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서 눈뜬 지 2일 차
오늘도 맑은 날씨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맑은 날씨와는 상반되게 ‘원래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도시였었나?’ 싶을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어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힘겨워 보였다.
한참을 멍하니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들을 구경하다가 해도 쨍쨍하고 좋으니 하루 시작은 기분 좋게 빨래로 시작하자 싶어 세탁기를 돌리고 나도 한숨 돌렸다. 내일은 비 소식이 있어서 빨래가 안마를 수도 있는 상황이니 오늘의 선택은 최고의 선택이었을 수도.
부지런히 빨래를 널고, 오늘 점심은 나가서 어제 봐두었던 함박스테이크집에 가서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씻으러 들어가려던 찰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점심식사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그래서 함께 봐두었던 함박스테이크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학생시절, 처음 생겼던 이 가게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육즙이 가득한 맛있는 함박스테이크를 내주셨던 기억이 남아있어 방문을 해보기로 생각했던 곳.
나는 기본 함박, 친구는 치즈 함박으로 시켜 먹었다. 치즈 함박은 치즈가 속으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위에 올라온 형태의 치즈 함박스테이크였다. 기억에 있던 것처럼 육즙이 가득한 고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함박스테이크였다.
밥을 먹고는 바로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러 나는 코코아 한 잔, 친구는 카페 라테 한 잔.
코코아 색이 영... 흐릿해서 별로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한 코코아에 감탄하고, 라테도 맛있다며 친구도 감탄했다.
역시 사람은 본업을 잘해야 하는 건가...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 보니 마시고 있던 코코아와 라테의 바닥이 보였는데 추가로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는데, 딸기 아이스크림밖에 없는데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모든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우리의 식성은 여전했기에 상관하지않고 2차 주문.
생각했던 것 보다 시간이 꽤 지나서 친구를 얼른 사무실에 데려다주고,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계획을 하고 나오지 않아서 뭘 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보이는 데로 걸어 다녔는데, 익숙했던 풍경들과 그렇지 않은 풍경들이 함께 펼쳐졌다.
그 많던 상가가 다 사라진 삿포로역 서쪽입/출구. 사진을 찍진 못했는데, 신칸센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거 들어올 준비 한다고 다 폐점하고 정리하고.. 추억이 있는 상가들이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그렇지만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줄 상가들이 또다시 들어서겠지 언젠가.
그래도 다행히 남아있던 내 최애 빵집 폴. 이 집의 까눌레와 크로와상, 크로와상 샌드위치는 꼭 먹어봐야 한다. 형용할 수 없는 맛. 다음 주면 꼭 내 입에 넣어줄 예정이다.
삿포로역에는 다이마루라는 백화점이 연결되어 있는데, 오랜만에 들러서 보니 가격들이 꽤 싼 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 시절에는 비싸서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직장인이 된 이후로 나의 물가 기준치가 낮아진 것인지, 한국의 물가가 미친 듯이 상승해서 비교적으로 저렴하다고 느낀 것인지.
알록달록 담겨있는 과일 컵들이 비싸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내가 변했든, 물가가 변했든 뭔가의 변화는 확실히 있었던 듯하다.
한참 동안을 삿포로 역의 상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해 나왔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 같은 흐린 날씨였는데, 나는 우산이 없고 집까지는 꽤 거리가 있고. 그래서 재빠르게 행선지를 집으로 변경했다.
마트에 들러 필요한 것을 사고 재빠르게 집으로 돌아와서, 아침에 널어두었던 빨래를 모두 걷어두고는 앉았는데, 갑자기 몸 상태가 급속도로 안 좋아지기 시작해서 그대로 널브러져 버렸다.
저녁을 먹어야 약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해 두었던 찌개와 반찬에 저녁을 후다닥 먹고, 진통제 2알이나 먹고 누워서 취침.
내일은 비 소식도 있고, 몸도 안 좋아서 하루 종일 집 콕할 예정. 이런 날도 있어야겠지?
컨디션 난조로 갑자기 마무리 짓는 삿포로 일기.
내일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