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아

각자의 속도가 있을 뿐, 우린 그 누구도 느리지 않다.

by 김청

새해가 되고 쓰는 첫 글,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모든 분들의 가정에 행복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지난 년도에 어떻게 살았는지 둘러보며, 목표했던 것을 이룬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이에 맞게 목표 설정을 했다. 이번에도 다짐을 하면서 언제나 새해에 이루고 싶은 것들의 목록에서 다이어트, 독서, 외국어 공부는 빠지지 않는 것을 느끼고는 '여전하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2021년이 오기 두 달 전쯤 구입한 차를 새해맞이를 해준다고 세차를 해줬다. 2021년에도 안전 주행을 부탁한다고. (세차는 자동세차를 했으면서 생색낸다.) 차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차를 산 이유는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차에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다는 변명을 해본다.)


코로나로 인해 어쩌다 한 번씩 찾아가는 부모님 집을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내려가려면 환승 시간 포함 약 5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고는 결심했다. 차를 사기로.


이것저것 자잘한 것들을 많이 하는 나로서는 시간이 정말 금인데, 길에서 보내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이동 시간만 줄이더라도 하루에 최소 2시간 이상을 벌 수 있는데... 나에게 있어서 2시간이라는 시간은 과장을 조금 더 보태서 책 한 권은 거뜬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이기에 더욱 귀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시간들을 구해낼 방법을 찾았고, 그건 '차'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새로 구입한 차는 새해에 다짐한 목표들을 지킬 수 있도록 시간을 잘 벌어주고 있어 굉장히 만족스럽게 타고 있다. "돈은 이렇게 쓰는 거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소비.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 없기도 하고, 앞으로의 유지비도 고려해서 어떤 차를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한참 고민을 했었는데, 원하는 스펙의 자동차들을 비교 분석해보며 알아보던 중 TV에서 나오는 차 광고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대자동차 코나 광고 (출처: 유튜브)
- 달팽이 편 https://www.youtube.com/watch?v=7QkvmCYekDA
- 거북이 편 https://www.youtube.com/watch?v=fz_PvkUgd6g


1.PNG
2.PNG
3.PNG
4.PNG
이미지 출처: 유튜브 - 현대자동차



Nimble <동작이> 빠른, 날렵한, 민첩한, 영리한 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한다. (처음 알게 된 단어)


영상을 보면 I like the Nimble이라는 문장을 반복하는 노래가 나오고, 각 편에서 달팽이가 거북이가 나온다. 재빠르게 지나가는 차를 보면서 놀라워하기도, 부러워하기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현대자동차가 유튜브에 업로드한 광고의 머리글을 보면 '느림'의 대명사 달팽이와 거북이가 '동경하던 민첩함'을 가진 차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라는 말을 덧붙여 둔 걸 볼 수 있다.


그런데, 광고를 보다가 문득 우리가 '느림'의 대명사라고 인식하고 있는 달팽이 또는 거북이가 정말로 느리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달팽이가 1초가 얼마나 갈 수 있는지 찾아봤는데, 약 1.4 cm를 갈 수 있다고 한다. 달팽이의 크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겠지만.


1초 동안 손마디 하나쯤 되는 길이를 간다고 생각하니 우리 생각으론 너무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보다 더 느린 것이 있으니... 바로 굼벵이다. 찾아보니 굼벵이는 1초에 약 1 cm 를 갈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역시도 크기/길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굼벵이 입장에서 봤을 때는 달팽이가 무려 1.5배가량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렇듯 비교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의 속도가 빠르게 또는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니.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우리의 잣대로 달팽이 또는 거북이, 그리고 굼벵이가 '느림'의 대명사라고 정의해도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 년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그동안 이루지 못(또는 안)했던,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나만의 목표를 하나씩 꺼내어 본다. 그리고 또다시 다짐을 하면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이를 지켜 내기 위해 노력한다. 행여나 다짐을 지키지 못한 날이 생기면, 나보다 앞서 나가는 것 같은 사람들과 비교하며 "난 왜 맨날 이모양일까?" 하며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목표만큼은 진행하지 못했어도 어제보다 오늘 더,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하기 위한 일말의 노력을 했기에 우린 그 누구보다도 늦지 않았다고, 뒤처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와 비교를 해야 할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닌 오롯이 '나'여야 하니까.


그러니 우리 새해에는 조급해하지 말고, 느려도 괜찮으니 천천히 자신의 페이스에 맞추어 성장해보는 한 해를 보내보자. 2021년의 일주일의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마음가짐을 가다듬어보는 건 어떨까? 싶어 뻔한 이야기이지만 올려보는 글.





P. S. 하필 오늘 몸이 좋지 않아서 회사 출근을 하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연차를 썼다. 오버 페이스 하지 말고 천천히 가라고 몸에서 새해의 첫머리에 알림을 주는 듯하다. (몸이 아주 귀신이다.)

작가의 이전글흑백 사진 한 장 같은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