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의에 대한 나의 기준치는 벼리를 만난 이후에 현격히 높아졌다. 매일 보는데도 그리운, 기꺼이 희생하게 되는, 밉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서러운, 헤어질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한 등등.
애정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가꾸고 키워가야 하는데, 인연이 싹뜨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을 고양이에 대한 감정과 비교하게 된다. 인간의 필패지.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고양이의 가릉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초겨울밤을 보낸다. 한 손에는 포근한 고양이를, 다른 한 손에는 차가운 맥주잔을 쥐고서. 역시 그냥 이대로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