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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 Nov 19. 2018

자기만의 방

 나의 고양이는 원래 내 머리맡에서 잤다. 평소에는 곁을 크게 안 주어도 잠잘 때만큼은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고양이가 얼마 전부터는 나와 각 침대(?)를 쓰기 시작했다. 캣폴을 설치하고부터다. 낮에도 캣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잠도 캣폴 위에서 잔다. 그리고 캣폴 위에 앉아있을 때 쓰다듬기라도 할라치면 그럽게 사나울 수가 없다. 자기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숨숨집, 마약쿠션, 케이지, 박스 등 다양한 주거공간(?)을 제공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네 침대가 곧 내 침대다냥

 '캣폴에서 자다가 떨어지면 어떡하지?'같은 지극히 인간다운 걱정도 걱정이지만, 더이상 고양이의 보드라운 털을 만지작거리다가 잠드는 호사를 누릴 수 없어서 못내 서운하다. 이제 혼자서도 잠자리에 드는 것만이 아니라제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는 사춘기 자식을 보는 부모 마음이 이럴까.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그 방을 지키려는 노력이 과도하여 마음과 마음이 드나드는 문 하나 없는 성(castle)이 되어서는 안되겠으나, 타인이 함부로 걸어다니는 '거리'가 되는 것도 자율적인 개인이라면 경계해야할 일이다.


 다들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고, 그 방에 방문한 나에게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 물론 그 규칙은 사회적 관습에서 파생되었거나 이전에 그/그녀의 방을 거쳐간 다른 이들과의 협의를 통해서 자리잡은 것이니, 완전히 독단적인 규칙이라고는 할 수 없다. 동시에 100프로 옳은 것도 아니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언제나 다른 이들의 규칙을 지키려 쩔쩔 맨다. 각자 자기 방의 규칙을 소리높여 이야기하면서 서로 이웃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데, 나는 그저 남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다. 이러다가는 내가 나다움을 지킬 수 있는 나의 공간은 사라질 것이다. 아니다. 사실은 그런 나만의 방 같은 걸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남의 방문을 두드리며 다니고, 혹시나 쫓겨날까봐 남의 눈치를 보고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자기만의 방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고양이에게도 있는 그 공간이, 나에게는 없는 것 같다. 있다 하더라도 산들 바람 한 자락 불어도 와르르 무너지는 판잣집에 불과한 것 같다. 나는 나만의 방을 어떻게 견고히 세우고 아름답게 가꿔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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