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비 덕분에 만끽한 야경과 불꽃놀이
삿포로에 도착해서 처음 맞이한 토요일.
친구도 주말에는 쉬는 날이기 때문에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날이었다.
느지막이 여유롭게 일어나 오늘 같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 모에레누마라는 공원에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날도 좋을 것으로 예상되니 가서 푸른 들판에서 여유를 즐길 생각이었다.
친구가 일하는 곳 건물이 일요일에 정전이 있어 미리 조치가 필요해 잠시 들를 필요가 있다고 해서 먼저 볼 일을 보러 나가고 나는 한 시간 정도 후에 집에서 길을 나섰다.
맑은 날씨가 예상된다던 일기 예보와는 다르게 몰려온 먹구름들로 인해 하늘은 흐리다 못해 어두웠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우산을 들고 나올 걸 그랬나 싶었다가도 저 멀리 파란 하늘이 보이니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길을 나섰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점점 한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살짝 흩날리는 정도의 빗방울이었기에 이쯤이야 괜찮다며 목적지까지만 가자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떨어지는 빗방울의 굵기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굵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오면 물에 젖을 생쥐꼴을 면치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 만나 친구 사무실 근처로 가기로 했던 동생에게 연락해 밖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고 우산을 챙기라고 알려줬더니 밖에서 움직이지 말고 지하철 역에서 기다리면 우산을 들고 온다 하기에 고맙다고 한 뒤 잠시 비를 피해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만난 동생은 환한 웃음과 함께 우산을 들고 있었다. 오늘 길에 비가 하나도 오지 않아 무슨 비가 내린다는 거지? 생각하면서 들고 왔다며.
동생네 집에서 내가 기다리고 있던 지하철 역까지 단 한 정거장 거리이기 때문에, 날씨가 특별히 다르지 않을 텐데 하면서 나왔다고 얘기하길래 나는 “날씨가 영 이상하네? 어쨌든 고마워”라고 멋쩍게 이야기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금방 역을 빠져나왔는데, 눈앞의 광경에 놀라 둘 다 멈추어버렸다. 폭풍처럼 쏟아지는 빗줄기. 어마무시하게 내리고 있었다.
역시 내 말대로 빗방울이 굵어지다 못해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보다 둘 다 우산을 쓰고 걷기 시작했다.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빗속을 뛰어가기도, 역에서 나오지 못하기도 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우산을 썼는데, 신발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비가 한 번에 쏟아져 내리는 것을 어찌할 방도는 없었다.
그렇게 비가 오기를 10-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언제 내렸나는 듯 또다시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싶을 정도로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공원을 가기로 했는데, 비구름이 또 몰려오면 어쩌나 싶어서.
마침 또 먹구름은 우리가 가려고 하는 방향으로 이동을 하고 있어서 행선지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으로 목소리가 모아졌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모이와야마.
야외이기에 또 비가 올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확실히 먹구름이 우리랑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결정하고 움직였다.
삿포로에는 시영전차가 지상에 다니는데 그걸 타고 가면 케이블카를 타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셔틀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내릴 수 있다. 내리자마자 갔더니 마침 딱 떠나려던 셔틀버스가 우리까지 태워주고 출발을 했다. 타이밍도 굿.
삿포로 시민이면 1,100엔, 외부인은 2,100엔.
케이블카를 두 번이나 타고 올라가야 해서 혼자서 갈 때는 무서워서 잘 못 가는데, 그래도 동행이 있으니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두 번의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가 도착하자마자 우리 셋은 눈앞의 광경에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카메라에 담는다고 담아봤는데, 눈으로 보는 것만 못했었다. 최대한 많은 사진들을 잘 담으려 노력해 봤으나, 역부족이었다. 특히나 핸드폰 카메라이니...
전해지지 않을 것을 알기에 아쉽지만 그래도 사진을 나열해 보기로.
마침 딱 올라간 시간도 해가 떨어지던 시간 대였어서 하늘과 도시의 풍경이 매분 단위로 바뀌고 있었다.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눈에, 그리고 카메라에 담기 위해 부지런히 담고 또 담았다. 가만히 멍하니 서서 바라보다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가, 정면도 봤다가 측면으로 가서 구름들 움직이는 것도 보다가, 뒤쪽의 산 봉우리들을 따라 능선을 따라가기도.
그러다가 옆에 계시던 일본인 부부에게 오늘 불꽃놀이가 있어서 여기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고급 정보를 받았다. 우리가 가려던 모에레누마 공원에서 오늘 불꽃 축제가 있다고.
아니 이게 무슨 행운인가 싶었다. 우린 비를 뿌리던 먹구름을 피해 이곳으로 왔을 뿐인데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불꽃놀이까지 구경을 하게 되는 행운까지 얻었다.
심지어 정면에 자리를 잡은 덕에 누구보다 선명하고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으니.
갑작스럽게 내린 비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만약 비가 오지 않았다면, 우린 예정대로 모에레누마 공원을 갔을 것이고, 불꽃 축제로 인해 입장도 못하고 그냥 왔겠지만 말이다.
가까이서 보는 것만큼 소리가 생생하지 않았고,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불꽃놀이의 시작과 함께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멀리서 봐도 가까이서 봐도 언제나 설레고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불꽃놀이. 남녀노소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정말 알차게 삿포로의 야경과 불꽃놀이를 보고 저녁으로는 매운 모츠나베와 맥주 한 잔을 곁들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뜻하지 않았지만 뜻밖의 행운으로 완벽함에 가까웠던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음에 다시 또 감사하며, 내일의 삿포로를 더욱더 기대를 하며 잠이 들었다.
내일은 걸어서 행군이 기다리고 있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