가 했다. 엄청 힘들었다고 투덜투덜 시끄럽다. CT촬영하는데 뭐가 힘들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걱정은 되겠지.


"아니 CT촬영하는데 손을 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담이 붙어서 아~ 잠깐잠깐 이렇게 소리지르며 잠시 손좀 내리자고 했더니 간호사가 막 웃으면서 꾸욱 누르잖아요"


그래서 밥도 못먹고, 얼굴이 퀭해졌단다. 어째 내 주변엔 참 희한한 일이 많다. 상상할 수록 웃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날이다.


"난 몸에 열이 나는 거 같아요? 보건소에 다녀와야할 것 같아요"


두 달전에도 다른 녀석이 그래서 검사결과 나올때까지 총무팀에 전달하고 이틀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난주에도 업체 같이 만나고, 어제도 같이 있고..."

"너 대략 동선이 얼마만큼 되냐? 회사안은 안 돌아다닌 곳이 없고.. 어쩌냐?"

"검사는 내일 나오는데, 어디 갈데도 없고.."

"그냥 카트라이더나 하면서 차에서 자. 날도 따뜻한데, 심심하면 경쟁사를 죄다 한 바퀴 도시던가"


이런 농담을 하는데 좀 있다가 집에서 마나님이 장갑끼고 김밥 사다 주더니 나만 움직이면 소독약을 뿌린다고 계속 투덜거린다. 심심한가 보다. 그런데 나도 살짝 몸이 몸살기운이 있다. 혹시 몰라서 마스크를 하고, 좀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했더니...한 명 왈


"가까이 오지 마"

"왜 혼자 살라고?"

"아니 혼자 죽으라고 ㅋㅋㅋㅋ"


급하게 움직이기 그래서 회사 조용한 곳으로 옮겼다. 괜히 타인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되니까? 퇴근 시간쯤되서 다시 손 많이 가는 녀석 연락이 왔다. "난 음성이라오~~" 그 팀의 다른 팀원은 "혼자 어디서 놀고 있었요?"라며 위치를 물어본다. 상반기 실적을 숫자를 보르나 머리가 아픈데 계속 어디서 혼자 노냐고 물어본다. 퇴근시간에 맞춰 같이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밥먹으며 우리나라 국위선양은 죄다 여자가 한다. 금메달 갯수만 따져도 그렇고, 일제시대 하면 류관순이 1등 아니냐? 지폐를 봐도 신사임당이 Top이다. 대한민국은 여자들이 만든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딱맞춰 전화가 왔다. 역시 딸이 있는 집이 아들만 있는 집보다는 부드럽다. 잠시 부러웠다.


"아빠 언제와?"

"왜"

"엄마가 빨래 개라고 하잖아"

"지금 퇴근하면 좀 걸리지"

"올 때까지 기다릴께"


또 한참 웃었다. 딸은 저런 일이 있구나. 저집도 손이 많이 가네. 그러고보니 우리 본부 막둥이가 나한테 잔소리할 때가 생각난다. 하긴 그보다 몇 일전에 팀장 하나가 고객에게 이렇게 메일을 보낼꺼라면서 내 자리에 오더니 보고와 연극무대 리허설의 경계를 오락가락 하며 열변을 토했다. 지나가던 제조본부 과장이 "어우, 무슨 일인데 팀장님이 본부장님을 혼내고 계셔요? 우리 엄마 화났을 때랑 비슷해요". "얘 원래 그래. 나를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본인 스트레스를 풀고 있지. 하루이틀도 아니고 왜 왔니?... 그리고 너 이거 할때 삿대질 하지 말라고 했지!!!!"


그러고 보면 내 주변에 정상적인 젊은 것들도 드문거 같은데........... 손도 많이 가고. 이거 나 때문인가? 그래서 선물받은 이 이모티콘을 꽤 요긴하게 쓰고 있다.


KakaoTalk_20200610_140550374.jpg 너, 너, 너어어어어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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