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승기 vs 인천 메시

by 김호섭

87년생 이승기

64년생 김생생


차이는 단지 스물세 살 나이 차이일 뿐. 그도 승기고 나도 승기다.

수식어만 다를 뿐. 그는 원래 이승기이고 나는 짝퉁이지만 80년대 이승기이다.


80년대 이승기! 들어는 보셨는가?

80년대 한창나이 이십 대를 보낸 생생이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이다. 인터넷상에서 글을 쓰거나 카카오톡 프로필이름을 적을 때 망설이지 않고 쓰는 닉네임이다.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통점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1. 우선, 잘 생겼고 착하다.

2. 게다가, 공부도 잘한다.

3. 얼씨구, 축구도 잘한다.

4. 어머나, 유쾌한 유머가 제법이다.

5. 그런데, 허당스럽다.

근거 없는 자랑질에 분노하는 독자님들 이시여.

잠시 진정하시라. 생생이 이 중에서 제일로 뽑는 공통점은 5번. 허당스럽다 이오니.


이 닉네임의 탄생설화는 이러하다.

지금도 방영하는지 모르겠다만,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절정이던 시절에 승기가 어느 호수를 걷는 장면이 기억난다. 호수는 겨울철이라 살짝 얼었고, 호동이 무슨 벌칙을 준건지 기억은 가물하지만 승기가 호수 위를 냅다 달리는 그 순간에 얼음은 깨지고 승기는 호수에 빠진다. 깨지는 얼음 위를 그래도 걸어보려고 몸부림치는 허당스런 장면. 이름하여 '승기호수'의 탄생 장면이다.

아니? 저렇게 인물 좋고 성격 좋은 탑스타가 허당미 마저?

큰 인물이 될 청년일세!

이 허술하고도 허당스러운 명장면에 탄복하여 생생은 이승기의 팬이 되었고 "80년대 이승기"라는 기가 막힌 닉네임이 탄생되었다.


언젠가는 "80년대 정해인", "80년대 박보검" 등등 때마다 인기 절정의 스타들 이름을 살짝 빌려서 닉네임을 쓴 적이 있으나 그 당시 네티즌들의 엄청난 집중포화를 받고 나서, 아... 선을 넘으면 안 된다는 진리를 깨우쳤다. 이승기는 어느덧 군대도 다녀오고 30대 중반이 되었으니 네티즌들이 그렇게 분기탱천하지는 않는다.

다시 승기로 돌아온다. 잠시 미안했다. 승기야.


어느 오랜 친구는 "80년대 이승기"는 무슨 얼어 죽을... 좀 봐줘서 널 "승기아빠"라 부를게.라고 한다. 무슨 소리냐. "난 우혁아빠고 예은아빠지 승기아빠는 아닙니다요."라며 "80년대 이승기"를 고집하고야 마는 뚝심마저 발휘한다. 그래서 오늘날 여전히 나의 닉네임은 "80년대 이승기"이다.




또 한 명의 87년생이 있다. 축구의 신. 아르헨티나의 영웅 '리오넬 메시'다.

이시점에 슬슬 다음 글이 어떻게 흘러가리라고 예상하는 독자님들은 똑똑하고 잘생겼으며 어여쁘고 착하다.


자, 메시와 생생과의 공통점을 찾아보자.

1. 우선, 귀엽고 착하다.

2. 게다가, 순정파다. (초딩동창 첫사랑 아내와 결혼했단다.)

3. 얼씨구, 축구도 잘한다. (잘해도 너무 잘한다.)

4. 어머나, 쏘니를 잘 안단다.

5. 그런데, 집돌이란다.

역시 생생의 원픽은 5번이다.

이러하니 다음에 예상되는 생생의 새로운 별명은 "인천메시"다. 이 닉네임은 돌아올 봄에 진가를 발휘하리라. 동네 축구 (K-동네리그 60세 그룹)에 합류하여 동네축구 리그 평정에 도전할 거니까.

당연히 생생유니폼의 백넘버는 10번이고, 그 위에 "인천메시"라는 황금빛 찬란한 실크스크린이 반짝이리라.

수아레즈나 모드리치, 음바페, 알리송 등등 2022 카타르 월드컵 수많은 스타들이 있지만 인천과도 잘 안 어울리니 메시 앞에 모두 무릎 끓고 경배하여라.

생각해 보시라. 인천 알리송, 인천 음바페, 인천 모드리치. 하나같이 이상하고 어감도 둔하다.

인천 메시. 딱 떨어지고 찰지다.


마침 박노해 시인께서 이런 멋진 글을 써 주셨다.





아시다시피, 요즘 승기의 뉴스가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연예계 그 바닥의 세세한 배경 뒷 이야기는 잘 모른다. 모를 때는 언급하지 않음이 속 편하다.

다만, 소속사로 부터 받은 음원 수익 정산금 전액을 사회에 기부했고 앞으로 받을 정산금도 모두 기부한다는 뉴스를 보고, 역시 내 촉이 맞았다를 연발한다. 바르고 멋진 청년임에 틀림없다.


메시도 한때, 어느 중요한 시합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실수를 범한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물론, 메시를

사랑하는 글로벌 팬들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고 온갖 구설수에 오른다.

그러나, 보라. 그의 라스트 댄스를.

승기도 메시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다. 생생이 닉네임에 그들의 이름을 빌려서라도 닮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점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진심과 결기 있는 실력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다양한 시련과 어려움을 겪지만 흔들리거나 꺾이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고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서 오랫동안 인정받고 사랑받는 이유는 그만큼 자기

분야에 진심이고 한치도 의심할 여지없는, 믿고 듣고 믿고 보는 찐 실력이 그 본질이고 바탕이리라 믿는다.


승기야. 메시야. 앞으로도 잘하자. 내가 닉네임을 바꾸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생생이 지켜보겠어!


감동적이며 리드미컬한 글을 쓰는,

쿨하게 기부도하는,

작가계의 승기가 되고 싶다.


문장과 문장사이를 현란하게 드리블하다가

번쩍이는 마침표를 찍을 줄 아는,

작가계의 메시가 되고 싶다.


욕심이 과해 보이니,

욕심적은 문장을 하나 더 슬쩍 추가해서 균형을 맞춰본다.

작가계의 법정스님이 되고 싶다.


인간아. 흰소리 그만하고 조용히 앉아 좋은 글 좀 써봐라.

번쩍이는 한 단어, 감동 멜로디 가득한 한 문장.

그런 걸 쓸 생각을 제발 좀 해보자.

어느 먼 훗날. 어느 누군가 "이십 년대 김생생" 또는 "뉴욕 생생"이라는 닉네임을 번듯하게 자랑스럽게

쓸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한 줄 요약 :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의 키워드 중 하나는 닉네임이다. 당신의 닉네임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