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이 Nov 16. 2018

역시 그냥 이대로

 사랑의 정의에 대한 나의 기준치는 벼리를 만난 이후에 현격히 높아졌다. 매일 보는데도 그리운, 기꺼이 희생하게 되는, 밉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서러운, 헤어질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한 등등.

 애정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가꾸고 키워가야 하는데, 인연이 싹뜨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고양이에 대한 감정과 비교하게 된다. 인간의 필패지.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고양이의 가릉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초겨울밤을 보낸다. 한 손에는 포근한 고양이를, 다른 한 손에는 차가운 맥주잔을 쥐고서. 역시 그냥 이대로가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다정한 눈짓 하나에 나는 그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