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그리운 달

우주맛 삼겹살 (1)

by 김호섭
삼겹살이 먹고 싶다. 아주 그냥.


단순히 먹고 싶은, 그저 평범한 식욕 수준이 아니라 아주 그냥 사무치도록 그립다. 평소에 고기를 그렇게나

좋아라 하는 육식인간은 아닌데 본인이 생각해 봐도 의아하다. 일부러 삼겹살 집을 찾아가는 일은 거의 없고

그저 누가 사준다면 심드렁하게 쫄래쫄래 따라가서 시크하게 와구와구 먹어대는 정도 취향인 내가,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립다. 이게 무슨 일이냐. 도대체.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상상부터 떠오르니 허당의 상태는 정상일 수 없다. 기절 직전이다. 아주 그냥.


씹을 때든 안 씹을 때든 터져 흐르는 육즙의 강물 하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하얀 포말의 영롱한 지방님아,

바삭함은 뒤로 넘어가며 까무러치는 고소미여라.

후각을 자극하다 못해 콕콕 호벼파는 날카롭고 넉넉한 냄새는 냄새라는 B급 분류에 포함됨을 가열차게 거부한다.

진한 노스탤지어향기의 반열에 숭고히 추대함이 마땅하다.

거기에, 된장 고추장 마늘 고추 살포시 얹은 쌈하나 싸서

기름장 소금장에 스치듯 옷 입히고

한입 한아름에 품어 넣어

이슬 한잔 곁들여 초롭 들이키면 비로소 끝장나는 흥미로운 여행. 눈앞에서 별을 그리는 여행.

그 우주의 대장정이여. 우주에 맛이 있다면 이 맛이리라.

어후후. 까무룩. 쏟아지는 풍미는 콸콸콸!!!

생각만으로도 솟아나는 아드레날린은 철철철!!!




어금니(금니)가 어느 날 갑자기 톡 빠지는 바람에 양쪽 어금니(합이 세 개)를 동시다발로 임플란트 수술을 감행하기 시작한 건 3개월 전. 대환장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어금니이다 보니 순차적으로 한쪽을 하고 다음 쪽을 하는 게 순리 이거늘,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한꺼번에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했는가. 의사는 이런 무지한 인간의 폭주를 왜 말리지 않았는가. 그 치명적인 위험과 고난을 잘 알면서도 자본주의에 눈먼 의사에게 따져 묻고 호통치며 단호히 외쳐야 할 일이다.

"아는 사람이 그래요? 사퇴하세요."

(사퇴요정 OOO 의원이 생각난다.)


죽과 누룽지 끓인 밥은 주식이고,

두부와 김치, 꽁치와 삼치는 심심하기 짝이 없는 안주이며,

이도 저도 싫증 나고 귀찮으면 건너뛰는 아니, 건너먹는 간헐적 단식의 시간이다.

단지 양쪽 어금니 세 개가 없을 뿐인데

급변하는 주식시장, 술집 폭망, 강제된 투쟁? 의 소용돌이의 시간이 휘몰아친다.

어수선한 정국이고 나라꼴이 이게 뭐냐. 도대체.

(정신줄마저 가출 직전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고 잇몸 아프면 혀로 뭉개서 먹는

생계형 만렙 아저씨의 유연한 치열함도 하루 이틀이지,

울어봐도 소용없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어릿광대의 서글픈 사랑이다.

환골탈태의 길이 이리도 험하고 멀 줄이야.

삼겹살이 먹고 싶다. 아주 그냥.


그렇게 안달복달, (없는) 치를 떨며 그리워하다보니

2월이 간다.

2월은 짧고 이렇게 저문다.

속절없이 짧으니 더욱 그리운 달이다.

(무엇이? 삼겹살이.)




삼 개월 만에 한쪽 임플란트 덮개를 씌우고 마무리되었다.

이와 동시에, 다른한쪽에 나사못같이 생긴 험악한 녀석 두개를 심어 넣었다. 수술이 끝나고 나서는데 뭔가 이물질이 씹힌다. 마취가 덜풀린 상태로 간호사에게 물어본다.

"입안에 뭔가 씹히는데요?수술 후 잔여물이 남이 있나봅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던 간호사는 말한다."아. 선생님 혀에요." 그리곤 웃는다. 얼마나 무안하고 기가막힌지...

얼마나 삼겹살이 그리웠으면 제 혀마저 씹으려 하는지...

당장 한걸음에 삼겹살 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부릉부릉 강한 시동을 걸고 있으나 애써 참는다.

한쪽 만으로는 완연한 그 우주의 맛을 느끼기에 한계가 있을 터이니 더 3개월을 기다린 후,

완전체 삼 형제가 모두 모이면 그때 달려가리라.

시작은 얼컹덜컹 우왕좌왕 시작했으나, 끝은 치밀하게 설계하고 구상하고 집행하리라.

삼겹살을 만나러 가는 그날을 기다리며.

마치 고도를 기다리며 처럼.

(시작과 끝이 바뀐 줄도 모르고)




*6개월을 참고 푹 묵혀뒀다가, 한 꼭지로 글을 써야겠다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니,

중간에 한번 끊어 갑니다. 그래야 이 애틋하고 뜨거운 마음을 불판 한켠에 살살 식히며 간직하고

기억할 테니 말이죠. 구독자님들~ 우주맛 삼겹살 2)편은 5월 말. 따수한 봄에 만나요~"


2월을 보내며

허당올림


한 줄 요약 : 임플란트가 죽을 맛이라면, 삼겹살은 우주 맛이다. 그래야만 한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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