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으로 뒤지고 있고 남은 시간은 고작 1분여.
치열한 미드필드 싸움 중에 볼은 상대편 부대의 앤드라인으로 흘러간다.
볼의 속도를 봤을 때, 저 볼은 당연히 엔드라인 밖으로 나가고 코너킥이 아닌 골킥이 될 것이며,
그러면서 게임은 종료될 것이리라는 예측은 피아간에 같은 생각이니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때다. 모든 것이 정지된 시간 속에 홀로 돌진하는 것은 황소, 아니 생생이다.
2022년 카타르에서 황소 황희찬이 직면한 바로 그 장면이다!
생생은 볼이 거의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이른바, 퍼스트 터치를 생각한다.
슛을 때릴 것이냐 패스를 할 것이냐.
순간, 뒤에서 최고참 이 병장이 다가오는 느낌을 슈퍼 슬로비디오로 감지한다. 이 병장 주변에는 마침
아무도 없다. 이건 본능적이며 동물적인 감각이며 요즘의 AI, VAR 저리 가라 급의 반응이다.
생생은 퍼스트 터치이자 파이널 터치로 기가 막힌 '컷빽 패스'를 이 병장 발 아래 로켓 배송하며 괜히 혼자
장렬히 넘어진다. 그래야 이 장면이 보다 더 드라마틱한 순간이 되기 때문이다.
(하여튼, 어디서 본건 많아가지고).
이 병장이 생생의 패스를 받아 역시 논스톱으로 찬 볼은 상대의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고 게임은 1:1 원점으로 돌아간다. 생생의 소대는 뒤집어진다. 넘어진 생생 위로 수십 명의 군인 아저씨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생생의 군대스리가 첫 어시스트의 순간이다.
이후 이어진 페널티킥 대결에서 이병생생은 시원한 골까지 곁들여 팀을 승리로 이끄니, 그날부터 생생의 군생활은 봄날 개나리 피듯 활짝 피게 된다. 대대 대표, 연대 대표를 거쳐 내로라하는 군대스리가 (선수 출신) 스타들과 어깨를 견주며 신세대 유망주 시절을 구가한다. 그러다 철책근무에 투입되며 생생의 군대스리가 시절은 조용히 막을 내린다.
생생은 정식 선수 출신은 아니다만, 어린 시절 열악한 동네 깡 마당에서 축구의 기본기를 다지고, 친구들과의 나노 단위 티키타카를 연마한 부동의 동네 스트라이커 출신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졸업 후 사회에 나오자 생생은 축구인생에 본격적인 전성기를 구가한다.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축구동호회 활동을 하고, 동호회가 없는 회사에서는 본인이 축구동호회를 창설, 당연스레 초대회장을 역임한다. 그리하여, 통산 32골, 45 어시스트라는 대기록을 수립하여 민간인 3대 리그 (사회인리그 + 직장인 리그 + 군대스리가 포함)를 평정한 후 장렬히 은퇴한다. 어느 회사와의 시합 때 그림 같은
오버헤드킥을 시도하다가 잘못 떨어져 허리 횡돌기 뼈 골절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 인간. 사고뭉치, 대책 없는 인간임에 틀림없다. 이쯤에서 생생의 축구 이야기는 접는 게 좋겠다.
더 길어졌다간 독자님들이 재미없다며 떨어져 나가는 정녕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의 여정은 끝이 났다.
황소 황희찬의 아쉬운 슈팅 장면을 앞세우기보다는
쏘니의 월클 가랑이 패스를 이어받아 거함 포르투갈호를 침몰시킨 대역전 황소의 슛을 기억함이 마땅하다.
이런 우라질과의 16강전 아쉬움을 앞세우기보다는
신예 백승호의 마지막 한골에 찬사를 보내고, 원정 16강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태극전사들을 칭찬하고
격려함이 마땅하다.
세계 열강의 높디높은 벽 앞에 좌절하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불사른 선수들로부터, 우리네 일상의 도전도 그러해야 한다는 소중한 배움의 기회도
놓치지 말아야 마땅하다.
그리하여,
나의 글쓰기가 이리저리 헤매고 갈 길을 잃어감을 한탄하기보다는
쓰는 자의 길로 들어선 나의 퍼스트 터치가 내 삶의 여정에 기가 막힌 신의 한 수였다는 믿음으로
앞으로의 마음과 행동의 갈 길은 정해졌으니 이미 판단되고 예정한 길로 돌진하여 나아가야 함이 또한
마땅하다.
비로소, 황소 황희찬의 퍼스트 터치와 과감한 슈팅 장면 또한 이해된다.
골은 안되었어도 통렬하게 날리는 황소 슛의 이름은
"도전이다 슛!"이다.
4년 후, 무럭무럭 성장하고 더욱 단단해질 황소와 코리아 팀의 다음이 기대된다.
생생의 다음도 함께 묻어가자! 4년 후에 난 어떤 선수가. 아니. 어떤 작가가. 아니. 어떤 인간이 되어 있을까.
꿈에서 아버지가 보인다.
아버지로부터 환상적인 컷백 패스가 들어온다.
생생은 쏘아 올린다. 그 슛의 이름은
"나이야가라 슛"이다.
당연히 멋진 골이다.
한 줄 요약 : 저 멀리 카타르에서 2022 태극전사들이 쏘아 올린 그 슛의 이름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슛"이다.
부연설명 : 그래도 축구에 대한 생생의 재능은 다소 설명이 부족하다. 그 옛날, 중앙대 축구선수이자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선발되었던 생생의 아버지 별명은 '오토바이'였다. 오토바이처럼 날쌘 아버지가 이 글을 읽고 쓱 미소 지으신다. "원 저슥은~날 닮아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