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한다면, 정말 사랑한다면

by 김호섭

2022 마지막 프로젝트가 끝났다. 정확히는 내년으로 순연되었다.

며칠 전 새벽에, 젠틀하고 점잖던 체코바이어는 자기네 이제 휴가니까 사업얘기는 내년에 다시 하자며

해피뉴이어를 외치고 씨유쑨을 날리며 올해의 마감을 알린다. 다른 바이어들은 이미 12월 초부터 슬슬 휴식의 시간으로 들어가더니 다양하고 수많은 Communication Channel에서 사라지고 조용해진 지 오래다.

그렇게 요구사항 많고 조건까칠하던 인간들이... 적막하다.

전문용어로 연말 잠수라고 한다. 좋겠다 너네들은.

이 바쁜 연말에 잠수도 타고. 두둑한 보너스도 타고, 요트도 타고, 썸도 타고 (요건 잘 모르겠지만)


올 한 해, 업무적으로 여러 프로젝트가 있었고 그럭저럭 큰 과오없이 마무리되어가는 연말. 마감의 시점이다.

회사의 업무란 효율과 성과라는 결과를 내야 하는 일련의 계획과 행동이기에 어느 것 하나 만만하거나 널널한 것이 없다. 순간의 삐끗이 프로젝트 전체를 훌훌 말아버리기 허다하니 긴장의 끈은 24*7*365 팽팽하며

불안의 시선은 언제나 외롭다. 33년 내내 (개인사업 5년 포함) 그러했으니 참으로 징글징글하다. 어후, 이 말자체도 징글벨스럽다. (이런 말 징글정글한 말 이제 하지 말자. 하지 말자 하지 말자 하니 더 하고 싶은 심보는

재미나다.)


그래도 프로젝트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온다는 걸 알게 되니, 그 끝이 거저 그냥 제 발로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니, 이제는 이 직장인 나부랭이 노릇도 제법 하산할 때가 된 듯도 싶다. 도를 깨우쳤으면 세상 강호에 내려가 도를 행해야 하는 법.

도를 닦는 일, 어디 깊은 산속 법당이나 예배당에서만 닦는 건 아니겠지.

도를 행하는 일, 어디 환승 전철역이나 사람 많은 터미널에서만 '도를 아십니까?'를 행하는 건 아니겠지.

일상에서도 평범한 직장생활에서도 도를 닦으려는 인간. 생생이 현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분명한 것은, 징글정글한 직장생활이 쥐꼬리 월급때문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단코.




회사일 관련 프로젝트만 수행한 건 아니다. 스펙트럼 다채로운 생생은 글벗님들과 한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유쾌하고 재밌겠다 생각했다. 글쓰기 본연의 과제 이외로 진행한 번외 편 <D-100 쑥마늘> 프로젝트다.

연말 말일까지 쑥과 마늘을 먹는 마음으로 좋은 작가, 나은 인간이 되자는 취지다. D-100이니 프로젝트의 기간은 대략 9월 하순부터 12월 31일까지.

이제 얼추 7일 남았다. D-7이다. 함께하는 글벗님들은 막판 열정을 쏟아붓는다. 책 읽기, 공부하기, 일찍 일어나기, 글쓰기, 태교일기 쓰기, 운동, 걷기 등 각자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한다.

생생의 과제는 걷기다. 일일 1만 5천보 걷기. (걷기 선수가 되어 올림픽에 나가려는 건 아니다. 건강한 작가가 되려는 소소한 발걸음이다.)

처음엔 그랬다. 약간의 노력과 의지가 있으면 이 정도 과제로 100일 정도는 껌이겠다. 생각했다.

허나,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고, 만만하거나 널널한 프로젝트는 없다.

매일매일 결심이 필요했고, 에브리데이 게으름이 고개를 들었으며 순간순간 돌발변수들이 튀어나왔다.

가을의 고독과 겨울의 한파는 오히려 양반이다.

감기몸살에 소화불량에 임플란트에 엎어지고 넘어지고 참 가지가지 여러 가지 허술한 아픔들이 더 큰 변수들이다. 얘네들이 자꾸 앞길을 가로막고 의지를 꺾으며 실천을 방해한다.

시작단계에서 이 변수들을 생각해야 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신이 아닌 이상, 모든 변수를 미리 대비할 수는 없는 일 일터.

