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필요했던 9월의 시작
컨디션 난조로 마무리했던 8월의 마지막 날. 9월의 시작에도 이어지는 컨디션 난조로 쉬어감이 필요했다.
보통의 여자들에게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는 손님이 어제저녁부터 찾아왔던 탓이었다.
나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이 불편한 손님이 거의 10년째 한 달에 두 번씩 더 잦게 찾아오는데, 퇴사를 하고 나서 쉰 지 3달에 가까워지니 기가 막히게도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역시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찢어질 듯한 통증을 동반하면서 온다는 것. 이럴 거면 그냥 자주 오는 게 낫지 않나 싶을 정도로 앉아있을 힘까지 다 뺏어가는 손님이다.
이 불청객을 맞이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으니 감당하는 수밖에. 여하튼 그러는 바람에 하루 종일 바닥과 한 몸이 되어 찰싹 붙어있었는데, 아픈 것만 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도착하고 날씨가 계속 좋았는데, 나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하루였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있다가 저녁 6시쯤이 되어서야 이제 좀 살 것 같아 밥을 먹으러 나갔다. 메뉴 고민은 해도 해도 어려운 것. 고민 끝에 학생 시절 갔었던 햄버거 가게를 방문하기로.
일본 음식도 워낙 짜기로 유명한데, 이 집은 그 정도로 짜지 않았어서 초반에는 자주 갔었다. 근데 점점 패티에 소금을 치는 양이 늘어나더니 급기야는 너무 짜서 입도 못 댈 정도여서 발걸음이 이어지지 않았던 햄버거 가게.
이제 탈이 났었던 장도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기에 밀가루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다시 한번 방문해 보았다.
혹시나 짤 것을 대비해서 세트를 시키면서 샐러드를 시키고, 아보카도와 토마토가 들어가는 햄버거로 선택했다.
역시나 비주얼로는 합격. 푸짐하게 잔뜩 들어간 햄버거 속 재료들과 어우러진 색감이 침샘을 자극한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한 입 먹은 햄버거는 짜긴 했지만, 못 먹을 정도로 짠 수준은 아니었다. 샐러드랑 함께 곁들이니 괜찮았다.
육즙이 가득한 패티에 고소하고 부드러운 아보카도, 상큼한 토마토.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천천히 재료들을 음미하며 맛있게 먹고는 잠깐 비가 그친 사이에 재빠르게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한 일이라곤 누워있다가 밥 먹은 것 밖에는 없었지만, 장기 여행자 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이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눈 감은 삿포로에서의 9월의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