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점을 등지고 있다니요

by 김호섭

인천 자유공원 옆에는 인천기상대가 있고 그 앞 사거리에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듯이 기상대슈퍼가 있다. 슈퍼 옆 골목을 조금 내려가면 오래되고 낡은 이 동네와는 어울리지 않는 근사한 북카페 TheA 가 있다. 요리조리 길을 걷다 만난 카페다. 책과 커피가 아늑하게 향기롭다. 책과 커피를 좋아하는 사장님은 장사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주말에만 오픈한단다. 부럽당.





일반적으로 카페 안에서 책을 꺼내 읽거나 구매할 수도 있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외부로 대출도 해주신다. 소년이 생각하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첫째. 동네 주민일 것. (인천 송월동)

둘째. 책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게 얼굴에 쓰여 있을 것. (책덕후 도장 쾅)

셋째. 반납 안 하고 꿀꺽할 인간인지 아닌지 기본적인 시민정신 테스트. (초딩만 나오면 됨)


당연히 소년은 사장님의 자체 심사를 통과하여 당당히 책을 빌려오게 된다.

(아마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어 보이니 손님들께서는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북카페 TheA 사장님은 너그러우시다. 6월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7월 초엔가 빌려주신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을 매번 한 달이 넘어서야 겨우겨우 반납하는 소년에게 미안해하지 말라며 다시 책을 안기신다. 이번에도 마쓰이에 마사시.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이로써 일본 문학의 새로운 시선이라는 작가의 소설책 세 권을 모두 읽게 되는 셈이다. 학교 방학 동안에 많은 책을 읽어야지 했으나 그러지 못한 낭패감을 이 세 권의 책으로 위안 삼아 본다.




마쓰이에 마사시. 건축가 출신답게 건축물(공간)과 사람, 그 사이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이다. 작가 이전의 본인의 전문 분야를 소설이라는 작품의 얼개와 디테일에 십분 녹여낸 시도가 인상적이다. (나에게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런게 있기나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감히 이렇다 저렇다 서평을 늘어놓을 수는 없으나 탄탄한 스토리라인, 소설이라더니 시인가 수필인가 장르를 넘나드는 문장들, 본질과 현상을 현미경으로 꿰뚫어 보는 핍진성에 소년은 이미 팬이 되어버렸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손에 걸리는 데로 읽던 소년이 한 작가의 팬이 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김훈 작가님 이후로 두 번째다. 아니, 세 번째구나. 두 번째는 수리수리 문장의 마법사 고수리 교수님. 소년의 스승님이시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올해 남은 여름은 이 책과 함께하련다. 역시나 벽돌 책이다. 어떤 세계를 만날지 월요일이지만 설렌다. 첫 문장부터 거장 이즈 역시로다.

"소에지마 하지메는 소실점을 등지고 있었다."

오호호호. 자.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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