생생은 중간단계에서 이 돌발변수들을 분석하고 해체하며 대응 전략을 수립하거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거나 해야 했으나 역시나 그러진 않는다. 그렇게 용의주도하거나 체계적이며 날카로운 인간이 아니니까.

허술하고 처량 맞지만 그저 다시 걷는다. 며칠 멈추고 쉬어도 다시 시작하고 걷는 힘. 꾸준함. 그것뿐이다.

아. 그래. 이 또한 도를 닦는 일이었다.

똑똑똑똑. 또르르르. 관셈보살. 아미타불이다. (@안희정 작가님. 이 멋진 멘트 감사드립니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처럼 삐걱삐걱 굴러가도 받아주고 격려해주고 함께해주신 모든 작가님들께 감사를 보낸다. 참 단단하고 견실한 분들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매일매일의 결심과 용기가 필요한 꾸역꾸역 스런 마음과 실천도 어느 100일 정도 되면 무의식에서

전자동으로 진행되는 습관이 되리라. 이러한 좋은 습관이 나쁜 습관을 몰아내고 일상과 몸의 그리고 마음의 세포가 되어 우리를 이끌 것이다.

어디로? 좋은 작가, 나은 인간이 되는 그 길로.




쑥마늘 프로젝트가 끝나간다. 두 계절의 험난하면서도 신났던 여정의 흐르는 길에 언제나 함께했던 마음은

역시 '사랑'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면 될 일이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If you love me, really love me let happen, I won't care.
그대가 나를 사랑하고,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나는 걱정 안 해요.
......
If you love me, really love me, let it happen darling I won' care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정말 사랑한다면, 그대여, 난 걱정 안 해요.

생생은 말한다. 위 문장에서 그대도 나고, 달링도 나고, 나도 나다. 온통 나다.
홀로 아리랑이라고 박박 우긴다.(독도냐? 독거냐?)


변화의 주체도 그 대상도 오롯이 나일뿐.

꾸준히 밀고 가는 힘.

어떠한 시도와 도전에 앞서 필요한 마음.

스스로의 믿음이고 사랑이겠다.


내가 나를 사랑한다면, 정말로 사랑한다면~

고음불가 생생대신 어여쁜 가수 Brenda Lee 가 부른다.

If you love me, really love me.

자. 이제 산을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새해에는 어떤 시작이 어떤 도전이 나에게 다시 올 것인가.

미리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를 사랑하며 나를 믿으며

다시 읽고, 다시 쓰고, 다시 오르내리며 걷고

다시 일어나면, 다시 살아가면 될 일이다.


쑥마늘의 효능은 발휘되리라.

어느 작가세상에서, 어느 인생에서도.

단군신화에서부터 시작된 우리 미래의 어느 역사에서도.


* 함께 먼 길 달려온 라라크루 쑥마늘 작가님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영차영차!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이어!

- 선미언니 올림

한줄요약 : 인생과제, 인생프로젝트에서 돌봐야 할 것은 나에 대한 꾸준한 믿음과 사랑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If You Love Me - Brenda Lee

(출처 : 네이버 블로거. 팝스피아)

If the sun

should tumble from the sky

If the sea should suddenly run dry

If you love me really love me

Let happen I won't care


태양이 하늘에서 굴러 땅으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바닷물이 갑자기 말라버린다 하더라도

당신이 정말로 나를 사랑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상관하지 않겠어요


If it seems that everything is lost

I will smile and never count the cost

If you love me really love me

Let it happen darling I won't vare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사라져 버린다 하더라도

나는 항상 미소 지을 것이지,

어떤 위험이 닥치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정말로 나를 사랑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상관하지 않겠어요


Shall I catch a shooting star

Shall I bring it where you are

If you want me to, I will

You can set me any task

I'll do anything you ask

If you'll only say you love me still


별똥별을 잡아서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가지고 갈까요?

당신이 그러기를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어요

어떤 일이라도 나에게 맡기세요

당신이 나만을 영원히 사랑한다면

당신이 부탁하는 것은 어떤 일이라도 하겠어요


When at last our life on earth is through

I will share eternity with you

If you love me really love me

Let it happen I won't care

If you love me really love me

Let it happen darling I won't care


결국 이승에서의 우리의 인생이 끝난다면

저승에서의 삶은 당신과 함께 하겠어요

당신이 정말로 나를 사랑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상관하지 않겠어요

당신이 정말로 나를 사랑한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상관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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