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신전 - 넷플릭스
날이 참 덥다. 3년 전처럼 덥다면 답이 없다. 요란하고 시끄럽던 올림픽도 코로나도 생사를 걸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아침부터 펜싱에서 새로운 물결에 자리를 내주고, 조금 아까 지나가다 보니 태권도에서 일본에게 점수차가 크다. 날이 덥긴 한가보다. 더위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더운 김에 운동을 하며 주말을 보내고 있다. 건전한 것이 아니라 더워서 별로 할 것 도 없다.
킹덤류의 좀비 영화는 글쎄? 어려서 비디오테이프로 보는 미국 좀비 영화가 한 여름 공포 영화로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흐느적거리는 병맛 좀비를 보면 재수가 없다는 느낌이 훨씬 강하다. 사극, 임진왜란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넷플릭스 킹덤도 첫 시즌을 본 뒤 '글쎄?' 이런 느낌이다. 나는 좀비 영화가 늘어나는 것이 시대를 반영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사람에 미친 좀비, 무엇엔가 미친 사람, 지금 이 시대는 뭐에 미쳐있고, 나는 무엇에 미쳐있지?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싱싱하게 살아있는 사람의 몫이다. 아신은 우연히 생사초에 관한 기록을 찾는다. 여진 부족으로 조선에 병합되어 사는 마을.. 조선은 참으로 배타적인 나라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리고 지금 상고사의 역사를 보면 흉, 말갈, 숙신, 여진 등 일명 오랑캐 종합세트가 결코 우리의 선조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아신이 사는 마을은 여진을 위해 조선이 허용한 땅이다. 일본에 자이니치라 불리는 교포와 같다. 그들은 처우와 지위가 다르다. 하지만 그들에게 땅을 불하하고 세금을 감면해줬던 나라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그런 시대가 돌아오길 바라며 사는 소박함도 있다.
금지된 영역에 들어온 대륙의 여진, 그들을 도륙하고 그 핏의 대가를 타인의 피로 갚는다. 이렇게 반목하고, 자신의 죄를 타인에게 전가하고, 탐욕의 문제를 숨기며 문제가 점점 커진다. 아신은 멸족당한 마을을 위해 복수를 꿈꾸게 되는 이유다. 대개 문제가 생길 땐 가해자에게 자신의 목적을 위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잃었기 때문에 분노가 응집된 복수가 시작된다.
한 시간 정도 흐르는 드라마는 조금 무료한 맛도 있다. 그 뒤로는 좀비 영화답다. 무엇보다 배경, 빛이 이루는 화면이 아주 괜찮다. 마지막 차도르를 두른듯한 모습이 조금 그렇지만.
무엇보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 수 있다'는 조건이 걸릴 때... 글쎄 나는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고, 간절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사람이 걸어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할 뿐이다. 퇴마록에서 영생을 사는 사탄이 겪는 삶의 지겨움(이 정도면 저주라고 생각함)을 굳이 따라 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한다. 아신은 그 생사초를 의원에게 전달하며 한 시진 내에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살아난 사람의 상태와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말할 의도도 없고, 죽음의 장벽을 넘어 삶을 이어간다는 탐욕으로 의원은 묻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다른 문제가 점점 커진다. 영화뿐만 아니라 일상이 그렇다. 모르면 물어볼 수 없고, 알아도 욕심의 장막이 내 마음을 덮으면 묻지 않는다.
이유 없이 갑자기 좋은 일, 기적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좋을까? 꿈속에서는 몰라도 현실에서는 사기가 가장 근접할 때고, 재앙이 점차 다가올 때다. 그런 일이 생기면 내 일상이 좀비가 된다. 이건 내가 좀비류 영화를 보면 느끼는 공통점이다. 뭔가 참신한 발전이 없다니까? 그나마 킹돔은 스토리를 역사와 묶으려는 시도를 해서 그나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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