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하는 순간

물리와 문리가 만나면 나아지려나

by 김호섭

공원 광장 한켠에서 온습도와 날씨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주던 기상정보시스템이 고장 났습니다. 더워도 너무 더우니 온 세상이 고장이로구나. 그저 실없는 웃음만 나오더군요. 어 허허허.

내리쬐는 빛과 반사되는 열의 폭주에 깊은 숲도 감당이 안 되는지, 그늘마저 열가마였고 시간은 허공으로 늘어집니다.


네이버는 인천 날씨를 34.8도라 알려줍니다. 햇님이 활활 뜨겁게 그려져 있구요. 아마도 얼마전 늦은 오후의 산책길이 역대급으로 더웠던 하루로 기억되리라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 야속한 하늘을 쳐다보는데 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이리저리 분주합니다. 인천기상대보다 빠르고 정확하다는 공원 터줏대감, 기상관측 척후조입니다. 설마 기상대에서 얘들을 고용한건 아니겠지요? 서쪽 하늘이 무섭게 무거워집니다. 무거워지는 속도와 구름의 밀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바람의 가속도를 미적분 연산 수식에 대입해 힘과 에너지를 척척 계산하더니(~?) 여간해서 뛰지 않던 소년이 뜁니다. 달려라 달려. 맞아요. 이십 대 청춘 시절에 소년은 공대생 물리학도였거든요. 고맙다. 새들아. 살아있었구나. 물리야.​


방구석에서 가튼 숨을 고른 지 대략 11분 28초 후. 우당탕 쏟아집니다. 먹구름은 아직 육지에 도착하기도 전인데 정수리위의 쨍쨍한 하늘에서 와장창 쏟아지는 폭우와 우박. 합해서 폭박!


살아가면서 어떨 때는 뛰어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급하게 멈춰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른바 "돌발"입니다. 비단, 날씨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지하철역에서도, 거리에서도 돌발을 걱정하고 매순간 안위를 염려해야 하는 흉흉한 시절입니다. 불확실성은 높아져가고, 깊어져 가는 양극화 현상에 사회가 병들고 몸살을 앓고 있으니 다시 "공동체"를 생각해 봅니다. 국가는 어떤 해법이 있고 개인은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요?


날씨만큼 무겁고, 기상정보만큼 예측이 어려우며 막막한 일상입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문학의 힘일까요? 새가 날 수 있는 건 두 날개의 힘이겠지만 한 올 깃털들의 도움 없이는 멀리 날지 못한다는 옛말처럼, 쓸모없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만드는 게 문학의 힘이라는 김현 작가님의 <한국 문학의 위상>을 검색해 봅니다. 물리도 문리도 궁금합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리와 집단지성의 지혜가 그 속에 있을지요. 아니면, 개개인의 경험치와 촉에만 의존해야하는 각자도생의 길 뿐일까요. 날씨만큼이나 답답한 2023 한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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