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12월

by 김호섭

12월이다.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는 저 멀리 북극에서 왔다 하여 북극한파라 불리우고

연일 지속되는 눈길, 얼음길에 술도 안 먹은 맨 정신이 분명한데 이리저리 휘청인다.

걸음걸이는 아장아장 아기 걸음이련만, 뼈마디는 저리다 못해 시린 어르신 근골격계를 닮아간다.

그러니 그 사이 간극에 없는 것은 젊음이요 공백은 시베리아 만주 벌판이다.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나의 젊음이여.

설레이던 청춘이여.




12월만 되면 바짝 긴장감이 올라오는 이유는 때론 어처구니없다. 1년 열두 달 다 같은 한 달의 시간이고 (2월 빼고), 어느 계절의 한 달도 딱히 특혜를 거나 스페셜티를 부여받지 않건만 12월은 왜 이리 긴장 타고

유난히 부산스러운가. 유달리 초조한가. 서양애들은 이 한 달을 여유롭고 느긋한 휴식과 정리의 시간으로

오롯이 보상받건만 우리는 왜 이리도 쪼달리는가. 선진국 진입은 무슨 일어 죽을. 젠장. 짜증만 지대루인건 연식 오래된 직장인 나부랭이 나만 그런가? 나만 별로의 삶인가? 서양애들만 사피엔스냐?

누가 속시원히 대답 좀 해봐라. 인생 뭐 이런가. 아무도 모를 일인가?


도대체 누가 1년을 정하고 누가 열두 달을 정해서 12월이 끝 달이라고 땅땅 디파인 하였는가?

갈릴레오 갈래요냐, 다이소 갈래요냐.

썬키스트 오렌지 태양이고 플라이 투 더 이백년 레드문이냐. 과학도이지만 모를 일이고, 모르고 싶고,

알고 싶지도 않은 괴팍한 짜증 한 사발만 밀려온다.


그래도 질기게도 달라붙어 따라온 질문은 왜? 이나,

물어봐도 소용없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어릿광대의 서글픈 세월이다.

허이구. 정신없는 흰소리 그만하고 마무리나 하자.

12월 한 달을 아니 일 년을.

그래야 되는 때이니. 쿵. 딱.




저 높고 흐린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2022년 1월 초하루. 신정 새해를 밝히는 그날의 서설은 다시 희망처럼 그 밤을 밝힌다. 하얀 눈이니 밝을 수밖에.

그래. 올해는 밝을 것이다.


4년째 거의 매일 오르던 산에서 새해 첫날에 눈을 맞이한 사내의 호흡은 어색한 복식호흡보다는 자연스러운 단식 호흡처럼 호젓하다. 인걸은 간데없고 차량은 어딜 감히, 산속 식구들은 동물성 거처에서 숨을 죽인다.

내리는 눈이 모든 세상 우수마발을 압도한다.

한 사내를 제외하고...


세상 혼자인 사내의 이 쏠리토리한 순간을 채울 수 있는 건 침묵 또는 음악이다.

그러니 침묵하다가 음악을 들을 수밖에.


거장 송창식 님이 살포시 오셔서 부른다. <밤눈>.

그 먼 옛날 창식이 형이 군대 가기 바로 전날 급하게 녹음하고 불렀다는 이 노래. 밤에 눈 내린다고 직관적으로 지은 게으름 물씬 풍기는 제목의 이 노래. 아니, 입영열차 타느라 시간이 없어 뚝딱 제목 지었다고 추론하는 게 더 합리적인 이 노래. <밤눈>이다.




형의 이십 대 청춘의 노래라고는 믿을 수없이

노래는, 음악은, 깊고도 길다. 겨울밤을 닮아 있다.

외치는 건 고독이요 울리는 건 고요다.


밤에 내리는 눈은 쓸쓸하나 정겹다.

정겨움이 눈밭에서 길어 올린 것은 새하얀 밝음이다.




그리하여 시나브로,

올해는 밝을 것이라는 직감은 어라? 현실이 되었다.

밝게 빛나는 일상 속의 이야기를 쓰기로 작정하고 뛰어든 젊은 작가들과의 만남이 그 시작의 북소리를 울린다.

봄부터 울린 그 북소리는 현기증 가득한 여름과 묵묵한 발걸음의 가을을 관통한다.

하루키가 그의 책 <먼 북소리>에서 울려 퍼트린 일상의 쨍쨍하거나 유쾌한 이야기처럼

멀리서 가까이로 몰려온다. 혹은 아무데서 아무데로 흘러간다.


작가들은 각자의 결기로 각자의 색깔로 각자의 역사를 희망의 홈런처럼 쏘아 올렸고 둥둥 울리는 북소리는

심장처럼 고동친다.

뭣도 모르고 뛰어든 허당 포졸은 대장군*의 가열찬 호령에 온 천지분간 없이 뛰어다닌다. 그 마음은 24시간이 모자라게 자유롭거나 겨울처럼 위태롭다.

이 산이 아닌가? 여기는 어디지?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나타나는 건 이정표고, 손잡아 주는 이는 속 깊고 품 넓은 장군들이다.


산속에서 난 상처가 아리고 쓰려도

엎어지고 넘어지고 울고 불어도

진군의 북소리는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날카롭던 이빨은 바람처럼 날아가고

삐끗 발목은 행군의 대열에서 숨 가쁘며

성성한 백발은 풀뿌리 민주주의다.

허술한 환골탈태는 시기상조이니

그 폼새가 허당 하며 헤롱 거리기 그지없다.

단 하나, 연애하고 사랑하는 것은 하트 빛 펜슬과

독수리 타법 절대 무공의 아이언맨 은빛 손가락.

그리고 책.

그것뿐.

그럼에도 한결같은 도전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고,

전진의 춤사위는 근본 없이 에어로빅 앤 아크로바틱 하다.


상처와 부상 속에 전열은 흩어져도

서로가 서로를 믿는다.

모두가 이 먼길 이기고 돌아오리라는 것을.


다시,

이기고 돌아온 자

우리 모두는


다시,

봄이다.


그 봄날에 우리는 만날 것이다.

오렌지 빛 방구석 햇살을

그 햇살은

그 봄부터 겨울까지

모두 아름다웠으니

반짝이며 빛날 것이다.


어느 멋진 날,

포연 가득 총성 만발 치열한 브런치 적벽대전에서

수많은 라라*의 장군들이 승전보를 울릴 것이다.

축배를 들자. 브라보.

장군들의 새빨개진 눈동자를 위해 건배를!


허당 포졸은 라라에서 받은 완주증과 도서관에서 준 구청장 상장에 만족해하며

생생하고 어여쁜 선미언니와 손을 꼭 잡는다.

함께해온 나의 모든 부캐 동지들이여

고만 자고 일어나라.

이제 떠나자.

연어처럼 펄떡이며 날자 날자 날아가자.

우리만의 지중해로.



한 해 동안 엉엉 울며 진땀 뻘뻘 거리며 새벽으로 밤으로 글을 써왔습니다.

(이게 뭐라고 글쓰기가 뭐라고 역량부족인 저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그 중에서 일부 발췌 및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맥락과 길 잃은 어린양의 냅다 달린 무한질주를 한없이 용서하소서.

다만, 정신머리 없는 이 12월 어느 날에도 그저 또렷이 빛나는 눈빛. 그거 하나만 기억해 주소서.


참으로 고마운 한 해.

빛나는 일 년이었습니다.

인내심, 인자함 가득 깊은 109 분 구독자님들께 두 손 모아 깊은 감사 올립니다.

"여러분~~~ 내년에는 모두 출간작가 되세요. 꼭이요~"


고맙습니다.

해피 뉴 이어 !

한줄요약 : 그해 겨울과 그해는 아름다웠네.
새로운 인간.
쓰는 자가 되었으니.


* 대장군 : @수호 작가님

* 라라 : 글쓰기 모임.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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